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운무의 바다에 해가 뜨다 본문

옛글들/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운무의 바다에 해가 뜨다

D.H.Jung 2007. 11. 1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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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정호, 그 속 깊은 호수는
마치 외로운 마음 같아
그걸 보는 이의 가슴 속으로 폭 파고든다.
운무의 바다, 떠오르는 해는
한 치 앞도 보기 힘든 자에게는 막연한 희망이다.

밤에 도착한 옥정호는 어둠 그 자체. 그 어둠 속에 떠오른 달 하나. 달빛이 쏟아지는 호수. 그것 뿐이었다.
새벽녘 나를 깨운 건, 운무의 속삭임이었다. 국사봉에 오르자 저 멀리 어둠 속에 운무들이 꿈틀거렸다.
그것은 마치 마음이 풀어내는 형상 같았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계속 변화해가는 그 모습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란 늘 우리를 어지럽히지만 햇볕이 비추면 사라질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진가들은 낚시광처럼 몰려들었다. 낚시대를 드리우듯 삼각대를 드리우고 그들은 시간이 만들어내는 형상들의 월척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작은 카메라 속에 담았을 때, 저 낚시광들처럼 기뻐했다.
해가 떠오르자 풍경은 보는 이를 달 표면 위에 선 사람처럼 만들었다. 감추어진 아름다움은 드러난 빛으로 서서히 가려져갔다.
아침 안개가 자욱한 옥정호는 이제 밤새 심사를 어지럽히다 아침이면 사라지는 마음처럼 잔잔한 호수만을 남겨 놓았다.

옥정호에서의 하룻밤은 복잡한 심사를 가진 이들에게는
저 산사의 도량처럼 그 자체로 화두를 던져준다.
그 황홀한 마음의 기교들을 바라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