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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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년'에서 '부르스타'까지, 추석이 건진 파일럿 예능들

D.H.Jung 2016. 9. 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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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추석 파일럿 대전 그 결실은?

 

이제 명절은 파일럿의 시간이 되었다. 이번 추석에는 유독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부르스타(사진출처:SBS)'

추석이라는 명절의 특징이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시청률만으로 그 프로그램의 정규 가능성을 얘기하기는 어렵다. 이를테면 KBS에서 방영한 <노래싸움 승부> 같은 경우 1부는 4.8%(닐슨 코리아)였지만 2부에서 무려 10.6%의 시청률을 내며 이번 명절 파일럿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이건 음악 예능이 명절에 유리하다는 걸 증명했을 뿐이라는 점이다.

 

MBC <아이돌 요리왕>이나 SBS <내일은 시구왕>, KBS <붐샤카라카>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이돌 요리왕>은 아이돌들의 요리 실력(특히 광희의)을 볼 수 있었다는 포인트는 있었지만 명절 아이템 그 이상의 정규로는 쉽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내일은 시구왕>은 명절에도 그다지 어울리는 아이템이 아니어서 파일럿 자체가 호평보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한편 <붐샤카라카>는 댄스 예능에 복고를 섞어 만들어진 괜찮은 기획으로 이기광의 놀라운 춤 실력을 볼 수 있었지만 역시 정규로 세우기에는 어딘지 부족한 아이템이다. 그만큼 정규가 되려면 일회성의 볼거리보다는 지속적인 스토리가 가능한 아이템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아쉬운 프로그램들이다.

 

MBC <꽃미남 브로맨스>KBS <헬로 프렌즈 친구추가>의 경우 최근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브로맨스와 아재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그다지 새롭다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특히 <헬로 프렌즈 친구추가>는 아재들과 아이돌의 조합이라는 점이 너무 익숙한 예능 코드들을 반복하는 느낌이었고, <꽃미남 브로맨스>는 웹 예능 프로그램을 명절 특집으로 가져온 것이라 그리 신선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지상파 3사가 이번 명절을 통해 발굴해낸 정규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파일럿은 KBS <새소년>, <트릭 앤 트루>, SBS <부르스타>, <씬스틸러> 그리고 MBC <톡쏘는 사이> 정도로 보인다. <새소년>은 타임리프 예능이라는 신선한 콘셉트로 복고적 감성을 건드리면서도 웃음과 감동 또한 놓치지 않은 파일럿이었다. 만일 시간대를 다양하게 지정한다면 다양한 이야기가 가능해 정규로 세워도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트릭 앤 트루>는 정보와 예능이 잘 결합된 KBS에 잘 어울리는 파일럿이다. 마술쇼는 늘 명절에 많이 나왔던 아이템들이지만 그것이 마술인지 아니면 과학인지를 퀴즈형태로 풀어내는 방식은 새로웠다. 이것은 과학적 정보를 알려주면서 동시에 마술쇼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교양적인 예능, 즉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으로도 괜찮은 시도였다.

 

<부르스타>는 스타를 부르고 노래를 부른다는 점에서 지어진 제목처럼 셀러브리티 리얼리티쇼에 음악, 토크쇼 같은 것들이 결합되어 다양한 재미를 구사한다는 점에서 정규로 세워도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물론 이영애 같은 대형스타가 출연한 효과가 크다고 생각되지만 기존의 토크쇼 형식에서 한 발 진보한 형태라는 점에서 게스트 선정에 공을 들이면 시청자들에게도 충분히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한편 <씬스틸러>는 연기와 예능을 엮어내 즉흥적인 애드립 상황을 통해 웃음을 준다는 점에서 신선한 아이템이었다. 상황극을 통한 웃음이야 이미 <무한도전> 등에서 시도된 바 있지만 그것을 실제 씬스틸러들이 참여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김정태, 황석정, 박해미, 오광록 같은 명배우들과 정준하, 김신영 같은 코미디언들의 괜찮은 연기 조합도 웃음의 강도를 충분히 높여주었다. 특히 우리네 씬스틸러들이 이들 이외에도 넘쳐난다는 점에서 정규 아이템으로서 손색이 없다.

 

MBC<톡쏘는 사이>SNS가 결합되어 네티즌이 지정한 미션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지금의 트렌드와 잘 맞는 아이템이었다. 특히 이 미션을 수행하는 이들이 박명수를 비롯해 남희석, 박수홍, 김수용 같은 아재들이라는 점이 흥미로웠고, 그 미션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는 모습 또한 충분히 정서적 공감을 주었다.

 

물론 시청자들마다 취향은 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파일럿들이 정규가 되는 데는 그 파일럿만의 반짝 인기로는 쉽지 않다. 그보다 지속가능한 아이템이면서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가져갈 수 있고 좀 더 폭넓은 세대의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어야 정규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어느 때보다 많았던 추석 파일럿들. 모쪼록 지상파 3사가 이번 파일럿들을 잘 추슬러 좀더 새롭고 신선한 예능들을 선보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