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윤정수 대세 만든 '님과 함께2', '우결'과는 정반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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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수 대세 만든 '님과 함께2', '우결'과는 정반대

D.H.Jung 2016. 2. 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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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결>의 판타지를 모두 뒤집어버린 <님과 함께2>

 

윤정수는 실로 대세 예능인이 됐다. 한동안 방송에는 얼굴도 잘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사업실패로 파산신청까지 할 정도로 추락했던 그였다. 그랬던 그가 최근 몇 개월만에 이토록 매력적인 인물이 된 데는 JTBC <님과 함께2>라는 프로그램에 김숙과 쇼윈도 부부콘셉트로 출연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도대체 이 프로그램의 어떤 점이 윤정수라는 어찌 보면 옛날 코미디언(?)을 이토록 뜨거운 인물로 만든 걸까.

 


'님과 함께2 최고의 사랑(사진출처:JTBC)'

사실 개그맨으로 잔뼈가 굵어온 윤정수의 웃음에 대한 감각은 명불허전이다. 어떤 것이 웃음의 포인트가 되고 그것을 하기 위해서 심지어 엄동설한에 누드시위(?)를 벌이는 것조차 꺼리지 않는 모습에서는 그의 뼈그맨으로서 면면이 묻어난다. 즉 어떤 상황에서든 웃음을 만드는 그 능력은 확실히 남다르다는 점이다.

 

하지만 윤정수를 이처럼 돋보이게 하는 건 그런 웃음의 강도 때문이 아니다. 최근 예능에서 웃음만큼 중요해진 건 그 사람에 대한 호감도다. 윤정수는 이미 바닥까지 온 자신의 처지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그것조차 웃음의 소재로 내놓는 걸 꺼리지 않음으로써 대중들의 호감을 샀다. 어떤 면에서는 그 웃음 뒤에 짠한 페이소스까지를 느끼게 만드는 윤정수는 그래서 같은 힘겨운 현실을 공감하는 서민들에게는 지지해주고픈 마음을 갖게 하는 인물이 되었던 것.

 

하지만 제 아무리 윤정수가 웃음의 능력이 뛰어나고 또 호감이 가는 인물이라고 해도 그것을제대로 뽑아내주는 <님과 함께2> 같은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이처럼 그가 대세 예능인이 되지는 못했을 게다. <님과 함께2>는 지금껏 MBC <우리 결혼했어요>가 해왔던 가상 부부 콘셉트를 완전히 뒤집어버림으로써 신선한 웃음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가짜 판타지를 뒤집는 역발상이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가짜지만 진짜인 척 하는 부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님과 함께2>는 아예 대놓고 쇼윈도 부부를 내세운다. 즉 진짜인 척 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이건 가짜(혹은 그래야만 한다고)라고 주장하는 것. 그러자 이야기는 의외의 진정성을 갖게 된다. 즉 가짜라고 주장하고 때로는 그것이 하나의 상황극일뿐이라고 보여주지만, 어느 순간 짧게 진심이 슬쩍 드러나는 그 장면에서는 의외의 애정 같은 게 비춰진다는 점이다.

 

시청률 7%를 넘기면 진짜 결혼한다는 황당한 공약을 내세우고는 그걸 막기 위해 본방 시청하지 말자는 피켓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나, 이제 대세 예능인으로서 <정글의 법칙>이나 <마이 리틀 텔레비전>, <복면가왕> 같은 프로그램을 겨냥해 방송 연습을 하는 모습은 그래서 웃기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짠한 느낌도 준다. 윤정수와 거리를 두려하지만 은근히 그를 도와주는 김숙 역시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건, 마치 할 수 있는 건 다 한다는 식으로 온몸을 던지는 윤정수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지와 공감대를 함께 하기 때문일 게다.

 

그 누구도 더 이상 <우리 결혼했어요> 같은 가상 부부 콘셉트가 진짜일 거라고 믿지 않는다. 그것이 잠시 현실을 잊게 만드는 달달한 판타지라는 걸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래서일까. 판타지가 아닌 <님과 함께2>가 보여주는 개그맨들의 현실에 더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웃고 있고 또 대책 없는 웃음을 만들기 위해 뭐든 하는 개그맨들의 쇼윈도 부부설정에서는 마치 살기 위해 힘겨운 직장 내에서도 웃으며 살아가는 샐러리맨들의 얼굴이 느껴진다. 서로가 살기 위해 일종의 합의된 연기를 하고는 있지만, 때때로 그 연기를 넘어서 다가오는 동료(혹은 그 이상)의 마음이 느껴질 때도 있는 법이다. 김숙이 그러하듯 윤정수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의 마음이 생기는 건 그래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