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아빠를', 강석우는 스스로 껍질을 깰 수 있을까 본문

옛글들/명랑TV

'아빠를', 강석우는 스스로 껍질을 깰 수 있을까

D.H.Jung 2015. 5. 12. 09:37
728x90

<아빠를 부탁해>, 변화를 결심한 아빠 강석우의 용기

 

우리는 얼마나 진심을 내보이며 살고 있을까. 스스로는 그것을 진심이라 말하지만 실제로는 진심이었으면 하는 가장이 되는 경우가 있다. SBS <아빠를 부탁해>의 강석우가 이 프로그램을 하며 느끼게 된 혼란은 아마도 여기서 비롯되는 것 같다. 딸 다은이에게 그토록 다정다감하고 때로는 로맨틱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던 강석우가 아닌가. 그런데 그는 이 방송을 하면서 점점 더 혼란스럽다고 조심스레 속내를 털어놨다.

 

'아빠를 부탁해(사진출처:SBS)'

처음 <아빠를 부탁해>가 파일럿으로 방송되었을 때만 해도 강석우는 좋은 아빠’, ‘자상한 아빠의 전형처럼 보였다. 딸의 아침을 챙기고, 딸의 방 침대에 캐노피를 직접 인테리어해주는 그런 아빠. 반면 조재현이나 이경규는 나쁜 아빠의 전형이었다. 거의 집안에서는 누워 있는 모습이 대부분이고 딸과 무언가를 전혀 하려 노력하지 않고 심지어 귀찮아하는 아빠. 그런데 방송이 계속되면서 이 아빠들의 모습은 정반대로 다가오고 있다.

 

이경규는 딸과 함께 있는 게 여전히 어색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딸 예림이를 알아가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딸의 친구들과 함께 네일샵에 가고 또 멕시칸 음식점에서 함께 음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이경규에게서는 귀찮고 어색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 기분 좋은 관계의 면면들이 보였다. 또 조재현은 바쁜 스케줄 때문에 피곤하고 귀찮아했지만 딸 혜정이의 자전거를 가르쳐주기 위해 막상 한강에 나오자 한껏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또 좌절할 때 혼자 한강을 찾아온다는 딸의 이야기에 차분하게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즉 이경규와 조재현은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에 그 바닥에서부터 하나하나 딸과의 관계가 좋아지는 과정을 보여줄 수 있었지만, 강석우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강석우는 무슨 이유에선지 자상한 아빠’, ‘멋진 아빠여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이 보였다. 그래서 스스로는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그것이 타인에게는 부담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걸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강석우가 이런 속내를 어렵게 꺼내놓은 것은 실로 대단한 용기가 아닐 수 없다. 꽤 오랫동안 살아왔던 방식에 변화를 준다는 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방식이 다은이에게 때로는 지루하고 힘들게 다가온다는 것을 방송을 통해 확인한 이상, 아빠 강석우는 변화의 결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딸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근본적인 엇갈림이기 때문이다.

 

강석우의 이런 자성과 변화에 대한 의지는 <아빠를 부탁해>라는 관찰카메라 형식의 프로그램이 가진 독특한 특성을 보여준다. 즉 이 관찰카메라는 우리가 평상시에는 잘 몰랐던 우리의 모습을 가감 없이 관찰해 드러내준다는 것이다. 강석우가 혼란을 느끼게 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자신이 잘 하고 있다고 믿고 있던 모습들이 관찰카메라에 담기자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던 것.

 

강석우는 과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가 지금껏 입고 있던 그 껍질을 깨고 다은이 앞에 새로운 아빠의 모습으로 설 수 있을까. 거기에는 분명 아빠의 고통이 따를 것이지만 만일 실제로 그 변화가 생긴다면 그것은 어쩌면 이 프로그램의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강석우라는 아빠가 보여주는 이른바 착한 아빠에 대한 강박은 지금 현재 우리네 아빠들이 가장 많이 겪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때 가부장적인 아빠들 밑에서 자라온 세대들은 자신은 다른 아빠가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것이 어디 마음처럼 쉬운가. 오히려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억지로 혹은 강박적으로 그런 모습을 보이려는 안간힘은 타인들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어떠한 강박도 없는 솔직한 아빠의 진짜모습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아빠를 부탁해>의 관찰카메라는 그것이야말로 더 좋은 관계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