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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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와 '1박', 이 장수예능들이 빈 자리를 채우는 법

D.H.Jung 2016. 1. 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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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광희의 재발견, <1> 추신수에 이어 가족 참여까지

 

정형돈이 불안장애를 호소하며 모든 방송중단을 선언한 일은 <무한도전>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미 길과 노홍철이 빠져나가 그나마 인원이 없는 상황에서 겨우 식스맨 프로젝트를 통해 채워 넣은 광희 역시 아직 적응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형돈이 빠져나가고 다섯 명이 오롯이 남은 <무한도전>은 그 빈 자리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채워나가고 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것은 프로젝트 자체를 외부의 인물들(?)과 함께 함으로써 그 공백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일이다. <무한도전>이 연말에 했던 무도드림은 자선경매쇼라는 형식을 빌어 MBC의 방송 프로그램들과 일종의 콜라보레이션을 했다. 정형돈이 빠진 상황에서 처음 치르게 된 미션이었지만 그 파장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던 건 유재석이 참여한 <내 딸 금사월>이나, 광희가 방어잡이를 온몸으로 겪으며 방광희라는 닉네임까지 얻었던 <그린 실버 고향이 좋다> 같은 프로그램들이 <무한도전>과 함께 했기 때문이다.

 

이어진 공개수배특집에서도 이런 공백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부산이라는 공간에서 실제 형사들이 저마다의 독특한 캐릭터를 갖고 <무한도전>에 함께 했기 때문이다. 형사들은 마치 예능인을 방불케 하듯 멤버를 놓치고도 자신이 이번 추격전의 명장면을 위해 일부러 그랬다는 식으로 너스레를 떨기도 할 정도였다. 게다가 이 미션은 광희의 <무한도전> 적응을 제대로 보여줌으로써 그 불안감을 일소시킨 성과를 거뒀다. 광희의 재발견은 정형돈의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는 제작진들에게는 안도의 한숨이 되었을 것이다.

 

<무한도전>이 정형돈의 공백을 미션을 통한 새로운 인물군들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풀어냈다면, <12>은 맏형 김주혁이 빠지면서 생긴 공백을 오히려 새로운 아이템의 기회로 활용하는 명민함을 보여줬다. 추신수 선수의 출연은 어찌 보면 과거 박찬호 선수의 출연 같은 특급 게스트특집일 수 있었다. 하지만 <12>은 추신수를 게스트로 출연시키면서 고정 멤버를 뽑는 것 같은 형식을 빌어 일종의 입단 테스트를 치르게 했다. 결국 매주 수 십 억이 출연료로 드는 문제를 핑계로 추신수를 받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끝나게 됐지만 이런 구성은 <12>의 새로운 재미를 안겨줬다.

 

그리고 이어진 <12>에서는 가족여행이라는 콘셉트로 차태현의 아이들이 동반 출연하는 아이템을 선보였다. 출연자의 아이들이 함께 여행하는 건 <12>로서는 첫 시도였지만 그 아이들 출연이 가져온 변화는 꽤 컸다. 도무지 복불복이 되지 않을 정도로 노는 일에 몰두하는 수찬이와 태은이로 인해 게임보다는 실제 여행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눈썰매를 무한 반복해서 타는 수찬이와 태은이 때문에 땀을 뻘뻘 흘리는 아빠 차태현과 멤버들은 그 자체가 하나의 복불복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무한도전>이나 <12>처럼 고정 멤버들의 지속된 관계들이 스토리를 엮어내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멤버의 공백은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 된다. 하지만 역시 각각 10, 9년의 구력을 가진 프로그램답게 그 공백 또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기회로서 만들어내는 느낌이다. 실로 그 장수한 기간의 공력이 쉽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되는 순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