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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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용의 사죄, 그렇다면 뮤지컬 배우 이산은?

D.H.Jung 2014. 8. 2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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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족에게 죽어라? 배우가 어떻게

 

영화 <해무>의 보이콧 논란으로까지 번진 막말 댓글 논란은 당사자인 배우 정대용의 30년 배우 인생 포기 선언으로 이어졌다. 정대용은 사과문에서 아파하시고 힘들어하시는 세월호 유가족분들과 생사를 오가며 힘겹게 단식을 이어가시는 김영오님께 무릎 꿇어 사죄를 드립니다라고 밝히며, “저의 30여년 무명배우이지만 너무나 사랑했었던 배우라는 직업을 내려놓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라고 배우 포기선언을 했다.

 

'사진출처: 영화 <해무>'

사과문에 거듭해서 <해무>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에 대한 언급한 걸로 봐서 자신의 부절절한 댓글로 영화의 보이콧 논란이 생긴 것에 대한 상당한 심적 부담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실로 정대용씨의 한 줄 댓글은 <해무>라는 영화에 직격탄을 날릴 만큼 중대한 과오일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 자체가 생존경쟁이라는 극한 풍랑 앞에 놓인 전진호 선원들의 비인간화를 통해 우리가 처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바다 위에서 침몰하는 배라는 영화의 상징은 고스란히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 와중에 세월호 유족들에게 심지어 죽어라라고 말한 뮤지컬 배우 이산의 글에 황제단식운운하며 댓글을 단 건 말 그대로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제작자인 봉준호 감독과 출연 배우인 문성근이 단식에 참여했던 것과는 정반대다.

 

이처럼 최근 들어 영화는 영화 외적인 사안들과 그 어느 때보다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배우가 꼭두각시처럼 연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생각하는 존재고 행동하는 존재라는 걸 대중들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기와 생각은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다.

 

그런데 정대용이 30년 배우 인생을 끝내겠다고까지 사죄를 하고 있는 와중에 정작 이 문제의 글을 올린(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반복적으로) 이산(본명 이용근)은 아무런 행보도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이 의문스럽다. 정대용이 남긴 댓글보다 그 댓글이 달린 이산의 글은 제 아무리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해도 인간으로서는 함부로 입에 달 수 없는 말들이다. ‘유민이 아빠라는 자야, 그냥 단식하다 죽어라. 그게 딸을 진정 사랑하는 것이고, 전혀 정치적 프로파간다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유일한 길이다. 죽어라.’ 이게 상식이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인가.

 

이산은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햄릿>, <문제적 인간 연산>에 출연한 배우다. 배우라면 기본적으로 가져야할 자질이 타자에 대한 공감 능력이다. 그것이 없다면 어찌 타인의 삶을 연기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산이 남긴 일련의 글들을 보면 이념과 생각의 차이를 넘어 타자를 전혀 고려치 않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항간에는 무명배우들이 자신을 알리기 위한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런 식의 타자를 고려치 않는 성향을 드러내는 노이즈 마케팅은 결국 배우로서의 포기선언과도 다르지 않다. 이름만 대중들에게 알려지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배우로서의 자질이 바닥인 것을 이미 드러낸 마당에. 뒤늦게나마 정대용이 내놓은 사과와 배우 포기선언은 그나마 남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겠다는 제스처로 보인다. 그렇다면 정작 이산은 왜 묵묵부답일까.

 

이산의 비상식적인 글과 거기에 단 정대용의 댓글이 만들어낸 논란은 마치 지금 현재 세월호 참사 정국을 에둘러 보여주는 것만 같다. 댓글을 단 정대용은 배우 포기선언까지 하며 사과를 하고 나섰지만 정작 이산은 여기에 대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다. 침몰하는 세월호는 저 바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를 둘러싼 소통 없는 현실은 끊임없이 침몰한 세월호를 우리 주변에서 발견하게 만든다. 우리는 지금 정신적으로 침몰하는 중이다.

 

(뮤지컬 배우 이산이 입장을 밝혔네요. 유민아빠가 대통령께 먼저 사과하면 자신도 사과하겠다는 내용인데... 여전히 상식적이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