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엄마들 마음까지 읽는 '백선생', 이것이 그의 진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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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 마음까지 읽는 '백선생', 이것이 그의 진가

D.H.Jung 2015. 10. 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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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음식 요리에 담긴 <백선생>의 엄마들 생각

 

명절 귀성길의 피곤함도 잊고 고향집으로 달려가는 건 거기 어머니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어머니의 마음은 나이 들어도 여전히 아이처럼 보이는 자식 입으로 음식 하나라도 더 넣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제 아무리 많은 음식을 해먹여도 어머니의 마음은 여전히 헛헛하다. 돌아오는 길 바리바리 챙겨주는 음식 속에는 그래서 어머니의 자식 생각하는 마음이 가득하기 마련이다.

 


'집밥 백선생(tvN)'

하지만 그렇게 챙겨준 명절 음식도 어머니처럼 차려주는 사람이 없어 냉장고를 전전하다 버려지는 게 다반사다. <집밥 백선생>이 추석이 지나고 남겨진 음식을 이용한 요리와 그 음식들을 좀 더 오래도록 보관하고 요리하는 방법을 알려준 건 그래서 실용적인 가치 그 이상을 담고 있다. 거기에는 음식을 챙겨준 엄마들의 정성을 허투루 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백종원이 알려준 남은 명절 음식을 보관하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꽤 기발하다. 잡채와 나물을 잘게 잘라서 유부에 넣어 유부보따리를 만든다거나, 나물들을 한 끼 분량으로 접시에 소분해 담아 그걸 비닐에 흐트러지지 않게 담고 고스란히 냉동실에 얼려 두고두고 비빔밥을 해먹는 방식은 실제로도 써먹기 딱 좋은 말 그대로의 노하우.

 

백종원의 노하우를 통하자 명절 음식은 재활용해야할 음식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일품요리가 될 수 있었다. 윤상은 그 요리를 시식하며 이게 어떻게 재활용이냐고 놀라워하기도 했다. 그리고 전 찌개 같은 경우는 아예 전을 사서 간편하게 해먹을 수 있는 하나의 요리처럼 보이기도 했다.

 

사실 방송이라고 해도 이런 자기만의 노하우를 선선히 알려준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물론 백종원은 사업가다. 하지만 사업가라고 해서 모든 것들을 이익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어찌 되었든 백종원이 요리 무식자들인 남성들에게 요리를 전파하고 그것이 실제로 부엌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닌가. 많은 쿡방들의 영향이겠지만 요리하는 남성들의 수는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단번에 바뀌기는 어렵겠지만 명절 풍경이 조금씩 달라질 거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음식준비가 여성들만의 노동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즐거움이 되는 일. 그것이 명절을 진짜 명절답게 해주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실제 부엌을 들어가는 건 아직 요원해도 남자들의 요리에 대한 관점을 바꿔주는 일은 이 모든 변화의 첫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집밥 백선생>에서 백종원이 하는 요리는 특별하지 않다. 또 그는 스스로를 셰프라고 부르지 않는다. 대신 그는 늘 흔하게 우리가 먹던 음식들을 좀 더 쉽고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특별한 요리가 아니어도 또 셰프가 아니어도 백종원의 요리 방송이 지지받는 가장 큰 이유는 그래서 요리를 통해 느껴지는 그의 섬세한 마음이다.

 

명절 음식들이 버려지지 않고 좀 더 오래도록 먹을 수 있는 보관법을 알려주는 백종원에게서 느껴지는 건 이 음식들을 바리바리 싸주신 엄마들에 대한 마음이다. 그 마음을 오래도록 음식을 통해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 <집밥 백선생>이 명절에 남은 음식을 이용해 만든 요리에는 그 마음 씀씀이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