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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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규 골프 논란, 왜 보도 매체가 오히려 욕먹을까

D.H.Jung 2014. 4. 2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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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솔 피어나는 연예인 논란, 눈 가리기 시작인가

 

26YTN 뉴스는 뜬금없이 방송인 이경규의 골프 논란을 뉴스로 끄집어냈다.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빠져 있는 가운데 방송인 이경규씨가 (지인들과) 골프를 쳐 논란이 일고 있다는 것. 이 보도 내용은 세계일보에 의해 그대로 기사화됐다. YTN 뉴스의 앵커는 이경규씨의 골프는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며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출처: 코엔미디어'

마치 이 뉴스는 정치인들이 국내에서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외유성 해외 연수를 가던 것을 비판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논란이 일 것이라는 예상처럼 역시 논란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 논란은 예상과 달리, 이경규의 행동을 질타하는 것보다 이걸 굳이 보도해 논란을 만들어내려는 YTN 뉴스와 그걸 받아 적은 세계일보쪽을 질타하는 방향으로 일어났다. 왜 이런 역풍이 생겨난 걸까.

 

먼저 이경규의 골프 회동을 잘 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모두가 애도에 동참하고 있는 분위기가 아닌가. 특히 보이지 않는 기부와 선행을 하고 있는 연예인들의 온정은 세월호 참사로 우울에 빠진 우리 사회에 훈훈함을 전해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골프를 치든 여행을 가든, 혹은 기부와 추모를 하든 그것은 개인적 선택이니 강요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공인으로서의 책임은 아니라고 해도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으로서 조심해야 할 부분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것을 굳이 악의적으로 보도해서 논란을 이끌어내려는 매체의 행태는 그 의도가 의심스러워 보인다. 왜 하필 연예인인가. 세월호 참사로 인해 질타 받아야 할 이들은 너무나 많다. 침몰할 게 뻔할 정도로 개조를 하고 과적을 하는 것을 그냥 내버려둔 해수부 관계자들이나 참사 속에서 승객들은 구하지 않고 살아나와 변명만 해대는 선장과 선원들, 승객의 안전보다는 돈 벌기에만 급급했던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던 실세 경영진들, 참사가 터진 후 우왕좌왕함으로서 실종자 가족들에게 이중 삼중의 고통을 가한 정부 당국자들 등등 문제가 되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연예인 논란을 끄집어내는 건 전형적인 물타기처럼 보인다. 실질적인 소유주라고 할 수 있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이름이 거론될 때 이른바 구원파 연예인이 먼저 구설에 떠오른 점도 그렇다. ‘구원파’. 마치 이단종교와 조폭이 뒤섞인 듯한 이 기묘한 이름의 집단이 우선 논란의 중심에 서야 하지만, 매체들은 구원파 연예인이 있다며 실명까지 들어 그쪽으로 관심을 꺾는 느낌마저 주었다.

 

지난 25JTBC <뉴스9>에서는 지난 해 해양수산부가 만든 해양사고 위기관리실무 매뉴얼의 내용을 보도해 이러한 정부의 언론 관리가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이 매뉴얼에는 언론담당자가 할 일로 충격 상쇄용 기사 아이템 발굴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해수부측에서는 그 내용이 엉뚱한 보도를 막기 위함이라고 얘기했지만 충격 상쇄용이라는 표현은 그 이상을 담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세월호 참사를 특집으로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취재 도중 사복경찰이 인터뷰 내용을 은밀히 녹음하는 현장이 포착되어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 녹음에 대해서 해당 경찰은 홍가혜 보도 같은 잘못된 보도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지만 그것을 위해 사복경찰까지 투입된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세월호 참사 앞에서 그 직업의 특성 상 연예인들의 행동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대중들의 호불호로 판단되는 것일 뿐, 강요해야 될 성질의 것은 아니다. 이것을 굳이 끄집어내 논란화 하려는 매체의 태도는 그래서 대중들에게는 본말을 뒤집으려는 불순한 의도로까지 읽힐 수밖에 없다. 이경규의 행동을 잘 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굳이 논란으로 만들어내려는 매체의 행태는 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