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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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달라진 '런닝맨', 거기서 발견하는 가능성

D.H.Jung 2015. 11. 1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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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새로운 변화를 준비 중이라면

 

<런닝맨>이 무언가 달라지고 있다. 아직까지 그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이제 그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이벤트성으로 한두 번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인지 확인되려면 조금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런닝맨(사진출처:SBS)'

‘100 vs 100’ 콘셉트로 시도된 지지난 번 아이템은 실로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그 새로운 의욕을 느낄 수 있었다. 액션배우, 씨름선수, 프로레슬러, 유도선수, 태권도단으로 꾸려진 100명의 적수들과 출연자들이 즉석에서 모은 친구들과 100명이 대결을 벌인다는 시도는 금세 그것이 엄청난 혼돈을 가져온다는 걸 보여줬다. 유재석이라는 발군의 MC가 있지 않았다면 자칫 어려운 손님들을 모셔놓고 병풍들만 잔뜩 만들 수 있는 위험성이 있었다. 물론 유재석은 역시 위기에도 강한 면모를 보여줬지만.

 

하지만 이 ‘100 vs 100’ 콘셉트는 확실히 지금껏 <런닝맨>이 해왔던 방식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 들어있었던 게 사실이다. 늘 해왔던 패턴들인 게스트가 출연하고 그들이 함께 게임을 하는 모습은 같았지만, 많은 인원들이 모이게 되자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 소개되었다는 점이다. <런닝맨> 패턴 안에서 점점 대중들의 시선에서 멀어진 가장 큰 건 게스트 홍보성 프로그램이라는 시각 때문이었다. 이런 시각 안에서 이들이 벌이는 놀이 한 판은 저들만의 놀이가 되어버린다.

 

물론 이미 중국에서는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고 국내에서도 그 존재감을 확실히 만들어온 <런닝맨>이 게스트를 데려왔을 때 홍보는 어쩔 수 없는 따라붙는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홍보가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고개가 끄덕여질만한 대상에게 이뤄지는 것과 이미 유명한 스타들을 초빙해 그 후광효과를 가져가려는 것과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스타들 역시 방송을 통해 홍보효과가 있으니 윈윈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방송사 좋고 스타들 좋은 일이 과연 시청자들에게도 좋은 일인가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웃찾사> 팀과의 개그 레이스 미션은 그 게스트가 알게 모르게 고생하는 개그맨들이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100 vs 100’처럼 이번 콘셉트 역시 우리가 잘 몰랐던 <웃찾사>의 개그맨들의 면면들을 한바탕 함께 어우러지는 게임을 통해 알 수 있었고, 나아가 그들의 고충까지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제 어느새 최고의 위치에 오르게 된 <런닝맨>이 그저 그 패턴의 반복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갖게 된 위치만큼 낮은 곳에 있는 이들에게 나눠줄 수도 있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어찌 보면 놀이와 웃음보다 먼저 <런닝맨>에게 필요한 건 그들이 그렇게 게임을 하며 즐기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아닐까 싶다.

 

물론 <런닝맨>이 초창기에 보였던 많은 모습들은 일과 놀이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깨주기에 충분했다. 일터로만 여겨지는 공간에서 이름표 떼기 같은 놀이를 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통쾌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틀을 어느 정도 깨버리고 제 위상을 세운 <런닝맨>이 해야 될 일은 놀이가 해줄 수 있는 또 다른 역할들이 아닐까.

 

힘겨운 현실이라고 한다. 그러니 그 힘겨움 속에서 웃음을 잃고 감히 놀이를 즐길 여유조차 없는 이들이 실로 많을 것이다. <런닝맨>은 이제 그런 사람들과 그런 공간을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잘 나가는 스타 연예인들을 데려와 그들끼리의 놀이에 몰두할 일이 아니다. 이미 한참 멀리도 달려왔지만 <런닝맨>은 아직도 달리지 않은 곳이 더 많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