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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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바라기', 별들 잡는 바라기들의 토크 향연

D.H.Jung 2014. 6. 2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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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바라기>, 별보다 바라기 토크에 주목하는 까닭

 

이상한 일이다. MBC에서 정규편성된 <별바라기>에는 별들(스타)과 바라기들()이 함께 나와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별들보다는 바라기들의 이야기에 더 시선이 집중된다. 윤민수, 오현경, 우지원이 게스트로 출연해 이른바 국가대표 특집이라고 이름을 붙여놨지만 사실 <별바라기>가 집중하는 건 그들이 아니다. 별들은 침묵하고 바라기들이 한바탕 수다를 풀어내는 곳. 그것이 <별바라기>라는 토크쇼의 독특한 지점이다.

 

'별바라기(사진출처:MBC)'

바이브 때는 얼굴이 영 아니었다. 얼굴로 좋아하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 가수 윤민수의 바라기인 박서린씨는 팬이지만 사실은 사실이라는 식의 객관적인 토크로 스튜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녀의 독특한 캐릭터는 자신이 상심을 당했을 때 바이브의 노래가 자신을 치유해줬다는 조금은 슬픈 이야기를 할 때조차 출연자들로 하여금 웃음을 참지 못하게 했다.

 

웃음만이 아니었다. “보통 발라드를 들으면 더 슬프지 않을까 생각하잖냐. 그게 아니다. 발라드를 들으면 , 이 사람이 나와 같구나라는 느낌이다. 나를 위로해주는 느낌.” 박서린씨의 이야기는 듣는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결국 공감이 주는 깊은 위로가 팬들로 하여금 스타를 바라기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것.

 

별들이 아니라 바라기들에 주목하는 프로그램은 최근의 방송 경향이 왜 일반인 트렌드로 바뀌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사실 토크쇼의 첫 게스트로서 윤민수, 오현경, 우지원은 그리 강력한 존재감을 기대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따라서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까지 이 프로그램이 어떤 매력을 전해주게 될지 예측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웬걸? <별바라기>의 진짜 게스트는 별들이 아니라 더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바라기들이었다.

 

오현경과 바라기인 채민경씨의 이야기는 별과 바라기의 입장이 역전된 느낌마저 주었다. 살뜰하게 오현경을 챙겨주고, 세심하게 배려하는 채민경씨에 감복한 오현경은 오히려 자신이 삶의 큰 힘을 얻었다고 증언했다. 생일에 친구들에게 축하 편지를 쓰게 하고 영상편지까지 담아 오현경씨에게 전해주었다는 채민경씨의 이야기는 팬과 스타의 관계 그 이상을 보여주며 가슴 한 구석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별바라기>가 최근 토크쇼의 경향을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스타들의 공간처럼만 여겨져 온 토크쇼가 이제는 일반인들로 넘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 게스트들이 어떤 토크에 대한 예측된 기대를 하게 만든다면 일반인 게스트들은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알 수 없다는 그 예측 불허의 지점으로 의외의 재미를 선사한다. 뻔한 스타들의 이야기에 대한 식상함보다는 일반인 팬들의 이야기가 훨씬 참신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타와 팬의 공존을 보여주는 <별바라기>는 그 독특한 관계에서 나오는 이 프로그램만의 특별한 공감대를 선사하면서 지금껏 자신을 사랑해준 팬들에게 스타들이 그들만의 무대를 선사하는 인상을 준다. 이것은 이 프로그램이 재미나 화제성을 떠나 일단 대중들을 잡아끌 수 있는 정서적인 부분만큼은 확실히 확보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일반인 출연자들이 제공하는 의미와 감동은 충분하다. 이제 남은 건 어떻게 이 프로그램이 좀 더 화제를 이끌어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스타가 아닌 팬에 집중한 만큼 소박하고 진솔한 색깔을 가져왔지만 그만큼 화제성면에서는 조금 부족한 면을 보이는 것. 만일 <별바라기>가 이 화제성까지 끌고 갈 수 있다면 이 독특한 토크쇼는 스타와 팬이, 연예인과 일반인이 공존하는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