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떠나는 김성준 앵커, 그가 남긴 깊은 여운 본문

옛글들/네모난 세상

떠나는 김성준 앵커, 그가 남긴 깊은 여운

D.H.Jung 2015. 1. 2. 10:16
728x90

피노키오 김성준 앵커, 클로징에 담았던 진심

 

<SBS 8뉴스>의 김성준 앵커가 20141231일을 끝으로 앵커 자리를 떠나게 됐다. 이를 두고 많은 말들이 오고간다. 평소 마무리 멘트에 소신 발언을 해왔던 김성준 앵커의 하차에 무언가 정치적인 이유가 들어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심증일 뿐, 이렇다 할 정확한 이유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SBS 8뉴스(사진출처:SBS)'

어쨌든 떠나게 된 김성준 앵커에게 대중들이 깊은 아쉬움을 표하는 건 그가 그나마 방송3사의 뉴스 속에서도 거의 유일하게 할 말을 하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가 터졌을 때 그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분노를 얘기했다. 희생자를 애도하는 조문행렬이 겉모습은 애도의 행렬이지만 가슴 속에는 분노의 행렬이라고 그는 말했다.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는 우리 기억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위험요소가 오너 리스크라고 말했고, 툭하면 대단한 것처럼 발표되던 국회의원 특권 포기선언에 대해서도 차라리 특권 그냥 갖고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해주면 더 고맙겠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클로징 멘트에 담아서 했던 이른바 소신 발언들은 사실 그다지 대단한 시각을 전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상식적으로 해야 할 말을 했던 것뿐이라는 것. 하지만 우리나라의 뉴스 환경 속에서 이 해야 할 말을 한다는 것은 언제부턴가 흔치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김성준 앵커에 대중들이 공감했던 건 그래서 어찌 보면 그 상식의 힘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페이스북에 앵커 자리를 떠나는 자신의 심경을 장문의 글로 남겼다. 그는 그 글에서도 자신을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뉴스는 기자가 만드는 것이고 앵커는 그걸 소개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넥타이도 가급적 어둡거나 무채색인 걸 골라 매왔다는 김성준 앵커는 그래도 그 날 그 날 뉴스에 소개한 중요한 가치에 대해 좀 더 강조해보려는 욕심을 냈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그 가치로 내세웠던 것들 중 가장 힘을 줬던 것이 소통과 배려, 다양성이었다며, 이를 실천하면서 가졌던 고충도 털어놓았다. 때로는 지인을 비판해야 하는 입장이 되기도 했고, 때로는 자신의 말 한 마디로 애꿎은 누군가가 상처를 입는 일도 겪기도 했다고 했다. 완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들 속에는 그가 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얼마나 고민하면서 해왔는가가 묻어난다.

 

시청자 여러분이 주신 사랑은 한 가슴에 안기 무거웠습니다. 그동안 제가 받아온 사랑은 사실 밤낮으로 현장을 뛰면서 진실을 찾아 헤매온 모든 SBS 뉴스 구성원들 몫입니다. 그동안 SBS 8 뉴스가 야단맞을 게 있었다면 그건 제 몫으로 짊어지겠습니다. 실향민의 아들이 종북 앵커라는 기상천외한 욕까지 들어 봤는데 애정 담긴 질책이야 주시면 주실수록 고마울 겁니다.” 그의 떠나는 목소리에는 SBS 8뉴스에 대한 깊은 애정과 동시에 세상에 대한 뜨거운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김성준 앵커가 떠나면서 항간에는 이제 지상파 3사의 뉴스에서 할 말은 하는그 목소리를 듣기가 어려워진 거 아니냐는 얘기들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모쪼록 김성준 앵커가 만들어낸 SBS 8뉴스의 할 말은 하는그 분위기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그것이 SBS 뉴스의 힘이고 그 힘은 대중들의 요구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