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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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강호동, '신서유기2'에서 드러난 진가

D.H.Jung 2016. 6. 19.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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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을 내려놓고 보이기 시작한 강호동의 진가

 

역시 강호동이다.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역시라고 했던 이수근의 말마따나 이번 <신서유기2>는 그 수식어가 제대로 어울리는 시간들이었다. 안재현이라는 새로운 예능 보물이 탄생했고, 지니어스원 은지원은 미친 X’라는 새로운 캐릭터로 우뚝 섰으며, 이수근은 특유의 순발력으로 강호동과 케미를 만들어내며 쉴 틈 없는 웃음을 선사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인 건 역시 강호동이다. 그의 웃음을 향한 질깃질깃한 집념은 결국 해냈다는 말을 듣기에 충분했다.

 

'신서유기2(사진출처:tvN)'

역대급 제기 차기 미션이 되었던 이른바 신의 제기는 사실상 강호동이 만들어낸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제기를 못 차는 안재현이 고작 3개를 차면 되는 걸 못하고 실패하자 강호동은 끝없이 재도전을 협상하는 것으로 판을 키워 나갔다. 이수근이 50개를 차는 것으로 재도전 기회를 얻고 안재현이 5개를 차면 드래곤볼을 얻는 식. 이수근이 4개를 남기고 50개 차는 걸 실패하자 그 다음에는 네 명이 합해서 100개를 차는 재도전 협상을 얻어냈다. 결국 실패로 돌아가 벌칙을 수행하게 됐지만 보다 못한 나영석 PD가 안재현에게 5개를 차면 벌칙을 없애주겠다고 제안함으로써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놀라운 건 그렇게 못하던 안재현이 무려 7개를 찼다는 것.

 

사실 제기 하나로도 충분히 재밌을 수 있다는 건 이미 <12> 시절부터 봐왔던 일들이다. 여행을 떠났는데 폭우가 쏟아져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방안에서만 보내게 되자 했던 무수한 게임들이 그것이다. 그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게임들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 있었던 건 게임 자체가 아니라 그걸 수행하는 출연자들이 그만큼 상황을 잘 살려냈기 때문이다.

 

만일 강호동이 특유의 협상가(?)로서의 면모를 보이지 않고 그저 포기했다면 어땠을까. 물론 예능 새내기로서의 안재현이 있었고 제기 전문가(?)로서의 이수근, 그리고 그들과 밀당하는 나영석 PD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협상이었지만 그걸 특유의 뚝심으로 밀어붙이고 웃음이 터지는 상황으로 몰아가는 강호동의 노련함이 있었기에 신의 제기라는 역대급 장면이 가능할 수 있었다.

 

강호동의 진가는 모든 촬영을 끝내고 근처에서 회식을 한 후 돌아오는 길에서도 발휘됐다. 비슷한 집들 사이에서 숙소를 찾지 못해 헤매는 상황. 강호동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중국인들에게 다가가 숙소의 위치를 물었고 그러다 가슴 찡한 감동을 전해준 친절한 중국인 청년을 만날 수 있었다. 자신이 직접 숙소까지 데려다 주겠다며 앞장 서 걷는 중국인 청년을 보면서 강호동은 눈물 날 거 같다며 아버지가 떠오른다고 했다.

 

어렸을 때 착하게만 사시는 아버지에게 불만이 많았다는 강호동은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서 욕심을 좀 내셨으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 착한 중국인 청년을 보면서 욕심이 아니라 저렇게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는 것. 그러면서 강호동은 스스로에게 정신 차려라라고 말했다.

 

아마도 강호동에게 복귀 후 지금까지의 시간은 꽤 긴 시간이었을 것이다. 사실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기보다는 여러 가지 이유가 겹치면서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다고 보는 편이 맞다. 그것이 혹시 더 강해졌던 욕심때문이었다면, 강호동이 스스로 말했듯 그걸 내려놓고 그저 바르게 한 길을 가는 선택을 하길 바란다. 이미 많은 걸 내려놓으면서 좀 더 자연스러워지고 그러면서 그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한 걸 <신서유기2>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으니. 앞으로도 역시강호동이라는 소리를 계속 듣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