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박보검과 차승원, 대박게스트가 보여준 주말예능의 한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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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검과 차승원, 대박게스트가 보여준 주말예능의 한계

D.H.Jung 2016. 9. 6.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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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날게 한 박보검, <런닝맨> 주목시킨 차승원

 

요즘 KBS로서는 박보검을 업고 다니고 싶을 것이다. 그가 출연한 <12>19.9%(닐슨 코리아), 18.2%, 17%로 동시간대 주말 예능 시청률 경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했다. 바로 직전 <12>의 시청률이 14.7%까지 떨어졌던 걸 생각해보면 이건 거의 박보검의 매직이라고 불러도 될 만하다. 게다가 박보검은 월화 사극 대전에서도 그가 출연한 <구르미 그린 달빛>16.4%로 경쟁작인 <달의 연인>7%를 두 배 이상 앞질렀다. 이 정도면 박보검은 KBS보검이라 불려도 될 정도다.

 

'1박2일(사진출처:KBS)'

한편 SBS <런닝맨>은 요즘 한참 차줌마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차승원을 게스트로 세웠다. 시청률은 6.1%로 지난 회 5.5%보다 상승했다. 극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지금의 <런닝맨>을 생각해보면 차승원 게스트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 날 있었던 <런닝맨>손 맛볼 지도라는 게임의 콘셉트는 그리 새로운 시도가 아니었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차승원 주연의 <대동여지도>를 상당히 배려한 제목에, 그저 늘 하듯이 편을 나눠 장소를 바꿔가며 대결하는 게임 정도.

 

물론 <삼시세끼>의 차줌마로 주목받는 차승원인만큼 그의 요리 실력을 볼 수 있는 게임이 들어갔다.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요리 장면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런닝맨>의 차승원에게서는 <삼시세끼>의 차줌마 캐릭터가 더 강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런닝맨>은 아예 유해진 이야기를 꺼내 <삼시세끼>에서의 차승원 이미지를 프로그램에서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12>이 무려 3회에 걸쳐 박보검을 게스트로 활용한 건 분명 결과적으로 보면 괜찮은 효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 <12>은 물론이고 <구르미 그린 달빛>까지 자연스러운 홍보효과를 가져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꾸로 말해 박보검의 출연 하나로 이만큼 극적인 시청률 상승효과를 가져왔다는 건 <12>이 여전히 힘이 있는 프로그램이면서도 무언가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시도는 많지 않았다는 걸 말해주는 일이다.

 

<12>은 그나마 멤버들의 케미가 살아나면서 비슷비슷한 소재의 여행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쇼의 재미가 살아있지만 <런닝맨>의 경우에는 너무 소소한 게임의 연속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관심 자체가 멀어진 상태다. 차승원이 나온다는 사실은 그래서 그 자체만으로도 <런닝맨>에 없던 관심을 만들어냈다.

 

잘 나가는 프로그램은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과거 <12><런닝맨>은 거기 출연하기 전에는 잘 몰랐던 게스트들을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어내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꾸로다. 매력적인 게스트가 들어와 오히려 프로그램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 된 것. 그것도 박보검과 차승원 모두 그 캐릭터를 주목시킨 건 KBSSBS가 아닌 tvN이다. <응답하라1988><꽃보다 청춘>을 통해 박보검의 바른 이미지가 주목되었고, <삼시세끼>를 통해 차승원의 매력적인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박보검 매직과 차승원 효과의 이면에는 그래서 지금 현재 지상파 주말예능이 처한 상황이 드러난다. 한 때는 전체 예능을 이끌어갈 만큼 뜨거웠던 이들 프로그램들이 어쩌다 지금은 관성적인 모습을 보이게 됐을까. 게스트의 힘이 발휘되는 건 좋은 일이지만, 거기에 지나치게 목매는 모습은 지상파 주말예능이 가진 한계를 드러낸다. 좋은 캐릭터들을 스스로 만들어내던 그 시절은 다 어디로 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