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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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 강호동 부럽지 않은 박명수의 예능 생존력

D.H.Jung 2015. 3. 2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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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가족>이 보여준 박명수의 예능 적응력

 

격변기는 누군가를 영웅을 만들기도 하지만 또한 누군가에게는 위기가 되기도 한다. 유재석과 강호동이 한때 예능을 이끄는 2강 체제를 만들 수 있었던 건 리얼 버라이어티와 리얼 토크쇼가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하면서부터였다. 지금은 이 트렌드가 고개를 숙이고 대신 리얼리티쇼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용감한 가족(사진출처:KBS)'

이 변화에서 강호동은 적응하지 못했다. 리얼리티쇼 형식에서 진행형 MC는 불필요하다. MC 같은 비일상적 존재는 리얼리티쇼의 핵심일 수 있는 일상의 진정성을 보여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유재석 역시 리얼리티쇼에는 적응하지 못한 존재다. 그는 여전히 MBC <무한도전>SBS <런닝맨>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캐릭터 쇼를 진두지휘한다. 하지만 그가 여전히 건재한 이유는 그의 실제 삶이 주는 진정성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유재석의 리얼리티쇼를 보지는 못했지만 그의 성실한 일상이 진짜라는 걸 알고 있다. 그는 굳이 리얼리티쇼가 필요 없는 존재다.

 

격변기를 두고 볼 때 유재석이나 강호동보다 더 잘 적응하고 있는 인물은 유재석에 가려 만년 2인자 역할을 하고 있는 박명수다. 박명수는 과거 콩트 코미디 시절부터 자기만의 캐릭터를 갖고 있었고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대세가 되자 유재석과 함께 <무한도전>을 통해 그 중심에 섰다. 가수가 예능을 하고 예능인이 노래를 부르며 연기를 하는 연예인의 멀티 플레이어화가 진행됐을 때도 박명수는 자신의 장기인 노래를 잘 살려 가수는 물론이고 프로듀서, 작곡자의 입지를 만들기도 했다.

 

그런 박명수가 이제는 리얼리티쇼에도 뛰어들었다. KBS <용감한 가족>에서 귀차니스트 삼촌으로 등장한 박명수는 라오스 콕싸앗 소금마을에서는 박주미와 가상 부부 역할을 하면서 점점 그만의 매력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그의 리얼리티쇼 적응기가 결코 호락호락했던 건 아니다. 계란을 실수로 떨어뜨린 설현의 머리를 밀쳤다는 논란을 통해 박명수는 리얼리티쇼의 신고식을 혹독하게 치렀다.

 

처음에는 그가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늘 보이던 상황극 설정을 보이는 듯 했으나 차츰 진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나쁜 남자 이미지로만 있던 그가 때로는 상남자로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고, 때로는 자상한 남편의 모습을 느낄 수 있게 하기도 했다. 박주미와의 가상 부부 설정도 처음에는 어색해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아내를 살뜰히 챙기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용감한 가족>의 콘셉트는 이문화 체험과 적응이 갖는 힘겨움과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가족 간의 관계들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당연히 가족관계에서도 피어날 수 있는 갈등도 있고 또 화해의 순간들도 있다. 그러면서 조금씩 만들어지는 유사가족의 화학작용을 들여다보는 것이 이 리얼리티쇼의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박명수는 이 관계의 화학작용을 가장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인물이 되고 있다. 부적응자처럼 보였던 초창기 모습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지금은 가상 아내 박주미를 향한 이상적인 남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적어도 격변기에서의 적응력이나 생존력은 박명수가 유재석이나 강호동보다 한 수 위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이제 자신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도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리얼리티쇼에도 완벽 적응한 모습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시절에는 만년 2인자였던 박명수. 하지만 지금은 자기만의 나쁜(?) 매력을 대중들에게 여지없이 보여주며 자신의 예능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