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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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가 묻다, 정부는 믿을 만한가

D.H.Jung 2014. 4. 2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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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에 투영된 정부에 대한 불신

 

정부는 과연 믿을 만한가. 요즘 드라마를 보다보면 먼저 떠오르는 질문이다. <신의 선물 14>은 아이를 구하려는 한 엄마의 고군분투를 그리는 드라마지만,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대통령까지 용의자가 되는 상황에 이른다. 처음에는 그저 사적인 유괴사건에 불과하다고 여겼던 것이 뒤로 갈수록 거대한 사건과 연루된 일이었다는 게 밝혀지는 것. 그 과정에서 아이와 엄마와 관계된 모든 인물들의 숨겨진 면모들이 드러난다.

 

평범한 변호사인 줄만 알았던 남편은 회사 후배와 불륜인데다 이 거대한 사건과 깊이 연루되어 있고, 그를 도와주는 기동찬(조승우) 역시 조금씩 과거 그가 형을 여자 친구의 살인범으로 증언했던 사실과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이 밝혀진다. 기동찬은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아이의 유괴와 관련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그것이 사형집행을 서두르기 위해 만들어낸 정치적 쇼라고 추리한다.

 

유괴사건이 거대한 정치적 음모와 연루되는 과정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이미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다루어진 정부의 모습들이 대부분 음모론과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추적자> 같은 드라마는 어떻게 권력자들이 비리를 은폐하고 정치를 통한 권력을 쥐려 하는가에 대한 밑그림이 들어가 있다. 대중들은 이 정부와 관련된 음모론을 수긍하면서 그것을 파헤치고 그 음모를 분쇄하는, 현실에는 없는 서민들의 영웅상을 희구하는 중이다.

 

<골든크로스>는 대한민국의 경제를 움직이는 상위 0.001%의 집단이 유린하는 우리네 경제를 가감 없이 그려낸다. 드라마라고는 해도 이 풍경은 IMF 이후 외자들이 대거 들어와 국내의 멀쩡한 기업들까지 사냥했던 실제 상황들을 고스란히 연상시킨다. 이 드라마에서 정부의 고위층이란 나라와 국민을 걱정하기보다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국내의 건실한 기업을 저평가시켜 싼 가격에 팔아넘기고 그 대가로 거액의 뒷돈을 챙기는 이들로 그려진다.

 

<쓰리데이즈>는 남북관계를 이용해 긴장관계를 조성하고 그를 통해 어마어마한 무기를 판매해 이득을 챙기려는 무기거래상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들은 긴장관계를 조성하기 위해 북한을 동원해 양진리에 무고한 양민들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또 제2IMF를 만들어 그 반사이익을 거둬가려는 시도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러진다. 이 과정에서 국내의 정관계 인사들 상당수가 돈에 매수되어 무기거래상의 노예가 되어버린다.

 

<골든크로스><쓰리데이즈>에서 정부 고위 인사들은 어떻게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오가는 일들을 아무런 가책도 없이 저지를 수 있었을까. 그것은 그들이 실체가 아닌 숫자로만 세상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든크로스>에서 회사 하나가 헐값에 넘어가면 자신에게 얼마만큼의 이익이 남는지만 알았지, 그로 인해 파산한 회사가 파탄 내는 가족들의 면면은 나 몰라라 했던 것이다. 이것은 <쓰리데이즈>의 양진리에서 희생된 무고한 양민들도 마찬가지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정부의 위기대처능력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 건, 사고 초기 전원 구출 발표 같은 어처구니없는 오보에 이어 구조자와 희생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오락가락했던 일이다. 그 과정에서 실종자 가족들은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만일 그 숫자가 누군가의 아들 딸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면 발표 하나에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대중문화에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정부에 대한 불신. 그것이 지금의 대중정서이고 그걸 자초한 건 지금의 정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