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도깨비'와 '푸른바다', 출생보다 더 센 전생의 비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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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와 '푸른바다', 출생보다 더 센 전생의 비밀

D.H.Jung 2016. 12. 3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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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듯 다른 <도깨비><푸른바다>의 전생 활용법

 

tvN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이하 도깨비)>SBS <푸른바다의 전설>의 이야기 구조는 비슷한 점들이 많다. 아마도 판타지 장르가 갖고 있는 이야기 틀을 차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 여겨진다. 도깨비와 인어라는 초현실적 존재가 등장하고 늙지 않는 이들이 전생과 현생에 걸쳐 운명적인 사랑을 한다는 그 설정이 그렇다. 하지만 이야기 구조가 비슷하다고 이 두 작품이 보여주는 세계관이 같은 건 아니다. 두 작품의 현생으로 이어지는 전생의 활용법을 들여다보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사진출처:tvN)'

<도깨비><푸른바다의 전설>이나 전생의 악연이 현생으로까지 이어진다는 건 흥미로운 유사점이지만, 두 작품은 전생과 현생이 이어지는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도깨비>는 전생에 김신(공유)과 왕 그리고 왕비(김소연)의 악연이 먼저 보여졌다. 즉 전쟁의 신으로서 백성들의 추앙을 받는 김신을 질투한 왕이 왕비는 물론이고 김신까지 죽이는 전생의 악연이다. 하지만 이들이 현생에서 누구로 다시 태어났는지 또 어떤 인연으로 얽히는지에 대한 것들은 모두 의문에 붙여졌다.

 

<도깨비>는 바로 이 의문점, 현생의 저승사자(이동욱)와 써니(유인나) 그리고 도깨비가 각각 전생의 그 악연 속에서 어떤 인물이었던가에 대한 궁금증을 드라마의 동력으로 삼는다. 벌써부터 저승사자는 왕이었고 써니는 왕비였다는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그것이 확실히 밝혀진 건 아니다. 하지만 <도깨비>가 활용하고 있는 이른바 전생의 비밀은 그래서 시청자들이 참여해 다양한 추측들을 내놓을 수 있는 하나의 장치가 되고 있다.

 

반면 <푸른바다의 전설>은 전생에 얽혀진 악연이 현생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 즉 전생에 인어(전지현)를 잡아 욕망을 채우려는 마대영(성동일)과 이를 막으려다 그와 악연을 맺게 되는 담령(이민호)의 관계는 현생에서도 인어를 잡으려는 연쇄살인범 마대영과 그것을 막으려는 허준재(이민호)로 이어진다.

 

전생이 현생으로 그래도 반복되고 있지만 <푸른바다의 전설>, <도깨비>가 그 전생의 결말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왕비와 김신의 이야기를 일찌감치 내놓은 것과는 달리, 그들의 악연이 어떤 결말로 전생을 끝맺는지를 숨겨왔다. 결국 밝혀진 건 인어를 잡으려고 마대영이 던진 작살을 막기 위해 바다 속으로 뛰어든 담령이 대신 죽음을 맞이하고 그 사실을 안 인어가 그와 함께 자결하는 전생의 결말이다.

 

결국 <푸른바다의 전설>은 전생이 현생으로 반복된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보여줌으로써 현재 인어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의 긴장감을 높이는 효과를 취하고 있다. 마대영이 조금씩 전생의 사실들을 알아차리고 인어를 향해 다가오는 상황들이 긴장감을 만들고 이를 막기 위한 허준재의 고군분투가 전생과 현생을 이어 벌어진다.

 

우리네 드라마에서 강력한 극적 장치로 흔히 사용되던 출생의 비밀은 그 지나친 클리셰로 인해 마치 막장드라마의 공식처럼 되어버린 게 사실이다. 하지만 <도깨비><푸른바다의 전설>은 판타지라는 소재에 걸맞는 전생의 비밀을 각각 다른 방식으로 차용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하나는 전생과 현생이 어떻게 이어져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드라마의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는 반면, 다른 하나는 그것이 반복되고 있다는 걸 보여줘 현생의 상황들에 극적 긴장감을 만들고 있다.

 

판타지 소재의 드라마들은 최근 들어서야 비로소 하나의 장르적 틀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보인다. 그래서 이러한 전생의 비밀이라는 장치는 어쩌면 보다 많은 판타지 소재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게 되면 또 하나의 클리셰가 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이 장치가 만들어내는 궁금증과 긴장감은 확실히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보인다. 출생의 비밀보다 더 강력한 힘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