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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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백선생', 20분 육개장에 담긴 백종원 레시피의 강점

D.H.Jung 2016. 1. 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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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백선생>이 낮춰놓은 요리에 대한 진입장벽

 

보통 육개장이라고 하면 세 시간은 족히 공을 들여야 만들 수 있는 요리다. 고기를 푹 삶아야 하고 그렇게 삶아낸 고기는 일일이 먹기 좋게 잘라내야 한다. 국물을 내고 갖가지 재료들을 손질해 넣고 다시 끓여내야 비로소 육개장이 탄생한다. 물론 특별한 날에 엄마들이 정성을 들여 끓여낸 육개장 맛을 따를 건 없을 게다. 하지만 혼자 사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가족이 함께 산다고 해도 맞벌이 부부들이 많아져 누구 하나 이렇게 시간 들여 요리를 할 여력은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그러니 정식은 아니지만 단 20분의 속성으로 그 육개장 맛을 내는 백종원표 레시피가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집밥 백선생(사진출처:tvN)'

20분에 뚝딱 만들어낸 육개장이 저 엄마들이 정성들여 끓인 육개장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사먹는 것보다야 낫지 않을까. 요리는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 또한 중요하다. 스스로 그럭저럭 만들어 끓여낸 육개장은 비록 간소화된 것이라도 우리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20분 육개장이 갖고 있는 이 간편함은 아마도 <집밥 백선생>의 백종원 레시피가 갖는 가장 강력한 힘일 것이다.

 

요리는 어렵다? 사실 어려움보다 더 큰 문제는 귀차니즘이다. 삼시세끼를 해먹는다는 것은 물론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즐거운 일일 수 있겠지만 요리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귀찮은 일거리일 수 있다. <집밥 백선생>이 정곡을 찌른 곳은 바로 이 귀차니즘이다. 백종원의 역할은 대단히 특별한 요리를 선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나 익숙한 일상적인 요리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것에 있다.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집밥 백선생>은 꽤 많은 레시피들을 공개했다. 우리를 처음 놀라게 한 건 만능간장처럼 한 번 만들어놓으면 두고두고 이런저런 요리에 사용할 수 있는 간편함이 요리에 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이후에도 파스타를 라면 끓이듯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만능오일’, 다양한 고기 양념에 사용하는 만능소스같은 만능 시리즈를 소개했다. 이처럼 만능이 많아진 건 요리에 문외한인 남성들을 제자로 키운 덕(?)이다. 복잡한 건 딱 싫어하는 남자들에게 만능같은 요리 공식은 머리에 쏙쏙 들어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만능시리즈들에 주목하는 건 남자들만이 아니었다. 꽤 오랫동안 요리를 해온 주부들도 이 만능 시리즈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 간편함 때문이었다. 굴전 하나를 만들어도 그냥 굴전이 아니라 초간단 굴전을 선보인다. 큰 사발에 굴을 넣고 부침가루를 넣어 조물조물 반죽하고 사발 한 켠에 계란을 풀어 계란 묻힌 굴을 기름에 부쳐내면 끝. 도대체 굴전 하나 만드는데 사발 하나로 계란 부치듯 쉽게 만든다는데 눈이 가지 않을 수 있을까.

 

물론 혹자들은 이처럼 간편한 레시피가 본래 음식의 고유한 맛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집밥 백선생>이 백종원표 간편한 레시피를 알려주는 건 본래 음식의 고유한 맛을 지워버리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그 간편함을 더해 요리의 문턱을 낮춰주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렇게 요리의 세계에 첫발을 디디고 혹 시간 여력이 있다면 더 본연의 음식을 시도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집밥 백선생>1월 말을 기점으로 휴식을 갖는다고 한다. 6개월 남짓의 시간들이었지만 그간 꽤 많은 레시피들을 알려주었고 그것이 요리의 저변을 확대시킨 것도 분명하다. 된장찌개를 하나 끓이는 것도 또 김치로 전을 부치는 것도 그 레시피 자체보다 힘든 건 요리에 뛰어들기 위해 넘어야 하는 심리적인 진입장벽이다. <집밥 백선생>은 그 간편한 레시피를 통해 진입장벽을 한층 낮춰놓은 점에서 그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