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객주', 아이 쟁탈전에 왜 이렇게 목을 매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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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주', 아이 쟁탈전에 왜 이렇게 목을 매나

D.H.Jung 2016. 1. 15.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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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객주>, 도 넘은 아이에 대한 집착

 

왜 이토록 아이에 대한 쟁탈전을 반복하는 것일까. KBS <장사의 신 객주(이하 객주)>의 아이 쟁탈전에 대한 집착이 도를 넘었다. 마치 이 사극 속의 육의전 대행수 신석주(이덕화)가 아이에 대해 집착하는 모습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처럼, ‘장사의 신이라고 떡 하니 문패를 박아놓은 드라마가 장사는 안하고 아이를 두고 벌이는 쟁탈전이 상식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장사의 신 객주(사진출처:KBS)'

덕분에 이야기는 산으로 가고 있고, 괜찮았던 캐릭터들은 점점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국사당 마마로서 전체 장사판을 혀 하나로 좌지우지 하던 매월(김민정)은 천봉삼(장혁)이 조소사(한채아)와 혼인을 맺은 일 때문에 질투에 눈이 멀어버렸다. 한 때는 마음 속 연인인 천봉삼을 음으로 도왔던 매력적인 인물이지만 이제는 그의 아이를 훔쳐 길소개(유오성)가 신석주를 망신 주는 술수를 쓰는 인물로 전락했다.

 

천봉삼과 팽팽한 대결구도를 이루던 신석주도 마찬가지다. 육의전 대행수로서 적수지만 그래도 대인으로서의 풍모를 보이던 그는 천봉삼과 조소사 사이에 태어난 아이에 집착하기 시작하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결국 매월이 훔쳐 온 아이를 길소개가 그에게 넘겨주고, 김보현(김규철), 민겸호(임호)와 객주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아이의 친부는 사실 천봉삼이라는 것이 폭로됨으로서 대행수로서의 위신은 바닥에 떨어지고 만다. “내 아들이야 육의전을 이어받을 내 아들이야!”라고 소리치며 악쓰는 신석주에게서 한 때 천봉삼의 호적수였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원산객주와 길소개의 모략으로 천가객주의 말뚝이(황태)라고 속여 못 먹을 말뚝이를 섞어 팔던 전주객주를 찾아간 천봉삼은 결국 모든 문제들을 풀어나갈 실마리를 잡지만, 마침 온 원산객주가 신석주와 자신의 아이의 일을 얘기하자 모든 걸 집어치고 천가객주로 달려간다. 그나마 장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던 참에 이야기는 다시 아이 쟁탈전 문제로 돌아가 버린다.

 

물론 아이 쟁탈전 문제가 <객주>에서 전혀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어찌 보면 신석주의 유일한 약점이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어찌 보면 무모해 보이는 아이 쟁탈전이 감행되고, 그 하나의 약점이 만천하에 드러남으로써 신석주가 육의전 대행수로부터 불신임을 얻게 됐다는 것. 따라서 이 아이 쟁탈전으로 신석주는 뒤로 물러나고 대신 길소개가 전면에 나서게 되는 이야기가 이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제 신석주가 물러난 마당에 아이 쟁탈전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게 되지 않을까. 이제 본연의 장사 이야기로 흘러가지 않을까. 하지만 길소개라는 인물이 전면으로 나서는 만큼 그것이 온전히 장사에 대한 이야기가 될 지는 의문이다. 길소개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온갖 술수를 다 동원하는 인물이다. 신석주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 하지 않은 캐릭터라는 것이다. 결국 온전한 장사의 대결을 보기보다는 그의 술수와 맞서는 천봉삼의 이야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객주>에 대한 시청자들의 볼 멘 소리는 장사에 집중된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이면에 벌어지는 온갖 술수들이 너무 과도하게 등장함으로써 이야기의 본말이 흔들리고 있는 것 때문에 생겨난 일이다. 물론 이런 술수와의 대결이 <객주>가 그리려는 진정한 상인의 길을 말하는 것일 테지만 그것이 너무 과도한 것이 문제다. 과도한 설정의 반복은 자칫 캐릭터의 매력까지 앗아갈 수 있다. 산으로 가고 있는 <객주>. 빨리 제 갈 길을 찾아야 시청자들을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