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SNL코리아', 이런 날선 풍자를 어떻게 참았을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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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코리아', 이런 날선 풍자를 어떻게 참았을까

D.H.Jung 2016. 11. 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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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가 돌아오니 <SNL코리아>의 진면목이 보인다

 

온 우주의 기운을 모으는 자세.” tvN <SNL코리아>에 나온 솔비는 오프닝에서 행위예술의 한 포즈를 취해보이며 그렇게 말했다. 최순실이 개입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에 등장했던 황당한 문구, ‘우주의 기운을 대놓고 풍자한 것.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SNL코리아>는 방송 내내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농단 사태를 빚고 있는 현 시국을 코너마다 신랄하게 풍자해냈다.

 

'SNL코리아(사진출처:tvN)'

로마 공주라 불리는 이 날의 호스트 솔비에 맞춘 코너로 보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갑자기 유세윤이 켄타우로스 분장을 한 채 등장해 프라다를 외쳤다. 그러면서 너희들도 빨리 우리 엄마 신발 찾아봐라고 말해 이번 사태에서 화제가 됐던 최순실의 프라다 신발을 풍자했다. 제우스 분장을 한 신동엽이 그의 뺨을 때리자 유세윤은 우리 엄마 누군지 몰라? 엄마 빽도 능력인 거 몰라?” 하고 물었다. 그래도 또 그의 뺨을 때리자 어딘가로 전화를 건 유세윤은 엄마 곰탕 먹고 있어요?”하고 묻기도 했으며, 마지막엔 이따 어디로 갈 거냐구? 이따 광화문 가려고.”라고 말해 그 시간에 광화문에 운집한 민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이웃 2016vs1980’ 코너에서는 김민교가 최순실 모습으로 분장한 채 깜짝 등장해 그 모습만으로도 큰 웃음을 주었고, ‘나이트라인코너에서도 탁재훈은 김준현과 곰탕’, ‘독일’, ‘신기같은 어휘로 이번 최순실 사태를 에둘러 풍자했고, 마지막에는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검찰 수사 어떻게 진행될까요?”를 묻고는 애매하게 청와대 들어갈까요?”라고 물어 역시 풍자를 통한 웃음을 주었다.

 

<SNL코리아>의 풍자는 최순실 게이트뿐만이 아니라 다양하게 이어졌다. ‘신종직업이란 코너에서는 현재의 취업난을 풍자의 소재로 끌어와 댓글관리사’, ‘결정조율사’, ‘얼굴미화원’, ‘문화조무사’, ‘욕받이 기능사등등의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직업들을 소개했다. 창조경제를 말하며 다양한 신종 직업 창출을 내걸었지만 달라진 게 없는 청년 실업 문제를 <SNL코리아> 특유의 과장된 풍자로 신랄하게 꼬집은 것.

 

어떻게 이런 풍자정신을 억누르고 있었을까. 사실 <SNL코리아>는 첫 시즌이 시작할 때만 해도 특유의 신랄한 풍자와 패러디로 화제를 모았던 바 있다. ‘여의도 텔레토비처럼 아예 대놓고 정치권을 풍자하는 내용도 있었고, 특히 장진 감독이 앵커로 등장했던 시사풍자 코미디 위크앤드 업데이트(Weekend Update)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 안철수 원장, 강용석 의원 등 뜨거운 정치적 소재들을 끌어들여 거침없는 풍자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적 부담을 느끼게 됐던 것인지, 아니면 어떤 압력이 있었던 것인지 <SNL코리아>의 풍자는 점점 사라지게 되었다. 시사 풍자와 19금 코미디가 본래 NBC에서 방영되던 <SNL>의 그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냈던 점을 떠올려 보면 그 리메이크인 <SNL코리아>가 시사풍자를 하지 않게 됐던 건 반쪽짜리의 느낌을 주기도 했다. 시사 풍자가 빠지자 그저 야한코미디 정도로 인식되게 됐던 것.

 

하지만 이번 시즌에 들어서 <SNL코리아>의 변화는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사라졌던 풍자 정신이 되살아났고 급기야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시국을 대놓고 패러디하고 풍자하는 코너들이 점점 거침없어졌다. 이것은 상대적으로 이 프로그램이 정치적인 압박을 어떤 식으로든 받고 있었다는 반증은 아닐까. 물론 이런 문제제기가 나올 때마다 그런 건 없다고 잘라 말하지만, 이 일련의 흐름과 변화는 그런 의심을 당연하게 만든다.

 

어쨌든 풍자가 돌아오니 이제 제대로 <SNL코리아>다운 모습이다. 사실 어떤 정권이든 코미디의 영역에 있어서만큼은 풍자가 가능해야 그나마 답답한 서민들이 작은 위안이라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돌아온 <SNL코리아>가 앞으로도 거침없는 풍자를 해주기를, 또 그것이 가능한 환경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