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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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만으론 설명 안 되는 김구라의 선구안과 콘텐츠

D.H.Jung 2015. 12. 26.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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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의 무엇이 2015년을 달궜을까

 

올해 MBC 방송연예대상에는 유재석, 김구라, 박명수, 김영철 등이 대상 후보로 올랐다. 이 중 많은 대중들이 지목하는 인물은 두 사람이다. 유재석과 김구라. 유재석은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올해의 활약 역시 대단했다. MBC 예능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무한도전>무도드림이라는 자선경매쇼 형식의 미션을 통해 이 프로그램이 MBC 전체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력이 있는가를 보여줬다. 유재석은 무도드림을 통해 <내 딸 금사월>에 까메오 출연을 해서 화제가 되었고 건강 문제로 하차한 정형돈을 위해 <서프라이즈>에도 출연했다. 그것만으로도 두 프로그램은 굉장한 화제를 낳았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사진출처:MBC)'

유재석과 함께 유력 대상후보로 거론되는 김구라는 다작(多作)’이라는 한 마디로 올해의 그의 활약이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MBC 주말예능을 다시 일으킨 <복면가왕>은 물론이고, 올해 MBC의 새로운 예능의 발견으로 주목받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터줏대감으로 자리해왔다. 거의 지상파 토크쇼의 마지막 보루를 지키고 있는 <라디오스타>에 출연하고 있고 <능력자들> 같은 신생 프로그램에도 여지없이 김구라가 들어 있다는 점에서 과거에서 현재까지를 모두 아우르고 있는 MC가 아닐 수 없다.

 

유재석과 유력 대상후보로 비교 거론된다는 건 김구라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재석의 팬심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자칫 그 비교는 김구라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김구라의 다작이 과연 대상후보로서의 자격이 되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는 시선들이 나오고 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의 김구라는 그 많은 출연자들 중 한 명일뿐이고, <복면가왕> 역시 그 주역은 무대에 복면을 쓰고 오르는 출연자들이지 패널 중 하나인 그가 아니라는 것.

 

일견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김구라의 다작과 그가 선택한 프로그램들이 모두 괜찮은 성적과 화제를 내고 있다는 것이 그저 우연의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거기에는 김구라가 프로그램을 보는 선구안이 남다르다는 것이 느껴지고 또 새로운 프로그램들에서 김구라에게 어떤 역할을 부여하고 싶을 만큼 그가 급변하는 예능 트렌드에 자기 역할을 분명히 세우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김구라는 어떻게 그 많은 프로그램들 속에서 성공 가능성이 있는 프로그램들을 선택하고, 그 선택한 데서 자기의 역할을 찾아내는 걸까. 그것은 김구라의 MC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다. 김구라는 단지 진행 능력으로 평가받는 MC가 아니다. 물론 과거에는 독설로 주가를 올렸지만 그 독설의 밑바탕이 되는 정보력과 콘텐츠 이해력은 전면에 잘 드러나지 않은 그의 강점이다.

 

그는 <썰전>을 통해 확인됐던 것처럼 현재 트렌드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에 예민하게 촉수를 세우고 있다. 그리고 정보들을 끌어 모으고 대중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것들을 뽑아낸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다른 출연자들이 들락날락할 때 김구라가 떡하니 계속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건 PD와 김구라 자신의 입장이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저 웃기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로 승부하겠다는 그 콘텐츠에 대한 지향점이 프로그램과 잘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지금 현재 예능은 새로운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이제 콘텐츠 시대에 예능에도 정보가 들어가지 않으면 어딘지 알맹이가 없는 듯한 느낌을 주게 되었다. 김구라는 어쩌면 그래서 이 콘텐츠 시대에 잘 적응해나가고 있는 MC로 보인다. 물론 유재석이라는 예능의 거목과 비교되는 건 그에게는 영광이자 부담이다. 하지만 그가 연예대상을 받지 못한다고 해도 그의 행보를 통해 우리네 예능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건 그가 올해 꽤 괜찮은 시도들을 해왔다는 걸 말해준다. 상이야 받으면 어떻게 못 받으면 어떤가. 결국 중요한 건 달라지고 있는 대중들의 취향과 얼마나 더 잘 소통해나가고 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