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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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듀오', 가창력 대결보다 짜릿한 소통의 즐거움

D.H.Jung 2016. 5. 1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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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듀오>, 콜라보를 통해 할 수 있는 것들

 

음악예능은 너무 많이 나왔고 그래서 식상해진 면이 있다. 특히 가창력 대결을 벌이는 음악 예능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미 MBC <나는 가수다>를 통해 노래 신들의 무대를 봤던 이들이라면 가창력 하나를 두고 벌이는 노래 대결이 그리 신선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경험할 건 다 해봤던 느낌들이기 때문이다.

 

'판타스틱 듀오(사진출처:SBS)'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예능에 귀를 쫑긋 세우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SBS <판타스틱 듀오>에서 에일리가 판듀 후보로 오른 세 명의 청춘들과 함께 보여줄게를 부르는 순간이 그렇고, 신승훈이 고인이 된 유재하와 김현식에 대한 절절한 마음을 담아 가리워진 길을 함께 부르는 순간이 그렇다. 그것은 가창력 대결과는 무관한 함께 한다는 의미, 즉 오롯이 콜라보레이션이 주는 소통의 묘미가 담길 때다.

 

에일리는 왜 자신의 노래인 보여줄게를 많은 팬들을 보며 눈물을 참지 못했을까. 그것은 감사한 마음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들에게서 자신의 청춘을 봤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신 또한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래 불렀던 청춘의 시절이 있었고,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마치 그 때의 자신을 그대로 환기시켰을 것이다.

 

에일리와 함께 무대에 오른 세 명의 청춘들, 부산뱅크녀, 북한산 민물장어녀, 아차산 아이스크림녀들은 각자 저마다의 고단한 청춘을 살아내는 이들이었지만 그토록 밝은 에너지가 넘칠 수가 없었다. ‘당당한 나를 드러낼 것을 다짐하는 가사를 담은 보여줄게라는 노래는 그래서 에일리와 이 세 청춘들이 함께 부르자 몇 배는 더 커진 의미로 다가왔다. 남녀 간의 이야기를 넘어서 꿈을 포기하지 않는 청춘의 의미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고인이 된 두 사람, 유재하가 만들고 김현식이 부른 가리워진 길을 함께 부른 신승훈은 111일에 얽힌 기막힌 사연을 소개했다. 그 날은 신승훈의 데뷔일이면서 두 고인의 기일이었던 것. 이제 고인이 된 김현식의 목소리에 얹어진 신승훈의 노래는 그래서 단지 노래로만 들리지 않았다. 그것은 생전에 꼭 현식이형이라고 부르고 싶었다는 신승훈의 마음을 전하는 메시지였다.

 

<판타스틱 듀오>는 물론 일반인과 기성가수가 듀오를 이뤄 가창력 대결을 벌이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음악 예능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결보다는 콜라보레이션이 갖는 그 화음과 협력에 더 집중하고 있고, 가창력을 물론 조명하지만 그 노래 속에 담긴 마음과 마음의 소통에 더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래도 음악 예능이 식상해진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너무 많이 쏟아져 나왔고, 그 형식도 비슷비슷하며 거기 출연하는 가수들 또한 겹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순간들이 있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판타스틱 듀오>가 어떤 감흥을 주는 순간은 놀라운 가창력의 소유자가 등장했을 때가 아니다. 그들이 타인과 노래를 통해 어떻게 연결되고 마음을 전하는가 하는 그 지점이 대중들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질 바로 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