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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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시티2', 전라로 나와도 자극으로 치닫지 않는 까닭

D.H.Jung 2014. 9. 2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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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블 속으로 들어간 <씬시티2>의 흥미로운 경험

 

아마도 이렇게 영화 내내 벗고 나오기도 어려울 듯싶다. <씬시티2>의 팜므파탈 에바 그린은 그 캐릭터가 노출이라고 해도 될 만큼 시종일관 전라로 출연하는 파격을 보여주었다. 옷을 입고 등장하는 장면보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등장하는 장면이 더 많고,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그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기이한 감각체험(?)을 하게 만든다.

 

'사진출처: 영화 <씬시티2>'

흥미로운 건 전라로 출연하지만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느낌이 덜 하다는 점이다. 이렇게 된 것은 프랭크 밀러와 로드리게즈 감독이 만들어낸 예술적인 영상 경험 때문이다. <씬씨티2>는 전작이 그랬던 것처럼 감독이 꿈꾸었던 세계, 즉 그래픽 노블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는 세계를 영화로 구축해낸 작품이다.

 

흑백 영화 위에 얹어진 컬러 포인트들은 이 영화가 보여주려는 것과 감추려는 것을 흑백의 명암 위에 펼쳐놓는다. 에바 그린이 전라로 나와도 그 장면이 육감적으로 다가오기는 하지만 포르노 같은 자극으로 흐르지 않는 건 그래서다.

 

다크 히어로의 부활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여기 등장하는 씬시티는 흑백이 더 잘 어울리는 어둠의 공간이다. 절대적인 팜므파탈 에바 그린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은 그래서 마치 어둠이 그녀를 잉태해냈고, 또 어둠이라는 옷을 화려하게 차려입은 느낌을 준다.

 

<씬시티2>는 폭력성에 있어서도 그 수위가 높다. 여전사의 칼에 댕강댕강 목과 팔과 몸통이 잘려나가는 장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진다. 하지만 이것 역시 흑백이라는 어둠을 상징하는 씬시티의 음영 속에서 마치 그림자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연출된다.

 

유혈이 낭자하고 그렇게 거리는 피로 물들지만 모노톤 속에서 그 피는 마치 죽음과 폭력을 통해 하나가 되는 이 어둠의 세계의 일상처럼 보여진다. 감독은 모노톤으로 세워진 스크린이라는 캔버스 위에 때로는 검게 때로는 원색으로 덧칠을 하는 것만 같다.

 

<씬시티>의 전작이 워낙 파격적이었던 데다 스토리도 꽤 탄탄했던 면을 생각해보면 <씬시티2>는 그만큼의 감흥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스토리가 잘 짜여진 느낌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마치 영화는 씬시티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캐릭터들의 스타일리쉬한 액션만을 보여주는 인상이 짙다.

 

하지만 이런 <씬시티>만의 독특한 느낌, 즉 마치 그래픽 노블 속으로 들어와 있는 듯한 그 느낌에 환호하는 관객이라면 영화는 충분한 만족감을 줄 수 있다. 캐릭터들은 여전히 강렬하며 그들이 보여주는 액션 역시 압권이다. 또 그러면서도 폭력 미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연출은 예술적이다.

 

스튜디오에서 촬영하고 CG를 덧입히는 방식으로 리얼리티가 아닌 오히려 가상성을 더 부각시킨 이 영화는 그래서 전라로 나오든 유혈이 낭자하든 그 자극이 불편하기보다는 마치 만화를 보는 듯한 오락성을 극대화해 보여준다. 아마도 영화를 스토리로 보는 관객이라면 어딘지 스타일에만 머문 듯한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스타일 자체를 즐기는 관객이라면 <씬시티2>는 빼놓지 않고 봐야할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