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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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더 해피엔딩', 로코에서 빛나는 장나라와 정경호의 진가

D.H.Jung 2016. 1. 2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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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더 해피엔딩>, 빠른 전개에도 감정몰입 괜찮은 까닭

 

거칠 것이 없다. MBC 수목드라마 <한번 더 해피엔딩>의 전개 속도는 그 어떤 로맨틱 코미디보다 빠르다. 첫 회에 만난 한미모(장나라)와 송수혁(정경호)은 낯 술 한 잔으로 결혼 직전까지 달려간다. 결혼서약서에 친구인 구해준(권율)까지 동석시켜 사인까지 한다. 물론 서약서는 다행히(?) 접수되지 않았지만 만남에서 결혼까지 조금씩 진행해가는(심지어 어떤 로맨틱 코미디는 이 과정이 전부인 경우도 많다) 드라마와는 너무 다른 빠른 전개다.

 


'한번 더 해피엔딩(사진출처:MBC)'

2회에서는 술이 깬 한미모와 송수혁이 모든 게 술 때문이었다며 전 날 벌어진 일들을 그냥 해프닝으로 치부하고, 한 밤 중에 어지럼증을 느껴 응급실로 실려온 한미모가 송수혁의 친구인 구해준을 만나 첫 눈에 빠져버리는 이야기까지 흘러간다. 한미모는 구해준을 보고는 대놓고 재혼할 결심을 갖는다. 2회만에 결혼 직전까지 간 남자와 재혼 결심을 하게 만드는 남자, 그렇게 삼각관계가 일사천리로 이뤄진다.

 

<한번 더 해피엔딩>의 이런 빠른 전개와 속도감은 이 로맨틱 코미디가 다루고 있는 것이 한번 갔다 온(?) 재혼 커플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미 알 것 다 아는 남녀들이어서인지 숨기고 내숭 떨고 하는 것이 이 드라마에서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대신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또 좋으면 뭐가 좋다는 식으로 직설적으로 드라마가 흘러간다. 그 호불호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심지어 성적인 면도 숨기지 않는다.

 

장나라라는 배우가 가진 로맨틱 코미디의 연장으로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른바 장나라표 로코는 귀엽고 솔직한 캐릭터로 여성들의 공감대가 크다. 그 솔직하게 망가지는 모습에 한껏 웃음을 주면서도 순간 짠해지는 공감도 놓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장나라는 원숙함을 덧붙였다. 이미 한 번 결혼하고 돌아와 재혼을 꿈꾸는 커리어 우먼으로서 거칠 것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간 지상파드라마에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정경호는 JTBC <무정도시><순정에 반하다>에서 꽤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한번 더 해피엔딩>에서 정경호는 훨씬 더 일상으로 내려온 듯한 편안한 얼굴이다. 의외로 웃음을 주는 과장 연기에도 능하고 동시에 아들을 가진 아빠로서의 진중한 연기도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

 

이렇게 단 2회 만에 굉장히 많은 감정적 굴곡을 보여주는 빠른 전개의 드라마가 가능하려면 그것을 소화해내는 연기자가 그만큼 감정연기에 능수능란함을 갖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장나라는 물론 이런 역할에 베테랑이지만 정경호의 로맨틱 코미디 연기도 만만찮게 자연스럽다. 한껏 웃음을 주다가 갑자기 자신의 처지를 드러내며 눈물을 터트리는 장나라나, 사별한 아내의 이야기 앞에 짐짓 아련해지는 정경호의 감정 연기는 빠른 전개 속에서도 드라마가 단단해보이게 만드는 이유다.

 

결혼만큼 이혼도 늘고 있는 현실이다. 당연히 결혼이나 재혼에 대한 생각도 달라질 수밖에 업다. 남녀 사이의 때론 달달하고 아프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로맨틱 코미디의 재미만큼 이 달라진 세태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충분하다. 무엇보다 그 중심을 잡아주는 장나라와 정경호의 연기력과 매력이 재혼이라는 소재와 잘 맞아 떨어지며 돋보이는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