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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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순이는 예쁘다’, 표민수식 진심 통할까

D.H.Jung 2007. 11. 8.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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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순이와 KBS드라마, 그리고 표민수

“난 사랑스럽고 예쁘고 훌륭해, 난 특별한 존재야.” 인순이(김현주)는 자기최면을 걸듯 이 말을 되뇐다. 하지만 살인죄로 감옥에 갔다온 인순이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냉랭하기 그지없다. 급기야 그녀는 이런 세상에서 꺼져주겠다며 달려오는 전철로 뛰어들려 한다. 아마도 인순이가 처한 상황은 양대 블록버스터 사이에서 3%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사라진 ‘사육신’의 바통을 이어받은 표민수 PD의 마음이기도 할 것이다. 그것은 나아가 KBS가 처한 상황이기도 하다.

화려한 볼거리와 수백 억에 달하는 물량이 더 통하는 시대, ‘인순이는 예쁘다’는 그 처한 상황을 인정하면서 이제 ‘진심’으로 그 상황을 돌파하려 한다. 전철로 뛰어들려는 인순이를 다시 삶으로 끌어내준 유상우(김민준)처럼 표민수 PD는 과연 KBS가 처한 이 어려운 상황을 다시 제 궤도로 올려놓을 수 있을까. 이 드라마에 유독 관심이 가게 되는 이유다.

단 첫 회를 끝낸 상황, 그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좋은 드라마가 나올 거라는 예감이다. 그것은 이 드라마에서 저 ‘고맙습니다’가 보여주었던 ‘인간에 대한 예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순이는 예쁘다’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 작품은 ‘사람이 아름답다’는 그 한 마디 진심을 전하려는 드라마다. 실제 가수 인순이가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그녀의 인간다움과 열정이 아름답다는 뜻이지, 외모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드라마는 극중 주인공인 재소자 출신 인순이가 인간으로서 아름답다는 것을 설파하려 한다.

여러모로 드라마는 표민수 PD의 지난 작품인 ‘넌 어느 별에서 왔니’가 가진 코드들을 활용하고 있다. 어린 시절 헤어졌던 엄마를 다시 만나게 된다는 설정도 그렇고, 멜로 라인에 있어서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 부류의 남녀를 세우는 것도 그렇다. 하지만 드라마의 스타일은 조금 더 진지한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 물론 김현주라는 연기자의 이미지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발랄한 느낌은 여전하지만, 드라마는 좀더 그녀의 내면심리 쪽에 무게를 둔다.

여기서 유상우는 저 ‘고맙습니다’에서 민기서(장혁)가 영신(공효진)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러했던 것처럼, 분명 재소자 출신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각을 대변한다 할 것이다. 운이 좋다면 시청자분들은 유상우의 눈을 통해 인순이를 바라보고, 편견을 넘어서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함께 체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드라마의 결론은 결과적으로 사회적 편견 앞에 선 인순이가 그걸 뛰어넘는 모습이 되겠지만 그것이 실제적인 해결로 드러날지는 의문이다. 궁극의 해결은 실제 인순이의 성공이 아니더라도 자기 스스로 자신을 아름답다 여기는 그 순간에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 드라마도 잔인한 시청률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수목의 밤에 실제적인 성공의 모습을 보일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저 스스로 완성도 높은 드라마임을 자처할 수 있을 때, 시청률이란 잣대는 무색해질 것이 틀림없다. 시청률이란 칼날 앞에서 유난히 마니아 드라마를 많이 낸 KBS 드라마가 표민수표 진심을 통해 세상과 진정한 말을 걸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