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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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해지고 게임화 되고, '정법'의 야심 통할까

D.H.Jung 2014. 5. 1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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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화된 <정법>이 보이는 브라질에서의 야심

 

<정글의 법칙> 브라질편은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이른바 블라인드 퀘스트라는 걸로 시작했다. ‘블라인드 퀘스트는 안대를 끼고 특정 장소에 각각 내려 GPS와 지도만으로 목표지까지 도달하는 미션이다. 낯선 아마존에서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게 안대를 낀다는 것에 대해서 출연자들은 저마다 두려움을 토로했다. 세 팀으로 나눠져 다른 장소에 내린 출연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목표지까지 이동하며 아마존의 다른 모습들을 보여줬다.

 

'정글의 법칙(사진출처:SBS)'

블라인드 퀘스트라는 미션 제목에서 드러나듯 <정글의 법칙>은 게임적인 요소를 차용했다. 이전 보르네오편에서 헝거게임을 차용한 이후 두 번째다. 프로그램 편집도 게임 화면을 연상케 했다. 각각의 출연자 설명은 마치 RPG 게임의 캐릭터 설명처럼 구성되었다. 또 목표지를 찾아가는 블라인드 퀘스트에서도 그 이동과정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장면처럼 보여주었다. 왜 이런 시도를 하는 걸까.

 

이것은 <정글의 법칙>이 이제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쓰기 시작했다는 걸 말해준다. 그저 정글에 들어가 생존하는 것이 이제는 식상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글의 법칙>은 집짓고, 사냥하고, 먹방하는 것이 무한 반복된다는 비판이 부쩍 많아졌다. 제 아무리 정글로 대변되는 자연과 공존의 의미와 생존의 문제를 바탕에 깔고 있지만 어디를 가도 비슷한 스토리가 나온다는 건 프로그램으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런닝맨> PD였던 유승호PD가 함께 <정글의 법칙>에 투입된 건 그런 목적 때문이다. <정글의 법칙> 브라질편은 아마존의 생존기는 물론이고 여기에 제작진이 제안하는 게임적인 미션들을 풀어가는 과정도 관전 포인트가 된다는 점이다. 이제 <정글의 법칙>은 병만족에게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제작진의 인위적인 손길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글 생존의 혹독함이 사라진 건 아니다. 목표지에 도착한 병만족은 갑작스런 폭우 속에서 저마다 자신들의 역할을 하며 뚝딱 집을 지어냈다. 그리고 김병만의 제안에 따라 아예 철야를 하기로 작정하고 야밤에 사냥을 나가기도 했다. 과거에는 이 정도의 폭우 속에서 추위와 벌레의 습격을 버텨내며 하룻밤을 지새는 것만으로도 독하다고 여겨졌지만 이제는 거기서도 한 발 더 나가는 상황이다.

 

이렇게 된 것은 이미 병만족이 여러 차례 정글을 경험하면서 갖게 된 자신감 때문이다. 초기에는 정글에 들어가면 무엇부터 해야 할 지 우왕좌왕하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 정글에 어울리는 집을 만들고, 눈에 보이는 과일을 무조건 채취하며 빗속에서도 불씨를 지켜낸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자극이 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프로그램은 적응한 만큼 더 독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정글의 법칙>은 그 밖에도 월드컵에 대한 야심 또한 드러냈다. 장소를 굳이 이 시점에 브라질로 정했으며, 배성재 아나운서를 신입 병만족으로 투입시켰고 프로그램도 그가 차범근 해설위원의 집에서 최후의 만찬을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배성재 아나운서는 아마존에 도착해서도 이번 월드컵이 열릴 경기장을 찾아 SBS 월드컵 중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무엇보다 배성재 아나운서를 투입한 것은 대중들에게 그의 친근한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함이다. 지난 소치 올림픽 중계에서 김성주 아나운서를 통해 드러났듯 예능에서의 친근감은 스포츠 중계에도 효과를 발휘한다.

 

<정글의 법칙> 브라질편은 게임의 스토리텔링을 사용하고, 더 독해졌으며 거기에 이번 월드컵 중계에 대한 야심까지 드러내고 있다. 과연 이 야심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게임화는 재미를 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제작진의 인위적인 개입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리얼리티를 떨어뜨릴 수 있고 또 기존 <정글의 법칙>이 표방했던 정글 생존의 의미화 등을 상당부분 지워버릴 위험성도 있다. 재미는 있지만 과거 같은 정서적 지지는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독해진 병만족의 모습은 그만큼 적응한 탓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적응이 독한 자극으로 이어지는 건 자칫 위험해질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안전 불감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지금은 적정해보이지만 아마존은 조금만 잘못해도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위험이 상존하는 공간이다. 이 위에서의 과한 게임화는 자칫 안전 불감증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물론 브라질 월드컵을 맞아 배성재 아나운서를 기용하는 등의 기획은 시의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브라질에 대한 이해도 높이고 그 안에 배성재 아나운서를 투입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월드컵에 대한 관심도 만들어내며, 또 배성재 아나운서의 캐릭터까지 얻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글의 법칙> 브라질편은 확실히 과거의 행보와는 다른 야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어떤 반응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