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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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마인드', 왜 하필 반사회적 인격장애일까

D.H.Jung 2016. 6. 2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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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마인드> 장혁, 싸이코 패스 같은 현실을 닮은 까닭

 

KBS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에서 주인공 이영오(장혁)는 현성병원에 부임한 천재적인 신경외과의사다. 하지만 그는 또한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인물이다. 감정 중추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타인의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한 마디로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없는 의사.

 

'뷰티풀 마인드(사진출처:KBS)'

공감 능력이 부재한 의사라는 사실은 섬뜩한 느낌을 준다. 이런 의사가 메스를 들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그 칼끝에는 감정이라는 것이 없을 것이다. 타인의 고통 따위는 전혀 느끼지 못할 것이니 말이다. 그러니 그것은 수술이라기보다는 마치 사이코 패스가 칼을 들고 인간의 몸을 해부하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영오는 아버지이자 의사인 현성병원 센터장 이건명(허준호)으로부터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즉 타인의 감정을 얼굴 표정이나 제스처 등을 통해 읽어내는 이른바 감정 훈련을 받은 것. 그래서 이영오는 상대방의 표정을 보며 그가 어떤 마음 상태인가를 읽어낼 수 있게 된다. 감정은 못 느끼지만 타인의 마음을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된 것.

 

공감 능력의 부재는 최근 우리네 사회가 갖고 있는 많은 강력범죄들 속에서 발견될 정도로 심각한 정신질환이다. 하지만 <뷰티풀 마인드>의 이영오는 어째서 이런 위험천만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을까. 그것은 이 의학드라마가 던지고 있는 중대한 메시지를 이 캐릭터가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공감 능력이 가진 힘에 대한 이야기면서 동시에 점점 공감이 아닌 성공이나 실적에 더 치열해진 사이코 패스 같은 사회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영오는 공감 능력이 없기 때문에 위험천만한 수술을 아무런 감정적 동요도 겪지 않고 성공시킨다. 아버지 이건명조차 손을 부들부들 떨며 긴장했던 수술. 정치인의 공개수술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병원의 운명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그 수술에서 이영오는 무심한 마음으로 마치 기계처럼 정확하게 수술을 해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수술을 성공시킨 이영오는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한다. “난 이미 알아버렸어요. 내 의사로서의 재능은 텅 비어 있는 마음이라는 거.” 흔들리지 않고 두려움 없이 하는 수술이었기 때문에 그가 성공할 수 있었다는 건, 공감 능력이 없는 것이 어떤 일을 하는데 있어서 기능적으로는 더 효과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암시한다.

 

결국 이 이야기는 이건명의 아들에 대한 노력이 흔들리기 시작한다는 걸 말해준다. 그 위험천만한 텅 빈 마음은 때론 의외로 냉철한 수술을 통해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생명에 대한 아픔과 고통을 인지하지 않고 하는 수술만큼 위험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뷰티풀 마인드>는 이영오라는 인물이 가진 이 양면성을 통해 현재 우리네 사회를 해부한다. 실로 돈이 있다면 사람의 목숨 따위는 그다지 중요하게도 여기지 않는 사이코 패스 같은 세상은 겉으로 보기에 부유해보일지 몰라도 그 안은 얼마나 무시무시한가. 이영오는 그 공감 능력 없는 수술로 성공할지 몰라도 그것이 야기하는 결과는 생명에 대한 간과가 아닐 수 없다.

 

결국 <뷰티풀 마인드>가 추구하고 있는 건 이 이영오라는 인물에게 꼭 필요한 아름다운 마음을 어떻게 부여하고 그를 통해 세상을 조금 더 살만하게 만들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과현 이영오는 장애를 극복하고 진정한 마음으로 생명을 살려내는 의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저 병원에 이익을 가져다 줄 성공과 실적만을 추구하는 무심한 의사가 될 것인가. 이 질문이 현실에 던지는 울림이 큰 것은 우리 사회가 저 공감 능력이 부재한 이영오라는 인물을 빼닮은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