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과거에 멈춘 주말예능, 트렌드는 바뀌고 있는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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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멈춘 주말예능, 트렌드는 바뀌고 있는데..

D.H.Jung 2016. 5. 3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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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째 같은 트렌드, 관성으로 가는 주말예능

 

일요일 저녁 TV를 켜면 마치 시간이 과거로 되돌려진 느낌이다.

 

'판타스틱 듀오(사진출처:SBS)'

2012<나는 가수다>가 이소라를 첫 무대에 세워 바람이 분다를 들려줬던 그 시절이 고스란히 반복되고 있다. SBS <판타스틱듀오>는 그 콘셉트를 일반인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바꾸었고, MBC <복면가왕>은 편견을 깨는 복면 콘셉트로 변화를 주었다. 물론 그 변화는 기존의 주말을 장식했던 음악 예능과의 차별점을 만들어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반복되면서 차별점은 점점 희미해지고 유사점들이 점점 많아진다. 가창력 대결은 어쩔 수 없이 그 정점이었던 <나는 가수다>를 따라간다. 노래 부르는 가수와 그 놀라운 가창력에 호들갑을 떨며 소름 돋았어라고 말하는 청중 혹은 패널들이 존재한다. <복면가왕>의 우리동네 음악대장은 무려 9연승을 하고 10연승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제 그 복면 너머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나는 가수다>에서 절정의 가창력을 보여줬던 그는 지금 복면을 썼을 뿐 여전히 범접할 수 없는 가창력의 무대를 이어간다. 하지만 9연승, 10연승 같은 수치들이 <복면가왕>의 관전 포인트로 바뀌어갈수록 복면을 씌움으로써 다양한 가수들의 다양한 음악의 매력들을 추구하던 <복면가왕> 본연의 이야기는 점점 퇴색해져 간다. <나는 가수다>가 결국 폐지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건 다양성이 아닌 목청 대결로까지 치달았던 그 서바이벌 콘셉트가 가진 한계 때문이었다.

 

이 대결의 대오에 SBS <판타스틱 듀오>가 뛰어들었다. 일반인과 프로 가수들의 콜라보레이션은 음악 자체보다 그 소통에 더 집중하는 느낌을 주면서 참신한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 역시 조금 지나자 전형적인 가창력 대결의 틀로 흘러간다. 이선희가 꾸린 듀엣 무대에 다른 가수들의 듀엣들이 도전하는 형식을 취하게 되었다. <복면가왕>의 대결 구도와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형식과 구성을 바꾸었지만 그 지향점이 가창력 절정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안을 세세히 들여다보면 각각의 차별점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주말 저녁 TV를 트는 시청자들은 그 차별점을 굳이 찾아낼 정도로 집중하진 않는다. 대신 음악이라는 소재가 같고 결국 여기를 틀어도 저기를 틀어도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는 모습이 나오는 걸 보고는 그게 그거인 것으로 여겨질 뿐이다. 이래서는 시청자들이 능동적을 찾아보는 주말 예능으로서 자리하기가 쉽지 않다.

 

KBS <12>SBS <런닝맨>은 주말 예능의 터줏대감처럼 자리하고 있다. <12>은 시즌3를 거치며 무려 9년차에 접어들었다. <런닝맨> 역시 6년을 거치며 최근 300회 특집을 했다. 오래도록 한 길을 달려온 공적은 말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하지만 매번 비슷한 패턴 안에서 도돌이표를 하는 듯한 프로그램의 반복은 때론 식상하게 다가온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 두 프로그램은 그 본질이 게임 버라이어티라는 틀로 귀결된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12>은 여행이라는 소재가 전면에 깔려 있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재미 부분은 대부분 게임이다. 최근 들어 윤시윤이 합류하면서 새로운 느낌을 주었지만 <12>은 곧바로 복불복 게임의 반복 속으로 들어갔다. <런닝맨>은 아예 대놓고 게임 버라이어티를 추구해온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을 만하지만 역시 이 프로그램 역시 너무 비슷비슷한 게임들의 반복 속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300회 특집으로 한 것이 ‘7 vs 300’이라는 점은 이 프로그램이 시도해온 다양한 게임들의 양을 긍정하게 하면서도 그 단순한 게임들이 너무 많았다는 점들 또한 상기하게 해준다.

 

한때 대중들의 시선을 한 몫에 차지했던 육아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과 군대예능 <진짜사나이>는 이제 그 트렌드가 한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새로운 콘셉트를 집어넣으려고 인물을 바꿔보기도 하고 조합을 바꿔보기도 하지만 이미 지나버린 트렌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한때는 그래도 지상파 3사의 예능 성적표를 가름하던 주말 예능이었다. 주말 예능에서 수위에 오르면 마치 지상파 3사 대결에서 헤게모니를 잡은 듯한 느낌마저 주었다. 하지만 과도한 시청률 경쟁을 반복하면서 현재의 지상파 주말 예능은 이른바 되는 콘셉트만 반복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것이 음악예능이고 게임예능이다. 그리고 과거의 영광을 버리지 못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지 못해 반복하고 있는 게 육아예능이고 군 소재 예능인 셈이다. 이래서는 이탈하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다시 끌어오기가 힘겨워진다. 트렌드는 계속 바뀌고 있는데 왜 여전히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