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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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도 못 살리는 '슈가맨', 새 프로젝트가 필요해

D.H.Jung 2015. 8. 2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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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맨>, 짜깁기로는 유재석도 어쩔 수 없다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을 찾아서(이하 슈가맨)>는 시작 전부터 세간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유재석이 처음으로 선택한 비지상파 프로그램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 프로젝트는 실패다. 2%에 못 미친 시청률 때문이 아니다. 유재석이라는 최고의 MC를 데려온 프로그램치고는 너무나 완성도도 또 화제성도 못 미치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슈가맨을 찾아서(사진출처:JTBC)'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실패 원인은 새로움이 없다는 것이다. 90년대 노래 한 곡으로 최고의 가수로 등극했다가 사라져버린 슈가맨을 찾아 그 곡을 리메이크해 차트 역주행을 하겠다는 콘셉트는 이미 <무한도전> 토토가나 <불후의 명곡>과 다른 아이템이 아니다. 오히려 슈가맨이라는 한정은 이들 프로그램보다 훨씬 불리한 위치만을 만들었다.

 

<무한도전> 토토가에 등장한 가수들은 지금은 잊혀져가고 있지만 그래도 웬만한 시청자들이 인지할 수 있는 가수들이었다. 하지만 <슈가맨>의 가수들은 다르다. 첫 회에 출연했던 박준희와 김준석은 물론이고 2회에 출연한 유승범과 김부용도 마찬가지로 대중들에게는 낯설게 다가온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도 이들에 대한 화제가 별로 일어나지 않는 건 그래서다.

 

물론 유승범의 질투같은 곡은 들으면 단박에 알 수 있는 노래다. 동명의 드라마 OST였기 때문에 무수히 들었을 곡이고, 또 최근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특정 상황에 자주 등장했던 곡이다. 그나마 반가운 곡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 프로그램이 원하듯 차트 역주행을 시킬 만큼의 반향이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것은 <슈가맨>의 형식이 그만큼 시청자들을 빨아들일 정도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튜디오에서 그 날 출연할 슈가맨이 누구인가를 퀴즈 형식으로 풀고, 그를 무대 위에 소환해 토크를 하는 건 너무 전형적이다. 마치 오래된 옛 가수를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아침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스튜디오에서 별다른 장치 없이 이렇게 슈가맨을 불러 주목시킬 수 있는 건 <무한도전> 정도가 될 것이다. 낯선 슈가맨을 이미 캐릭터가 다 잡혀 있는 프로그램에 세우는 것과 그렇지 못한 프로그램에 세우는 건 그 차이가 너무 크다.

 

가장 큰 문제는 무대다. 결국 이 프로그램이 원하듯 슈가맨의 노래와 리메이크곡이 차트 역주행을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음악쇼적인 요소다. 그런데 <슈가맨>의 무대란 너무 어정쩡하다. 토크쇼를 하는 스튜디오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누가 시켜 노래를 하는 듯한 느낌이다. 게다가 노래를 들으며 함께 호응해줄만한 관객도 없다. 물론 승패 판정을 위한 관객 몇 명이 있지만 이런 정도로 노래가 전하는 감동을 전해주기는 어렵다.

 

<슈가맨>은 유재석을 데려온 프로그램치고는 너무 안이한 기획이다. 물론 2회 파일럿으로 기획되었기 때문에 완성도를 채우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 아무리 발군의 역량을 가진 유재석이라고 해도, 소재에서부터 프로그램의 완성도까지 너무 빈틈이 많은 이 프로그램을 살리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새로운 투유 프로젝트가 필요한 상황이다. <슈가맨을 찾아서>의 앞에 굳이 투유 프로젝트라고 붙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유재석과 유희열을 중심으로 몇 개의 파일럿을 시도해볼 수 있는 여지를 만들기 위함이다. 이제 프로그램의 성패가 스타 MC에 의해 좌지우지되던 시대는 지났다. 물론 유재석 같은 스타가 있다면 훨씬 유리할 것이지만, 그래도 잘 기획된 프로그램이 우선이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짜깁기 정도로는 유재석도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