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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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공개수배, 노홍철과는 사뭇 달랐던 광희의 추격전

D.H.Jung 2016. 1. 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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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광희의 존재 각인시킨 추격전의 묘미

 

이건 추격전의 새로운 진화다. 부산을 배경으로 실제 형사들과 함께 추격전을 벌인 <무한도전> 공개수배 특집은 지금껏 해왔던 추격전과는 차원이 다른 클라스를 보여줬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형사와 본부 그리고 시민들의 공조가 이뤄졌고 그 안에서 <무한도전> 멤버들도 더 실전처럼 긴박감 넘치는 도주를 해야 했다. 실제와 상황극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긴장감과 웃음,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 새로운 추격전에서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두 사람이다. 유재석과 광희. 유재석은 역시 베테랑답게 추격전의 진수를 보여줬다. 그는 도주 중에도 자동차와 휴대폰 그리고 돈을 찾는 세 가지 미션을 모두 수행해냈고, 그 과정에서 하나의 어드벤처 장르물을 보는 듯한 장면들을 연출해냈다. 유사시 대피시설로 만들어진 충무시설에서 차량을 찾는 과정은 마치 스파이물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고, 옛 해사고에서 휴대폰을 찾는 과정은 공포물의 한 대목이었다. 게다가 하수처리장에서 돈을 찾는 광경까지 유재석은 그 날의 미션을 마치 한 겨울의 공포특집 같은 긴장감과 웃음으로 만들어냈다.

 

하지만 유재석만큼 놀라운 활약을 보인 인물이 광희다. 식스맨으로 발탁되어 벌이게 된 첫 추격전이라 그만큼 긴장했을 광희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노홍철의 빈 자리를 꿰차고 들어왔기 때문에 그와의 비교점이 만들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간 <무한도전>의 갖가지 추격전에서 상당한 재미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인물이 노홍철이 아니던가.

 

하지만 노홍철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광희는 놀라운 추격전의 적응력을 보여줬다. 노홍철이 특유의 명석한 두뇌로 배신의 배신을 거듭하며 추격전을 하나의 심리전으로 흥미진진하게 보여줬었다면, 광희는 그 소심함이 오히려 극도의 집중력으로 발휘되는 놀라운 변화를 보여줬다. 게다가 특유의 친화력은 그의 추격전을 그를 돕는 많은 시민들과 함께 하는 추격전으로 만들었다.

 

하수처리장에서 추격하는 형사를 따돌리기 위해 물가로 뛰어드는 장면은 마치 포식자에게 쫓기는 초식동물(?)의 필사적인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고, 빗속에서도 오래도록 좁은 공간에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나 혼자라도 도망치기 위해 카메라 감독조차 쫓아올 수 없을 정도로 종잇장 같은 몸매로 창틀을 빠져나가고 지나는 레미콘 차를 얻어 타고 도망치는 과정도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몸부림처럼 다가왔다.

 

흥미로운 건 광희의 놀라운 친화력이다. 어딘지 약해보이지만 이 친화력은 이 추격전에서 그를 끝까지 가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그는 친구인 동준의 아버지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고 옷을 바꿔입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리고 유재석과 한 은행 앞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의심스런 그를 살피기 위해 은행 길 건너편의 집으로 들어가 추이를 살피는 조심스러움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광희는 그 가게의 주인의 마음을 얻었고 결국 그 가게 주인은 끝까지 광희를 숨겨주고 도주하게까지 도와줬다,

 

마지막 탈주지점인 헬기장으로 가는 길에서도 광희의 친화력은 빛을 발휘했다. 그는 지나는 한 학생에게 무작정 다가가 옷을 바꿔 입자고 했고 마치 그 학생이 광희인 것처럼 꾸미고 자신은 카메라맨으로 위장해 헬기를 타려고 했다. 광희와 그 학생 그리고 헬기장까지 차로 데려다주게 된 여자까지 세 사람은 어느새 마치 같은 임무를 부여받은 사람들처럼 파이팅을 외쳤다.

 

물론 먼저 도착해 헬기를 타고 있었던 형사에 의해 잡히긴 했지만 광희의 가능성이 충분했던 미션이었다. 그 가능성은 소심해서 오히려 모든 걸 세세하게 살피고 계획하는 그 성격과 누구든 서슴없이 다가가 도움을 요청하고 또 쉽게 친해지는 그 친화력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후일담으로 광희는 그것이 <무한도전>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저 하는 농담이 아니라 진짜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오롯이 광희라는 존재를 제대로 각인시킨 미션이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