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밥 넘치는 <배트맨 대 슈퍼맨>의 약한 메시지

 

사실 배트맨이니 슈퍼맨이니 하는 슈퍼히어로들에게 대단한 세계관과 메시지를 요구하는 건 과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왕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배트맨으로 그려냈던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세계가 슈퍼히어로물이 더 이상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심지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어른들의 세계일 수 있다는 게 드러난 마당에, 꼭 이런 세계관과 메시지에 대한 요구는 절대로 과한 것이 아닌 게 되었다.

 


사진출처:영화<배트맨 대 슈퍼맨>

하도 오랫동안 예고편을 통해 떡밥을 던져놔서인지 <배트맨 대 슈퍼맨>에 거는 기대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제목대로만 보면 배트맨과 슈퍼맨이 대결하는 이 구도가 마치 아이들이나 좋아할 법한 둘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같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 슈퍼히어로물에 대해 철학적 세계관을 투영시켜 바라보는 시각이 생긴 지금, 이 대결구도는 다양한 의미와 메시지의 도출을 기대하게 만든다.

 

알다시피 배트맨은 인간이고 슈퍼맨은 외계인이다. 아니 슈퍼맨은 그저 외계인이 아니고 배트맨과 비교하면 거의 신적인 존재다. 그러니 이 대결은 인간과 신의 대결로 보일 수 있고, 나아가 인간과 이종족이라는 타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처럼 보일 수 있다. 그리고 <배트맨 대 슈퍼맨>은 실제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신격화되어 있는 슈퍼맨은 과연 인간을 보호하는 존재인가 아니면 위협하는 존재인가. 슈퍼맨과 그를 쫓아 지구를 침공한 조드 장군과 일당과의 대결로 초토화되어버린 도시 속에서 배트맨은 그런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것은 믿음의 문제로까지 나아간다. 과연 슈퍼맨은 믿을만한 존재인가. 아니 인간이 아닌 신은 과연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인가.

 

<배트맨 대 슈퍼맨>이 그리는 신과 인간의 대결구도가 저 성서의 이야기를 따왔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지구를 산산조각낼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슈퍼맨은 신적 존재이지만 그는 인간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사랑의 존재이기도 하다. 그 위대한 사랑은 지구로 떨어진 아기를 키워준 어머니로부터 나온다. 이런 인물 캐릭터에서 우리는 성서의 많은 인물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철학적인 이야기의 구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그 진지한 질문보다는 간단한 해결과 블록버스터 볼거리에 더 치중한다. 물론 그 볼거리는 잭 스나이더 감독의 작품들이 그러하듯이 충분히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 끌만큼 매력적이다. 게다가 향후 쏟아져 나올 DC 코믹스의 히어로들 이야기에 대한 떡밥들도 넘쳐난다. 아마도 이 작품으로 인해 앞으로 나올 저스티스 리그의 슈퍼히어로 각각의 이야기들 역시 관심을 끌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도입부분의 진중한 메시지가 후반부에서 흐지부지되는 과정은 기대한 만큼 큰 실망감을 남긴다. 그래서 <배트맨 대 슈퍼맨>이 차용한 신과 인간의 이야기 같은 철학적 주제가 앞부분에 강조된 것은 후반부의 말도 안 되게 기막힌 볼거리들을 그저 만화가 아닌 것으로 여겨지게 하기 위한 장치 정도로 여겨지는 면이 있다. 만일 앞부분의 진중한 질문들이 없었다면 영화 후반부의 많은 장면들은 너무 과도해 실소가 나왔을 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영화는 재밌다. 적당히 진지하고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화려한 시각적 즐거움이 넘쳐난다. 하지만 <다크나이트 라이즈> 같은 진중한 메시지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지도 모른다. 이것은 어쩌면 그만큼 큰 기대감 때문일 수 있다. 어차피 철학적 질문을 던졌다면 그만한 메시지를 담아냈어야 한다는 그 기대. 혹평이 쏟아진 건 이제 슈퍼히어로물에서도 철학적 주제를 기대하게 된 그 달라진 시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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