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경제비타민’, 왜 서민들의 비타민이 못될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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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비타민’, 왜 서민들의 비타민이 못될까

D.H.Jung 2007. 7. 20.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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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는 없고 환타지만 키우는 경제 프로그램

말 그대로 건강에 관한 비타민 같은 정보를 알려주던 ‘비타민’에서 파생된 ‘경제비타민’은 건강만큼 관심이 많은 돈버는 정보를 알려줘 전 국민을 부자로 만들겠다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기획의도에서부터 ‘대한민국 대국민 부자 만들기 프로젝트’라 붙일 정도로 이 코너는 돈에 당당하다.

과거라면 돈이나 부자라는 말에 어떤 잘못된 이미지를 가질 수 있어 꺼려하던 연예인들도 이제는 당당히 부자라고 자신을 밝힌다. 이렇게 달라진 돈과 경제에 대한 시각은 그만큼 현실경제가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사는 데 꼭 필요한 경제관념을 갖게 해준다는데 분명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 하지만 문제는 이 경제프로그램이 말하는 ‘부자 되기’가 진짜 서민들의 비타민이 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혹 ‘부자 만들기’라는 슬로건 뒤의 진짜 얼굴에는 대박에 대한 시청자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선정성이 존재하는 건 아닐까.

방미의 부동산, 투자인가 투기인가
물론 경제프로그램의 모든 내용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프로그램 제작자들도 이 시청자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선정적인 아이템의 유혹을 견뎌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경제비타민-보물상자’의 ‘200억 부동산 투자 여왕 방미’편은 숨겨졌던 그 욕망이 얼굴을 드러낸 경우이다. ‘200억 부동산 투자’라는 제목의 문구에서부터 그 선정성은 예고되었다.

제목이야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붙여다 치더라도 내용에서 방미가 부동산으로 돈을 번 것이 투자라기보다는 투기에 가깝다는 사실은 이 아이템의 선정이유를 다시금 의심케 한다. 은행대출로 집을 한 채 사고 그 집을 담보 삼아 또 대출을 해서 집을 두 채로 늘리고 또 대출을 받아 세 채로 늘리는 방식을 재테크 혹은 투자의 범주로 말할 수 있을까. 이 전형적인 부동산투기 수법에 대해 출연한 전문가 역시 ‘교과서적인 방법을 실천’한 경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방식이 월 평균 소득 340만원 선인 도시근로자나, 월 평균 수익이 400만원 미만인 맞벌이 직장인들에게 얼마나 현실성이 있느냐는 점이다. 그것을 투자라고 본다 하더라도 그런 투자(?)가 가능하려면 적어도 상당한 재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재력이 없는 과도한 투자는 투자가 아닌 투기가 분명하다. 그러므로 부자 연예인들이라는 특정집단이 투자라 부르는 것이 서민들에게는 투기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위화감은 여기서 생겨난다.

이것은 비단 방미의 경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비타민’은 이전에도 ‘10억 만들기 프로젝트’에서 김생민, 조영구, 윤정수, 이혁재 등의 연예인들이 부자가 된 사연을 소개하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왜 서민들이 봐야 하느냐는 거센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10억 만들기는커녕 1억 만들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서민들이, 어느 정도 돈을 벌어 재테크의 종자돈이 충분한 잘 나가는 연예인들의 이야기에 극도의 위화감을 갖게 된 것이다.

정보 없는 인포테인먼트, 재미는 있었나
정보를 좀더 쉽게 풀어 재미있게 알려주겠다는 이른바 인포테인먼트(인포메이션+엔터테인먼트)를 지향하는 경제 프로그램들은 현재 정보의 신뢰성에 의심을 받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투자의 성공이라는 것이 개개인에 따라 상당히 많은 변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이른바 ‘성공 포인트 10’같은 형태로 일반화하는 것은 정보의 신뢰성에 금이 가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것은 특정한 그들의 방식이지 누구나의 방식이 될 순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를 가지고 제대로 놀기는 했을까. 연예인들의 부자 스토리에 재미를 느꼈다면 그 재미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이들 경제 프로그램들은 전면에 부자 만들기, 10억 만들기 등 선정적인 문구로 시선을 잡아끈다. 마치 그 방송을 보면 부자가 되고 10억을 만들 수 있을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목을 끌기 위해 조장된 환상에 불과하다. 혹자들은 이런 내용이 희망을 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경제에 있어 희망이란 실현 가능성이 있을 때 얘기지, 불가능한 희망은 대박에 대한 욕망 혹은 절망만 키울 뿐이다.

여기에 연예인들은 그 이미지를 부여한다. 부자 연예인의 이미지는 소위 ‘잘 나간다’는 이미지와 등가의 의미를 갖는다. 그러므로 그들은 자신들이 부자가 된 사연에 당당하다. 여기에 어려운 시절 이야기까지 끌어들이면 인간적인 이미지까지 얻게 된다. 그러니 그들의 출연은 당연한 것. 문제는 이들의 이미지를 끌어다 재미의 요소를 만드는 제작진들이 이른바 정보와 재미가 전도되는 상황을 연출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연예인들과 경제 프로그램이 만들어내는 재미는 시청자들의 부자에 대한 선망과 환타지를 끄집어내 연예인이라는 이미지에 넣어줌으로써 대리충족을 시키는 효과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그것이 환타지일 뿐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시청자들은 분노하게 된다. 방미의 경우를 포함해 몇 가지 물의를 촉발한 코너들이 바로 그 환타지가 노골적인 프로그램에 의해 깨졌던 지점이다.

부자 연예인들을 보는 서민들의 마음은 환타지 속에 있을 때는 선망이 되지만, 그 환타지가 깨질 때는 분노가 된다. 중요한 것은 이 정보를 주어야 하는 프로그램이 왜 환타지를 만들고 있느냐는 점이다. 진짜 서민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경제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은 불가능한 걸까. 기왕지사 ‘경제비타민’이란 타이틀을 붙였을 바엔 서민들에게 진정한 비타민이 될 수 있는 정보가 가득한 프로그램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