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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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사회학, '피노키오'의 작지 않은 울림

D.H.Jung 2014. 11. 15.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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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제2의 <너목들>? 그 이상인 까닭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변호사라는 직업을 통해 사회적 범죄를 다루면서 타인의 속내를 읽어내는 초능력과 그 과정에서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멜로까지를 다 잡은 이른바 복합장르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준 바 있다. 박혜련 작가가 다시 들고 온 <피노키오>라는 작품을 대중들이 기대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그 연장선에 있을 것이다.

 

'피노키오(사진출처:SBS)'

기대한대로 <피노키오>는 그 첫 회만으로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만큼의 잘 봉합된 복합장르의 틀을 보여주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져왔다면 <피노키오>는 기자라는 직업을 다루었다. 다루는 내용도 사회적 범죄에서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내모는 언론의 문제로 바뀌었다. 남다른 명석한 두뇌와 암기력의 소유자인 최달포(이종석)와 벌써부터 핑크빛 기류를 만들고 있는 최인하(박신혜)와의 멜로도 있다.

 

하지만 <피노키오>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것은 이런 단순한 복합장르때문이 아니다. 이런 복합장르를 통해 이 작품이 전하려는 이야기가 가진 힘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피노키오>가 첫 회에 던져놓은 것은 거짓말이라는 화두다. MSC 보도국의 송차옥(진경)은 기자로서 진실 그 자체보다는 보도의 효과에 더 집중하는 거짓말을 대변하는 기자다. 그녀의 캐릭터는 이 한 마디로 정리된다. “팩트보다 중요한 게 임팩트야!”

 

최달포는 바로 이 송차옥의 거짓말 보도 때문에 가족을 모두 잃고 섬 마을로 들어와 자란 인물이다. 그런데 달포는 자신을 아들로 착각하는 최공필(변희봉)에게 거짓으로 아들인 척 함으로써 결국 입양된다. 거짓말로 피해를 본 인물이지만 그는 때론 선의의 거짓말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 그가 기자가 된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거짓말의 효용도 알지만 폐해도 알고 있는.

 

반면 최인하는 피노키오 증후군을 갖고 있어 거짓말 자체를 못하는 인물이다. 그래서는 그녀는 가질 수 있는 직업이 별로 없다. 그녀의 등장인물 소개란에는 이런 재치있는 인물설명이 들어있다. ‘변호사, 국회의원, 작가, 배우, 그 어떤 직종도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기자가 된다. 오로지 진실만을 말하는. 그런데 그게 가능한 일일까.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누군가를 들여다보는 초능력을 가졌다면 <피노키오>는 역발상이다. 초능력이 아니라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능력의 부족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것이 능력의 부족일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초능력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사실 거짓말의 유혹이란 인간으로서는 도무지 넘기 힘든 한계처럼 여겨질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거짓말을 못한다는 건 또 다른 능력이 될 수 있다.

 

결국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그러했듯이 <피노키오>가 다루는 것 역시 소통의 문제. 아예 대놓고 기자들을 등장시켜 언론과 진실의 문제를 다루겠다는 건 그만큼 진일보한 <피노키오>의 야심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우리가 유독 사건사고와 논란이 그리도 많았던 올해 이 드라마가 던지는 질문이기도 할 것이다. 과연 진실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매체를 통해 매번 보고 듣고 접하는 모든 것들은 과연 진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