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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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감 없는 송일국, 예능 대세된 까닭

D.H.Jung 2014. 9. 3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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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살린 송일국, 굳이 웃길 필요 있나요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강봉규 PD는 프로그램이 시작되던 때부터 송일국과 세쌍둥이 삼둥이 부자 섭외를 해왔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삼고초려다. 연예인 중에 삼둥이는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보다 더 중요한 섭외의 포인트는 그 삼둥이의 아버지가 송일국이라는 지금껏 예능에는 전혀 얼굴을 보이지 않던 배우라는 것이다. 결국 송일국이 출연을 결심했을 때 그는 웃으며 강봉규 PD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저 예능감 없는 건 아시죠?”

 

'슈퍼맨이 돌아왔다(사진출처:KBS)'

사실이다. 송일국은 예능감이 없다. 그가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하는 것은 그래서 예능이 아니다. 그것은 진짜 송일국이 삼둥이와 함께 겪어가는 일상들이다. 강봉규 PD는 갯벌 체험 같은 걸 하러 가는 것도 제작진이 먼저 제안하거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모가 먼저 이런 걸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하고 제작진은 그것을 할 수 있게 옆에서 도와준다고 했다. 그래야 부모가 진짜 원하는 체험이 나올 수 있고, 그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송일국이 삼둥이를 데리고 갯벌 체험으로 하러가고 끝나고 나서 장어를 먹으러 가거나, 로보카 폴리를 좋아하는 삼둥이를 위해 테마파크를 찾는 건 전적으로 송일국과 아이들(?)의 선택이라는 점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어떤 공감대를 주는 것은 바로 그런 데서 나온다. 여기서 송일국이 하는 것은 삼둥이와 진정으로 애정 어린 관계와 체험을 해주는 것뿐이다. 무언가를 해야 된다는 압박감이 없을수록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행동의 진정성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아빠의 행동 하나는 아이들에게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장어를 익혀 아이들에게 나눠주면서 아뜨야 식혀먹어라고 말해 주자 나중에 집에서 핫도그를 먹던 아이가 아뜨를 연발한다. 만세가 급하게 장어를 먹다가 목에 걸리자 사려 깊은 민국이가 그 사실을 아빠에게 알려주고 동생을 챙겨주는 모습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서로 등을 두드려주는 민국이와 만세의 모습은 아빠가 평상시에 그렇게 아이들에게 했던 행동들을 무의식적으로 따라하는 것이다.

 

로보카 폴리를 좋아해 테마파크에 온 삼둥이 부자가 재난 구조 체험을 하는 모습에서도 아빠와 아이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처음 하는 체험에 두려워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에게 괜찮다고 손을 잡아주고 또 달래주면서 결국 체험을 시키는 송일국에게서는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려는 그의 마음이 묻어난다. “남자애들인데 강하게 키워야죠. 어차피 다 안전한 건데요 뭐. 아 그 정도는 괜찮아요.”

 

땀을 뻘뻘 흘리며 삼둥이를 챙기는 송일국에게서 아이들에 대한 그의 애정을 볼 수 있다면, 장애물 체험하는 민국이가 흔들리는 장애물에서 울려고 하자 대한이가 동생의 손을 잡아주는 모습에서는 이 아빠의 사랑을 아이들도 똑같이 따라한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관찰카메라의 정수는 바로 이처럼 어떤 무의식적인 행동이 카메라에 의해 포착되고 거기서 그 진짜 마음이 전달되는 순간이다.

 

예능감 없는 송일국이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살리고 예능 대세로 떠오른 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것은 관찰카메라 시대에 대중들이 예능에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말해준다. 굳이 억지로 웃길 필요는 없다. 대신 진짜를 보여 달라는 것. 송일국의 진심이 담긴 삼둥이 사랑과 거기에 호응해주는 귀여운 삼둥이들의 성장은 그래서 그 어떤 예능감의 소유자들보다 더 강력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