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산너머 남촌에는’, 이문화의 공존이 있다 본문

옛글들/명랑TV

‘산너머 남촌에는’, 이문화의 공존이 있다

D.H.Jung 2007. 10. 2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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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전원드라마의 가능성, ‘산너머 남촌에는’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의 후속이라 하지만 ‘산너머 남촌에는’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전원드라마의 새로운 코드가 들어있다. 그것은 서로 다른 문화, 즉 이문화(異文化)의 공존이다. 전원드라마의 전범이라 할 ‘전원일기’가 고향을 떠나온 도시인들에게는 농촌의 따뜻한 정감을, 그리고 농촌에 사는 이들에게는 현실을 어루만졌다면,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는 전원도시로 변모해가는 우리네 농촌의 모습을 포착했다. 이어 방영되고 있는 ‘산 너머 남촌에는’은 농촌과 도시의 교감을 다루고 있다.

사실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의 한계로 지목됐던 부분은 드라마가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농촌에 대한 시청자들의 인식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농촌에 사는 현지인들 만을 대상으로 드라마를 제작하기에는 현실적인 시청률의 벽에 부딪치게 된다. 따라서 도시인들의 환타지를 자극할 수 있는 농촌(전원이 가까울 것이다)의 모습이 필요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산너머 남촌에는’의 등장인물들은 여러모로 이런 요구들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길선(반효정)의 종가집과 양산댁(김지영)네는 지금까지의 전원드라마들이 구축했던 가장 안정된 설정 그대로다. 완고한 전통 속에 살아가는 종가집이 있고, 시골의 정감을 한껏 살리는 양산댁이 서로 아옹다옹하며 마을에게 살아가는 그런 구도 말이다. 하지만 전에 없던 설정들이 눈에 띈다.

사업을 실패하고 도시에 염증을 느껴 귀농하는 나진석(이진우)네 귀농 가족은 도시인들의 이목을 잡아놓을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다. 갑갑한 도시생활과 막연한 전원에 대한 동경은 도시인들의 마음 한 켠에 늘 남아있는 환타지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그런 환타지를 건드리면서도 귀농의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외지인으로서의 나진석과 시골사람들이 어떻게 삶을 엮어갈 것인가는 지금 도시인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다. 특히 도시생활에 길들여진 아이들이 시골생활에 적응해가는 모습과 시골아이가 도시에서 느끼는 신기함 같은 것은, 도시와 시골이라는 공간이 갖고 있는 서로 다른 문화를 보여준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드라마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장집 봉순호(배도환)와 부부가 될 베트남 신부 하이옌(하이옌)을 다룬다. 결혼하기 힘든 농촌청년들의 문제와 그 대안으로서 자리잡고 있는 외지인 신부 간의 부부생활이 보여줄 재미는 이 드라마의 공감을 넓힌다. 농촌사회에서의 외국인은 이제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산너머 남촌에는’은 따라서 생활환경과 국적의 차이를 뛰어넘어 사람이 사람으로서 어떻게 공존하는가를 보여주는 드라마다. 이것은 전원드라마가 가졌던 한계인 시골에 국한된 시각을 도시로까지 넓히면서 갖게된 힘이다. ‘산너머 남촌에는’은 ‘산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로 시작하는 박재란이 부른 동명의 노래가 떠오르는 드라마다. 노래 가사처럼 봄 바람이든 진달래 향기든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올까.’ ‘남촌서 남풍 불 때마다’ 좋은 그런 전원드라마의 탄생을 기대해봄직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