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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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영에 이어 공심이까지, 그녀들에게 빠지는 까닭

D.H.Jung 2016. 5. 2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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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강한 <미녀 공심이>, SBS 주말극의 기지개

 

SBS <미녀 공심이>의 반응이 심상찮다. 그간 MBC 주말극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지만 별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SBS 주말극이 <미녀 공심이>라는 드라마로 인해 의외의 힘을 얻고 있다. 첫 회 8.9%(닐슨 코리아) 시청률로 시작한 <미녀 공심이>3회만에 10.7%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본격적인 레이스에 들어갔다.

 

'미녀 공심이(사진출처:SBS)'

애초에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던 소품으로 여겨진 <미녀 공심이>가 이토록 큰 반응을 얻어내고 있는 이유는 뭘까. 역시 로맨틱 코미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여성 캐릭터다. 공심(민아)이라는 캐릭터가 시청자들, 특히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까닭이다.

 

공심이란 캐릭터에서 떠올리게 하는 인물은 tvN <또 오해영>의 그냥 오해영(서현진) 캐릭터다. 다른 드라마고 또 그 드라마의 이야기도 확실히 다르지만 이 두 캐릭터들의 설정만큼은 유사한 점이 있다.

 

첫째, 스스로를 예쁘지 않다고 말하는 캐릭터들이고 그래서 항상 비교되고 위축되어 있는 인물들이다. 둘째, 그 비교대상으로서 이른바 예쁜캐릭터들이 존재한다. <또 오해영>에서는 예쁜 오해영(전혜빈), <미녀 공심이>에서는 공심이의 언니인 공미(서효림)가 그들이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예쁘지 않다 말하는 캐릭터들이 훨씬 드라마 상에서는 예뻐 보이고, 넷째 이들 드라마에는 도경(에릭)이나 안단태(남궁민), 석준수(온주완) 같은 멋지지만 진짜 예쁜 그들의 진면목을 알아봐주는 남성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포인트는 이들 예쁜 캐릭터와 못난 캐릭터들은 사회적으로도 비교된다는 점이다. 그냥 오해영과 예쁜 오해영은 회사 내에서 부하직원과 상사의 관계로 비교되고, 공심이와 곰미는 집안에서 구박덩어리와 집안을 먹여 살리는 가장으로 비교된다. 이 점 역시 이 두 드라마가 멜로의 틀을 살짝 벗어나 사회적인 메시지로 확장되는 여지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흥미로운 건 금수저 흙수저 비교대상이 있는 멜로 구도에 사회적 메시지가 살짝 얹어진 이들 드라마들이 모두 시청률에 있어서 드라마틱한 상승곡선을 그린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멜로라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소소하게 시작하지만 단 몇 회 만에 입소문이 나면서 시청률이 급상승한다. 입소문에 의한 반응이기 때문에 화제성은 더 크고 그건 다시 시청률로 이어진다.

 

물론 <미녀 공심이><또 오해영>과는 다른 독특한 지대를 갖고 있다. 그것은 남자 주인공인 안단태(남궁민)가 무료로 억울한 사람들을 변호해주는 인권변호사라는 점이다. 이 점은 <미녀 공심이>가 가진 사회적 의미가 부각되게 해준다. 게다가 이 미스테리한 인물인 안단태에게는 숨겨진 출생의 비밀이 있어 향후 어떤 지점에서는 이것이 드라마에 폭발력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에 대한 반응은 여러모로 당대의 대중정서와 관계될 수밖에 없다. 최근 드러나고 있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 너무 무거운 이야기는 피하려 하고 현실 그 자체를 드러내기보다는 현실을 살짝 잊고 판타지에 빠지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물론 그렇다고 현실 자체를 떠나는 이야기는 아예 관심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보면 <또 오해영>이나 <미녀 공심이>가 의외의 열광을 얻어내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이들 드라마들은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의 경쾌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멜로와 코미디 이면에 이를테면 스펙사회 같은 사회적 메시지가 깔려 있다. 현실에서는 소외되던 캐릭터가 드라마 속에서는 사랑받는 그 이야기는 의외로 강력하다. <미녀 공심이>가 그간 부진의 늪에 빠져 있던 SBS 주말극을 구원할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