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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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씨남정기', 윤상현 같은 샐러리맨이 성공할 수 있어야

D.H.Jung 2016. 4. 18.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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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씨남정기> 윤상현, 찌질하다고? 인간적이다!

 

처음에는 그저 찌질한 하청업체 샐러리맨처럼 보였다. 사장과 함께 영원한 갑인 황금화학 김상무(손종학)의 접대를 나가고, 필요하다면 무릎이라도 꿇을 것처럼 조아리면서 헛된 접대성 웃음을 날리는 그가 아니었나. JTBC <욱씨남정기>의 남정기(윤상현) 과장은 그런 사람이었다. 적어도 옥다정(이요원)이라는 본부장이 새로 나타나기 전까지는.

 


'욱씨남정기(사진출처:JTBC)'

하지만 옥다정이 오면서 그는 조금씩 각성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없었다면 자체 브랜드 생산 같은 건 꿈도 꾸지 않았을 그다. 영원히 황금화학의 을로서 하청업체가 해야될 일들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었을 그다. 하지만 러블리 코스메틱이 늘 취하고 있던 을의 입장을 옥다정이 과감하게 내팽개쳐버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하청이 끊어지는 것이 회사가 망하는 길이라고 여겼던 그지만 이제는 자신의 주 업무인 자체 브랜드 개발에서 남다른 능력을 발휘하는 그가 되어가고 있다. 그는 옥다정의 지휘아래 토닥토닥세럼을 개발해 히트 상품으로 만들었고 이어 색조화장 세트, 립스틱까지 만들어내며 자신의 진가를 드러낸다.

 

사실 애초에 옥다정이 러블리 코스메틱 본부장으로 오겠다고 마음 먹게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그건 바로 러블리 코스메틱의 제품의 질이 우수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러블리 코스메틱의 가장 큰 경쟁력이란 남정기 과장 같은 어찌 보면 바보스러울 정도로 우직하지만 고집스럽게 제품의 질을 위해서만 노력하는 인물에서 나온 것이었다. 다만 하청업체라는 입지 때문에 그 가치가 전혀 드러나지 않았을 뿐.

 

게다가 그는 자신이 망가질지라도 자신의 부하직원들을 가족처럼 챙기는 따뜻한 상사다. 새로운 제품 콘셉트 기획안이 유출된 것에 대해 박현우(권현상) 대리가 그런 것 아니냐며 몰아세우는 신팀장(안상우)에게 소심한 그가 책임을 져도 제가 질 테니까 함부로 제 부하 직원한테 손대지 말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그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사실 남정기 같은 과장은 우리가 사회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다. 그저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크게 비전은 보이지 않는 그런 인물. 꿈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이 야망은 아니고, 성공하고픈 욕구가 있지만 그렇다고 물불 가리지 않는 사람도 아니다. 또 갑질하는 회사의 접대가 죽을 듯이 싫지만, 그것이 회사의 입장이기 때문에 기꺼이 감수해내는 인물.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샐러리맨의 전형처럼 보이는 인물이 남정기 과장이다.

 

하지만 <욱씨남정기>는 이렇게 흔하게 볼 수 있는 인물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간다. 그가 꿈꾸지 못하고 비전을 보이지 않았던 건 그게 없어서가 아니라 그걸 발현시킬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힘겨운 접대도 감수했지만 사실 그가 진정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은 일은 혼자 다 해도 티는 잘 나지 않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곳이었다.

 

남정기 과장에게 박현우는 화가 나 남과장님 같은 꼴이 되기 싫다고 말한다. 그럴 법 하다. 회사에서 부하직원들이 바라보는 자신의 미래란 바로 위 상사의 현재다. 남정기 과장의 드러나지 않는 가치에 박현우가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하다. 그런 얘기까지 듣는 남정기지만 그는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혼자 밤샘근무를 한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내가 좀 더 잘할게. 선배로서, 어른으로서라며 부하직원인 박현우를 다독인다.

 

뒤에서 힘든 일 다 하는데 생색은 다른 사람이 내고. 화 안 나냐라고 묻는 박현우의 질문은 아마도 시청자들이 하고픈 말일 것이다. 여기에 대해 남정기 과장은 남이 날 알아주든 몰라주든 그건 중요한 게 아냐.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날 인정해주는 일 아닐까라고 답한다. 물론 이런 교과서적인 답변은 현실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그 답변은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왜 이런 지극히 당연해야할 답변이 비현실적인 답변처럼 여겨지게 된 걸까. 남정기 과장 같은 묵묵히 자기 일을 성실히 하며 부하직원들에게 인간적으로 대하는 샐러리맨들이 성공하는 그런 현실은 요원하기만 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