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무한도전’이 준 큰 웃음과 큰 눈물 본문

옛글들/명랑TV

‘무한도전’이 준 큰 웃음과 큰 눈물

D.H.Jung 2007. 12. 9.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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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통해 최고가 된 그들, ‘무한도전’

‘최고는 아닙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무한도전’ 댄스 스포츠 특집편에서 3개월 간의 피나는 연습을 통해 대회에 나가게 된 출연진들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반복해서 말했다. 잔뜩 굳은 얼굴은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지만 그들은 진정으로 왜 이런 도전을 시도했는지조차 후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급기야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던 정준하가 눈물을 흘리며 돌아오자, 그 동안의 큰 웃음은 큰 눈물로 변했다. 모든 출연진들은 아쉬움에, 미안함에, 흡족함에, 감사함에 눈물을 흘렸다. 물론 모두들 예선탈락을 했지만 이 특집편이 보여준 큰 웃음과 큰 눈물, 그리고 최선을 통해 최고가 되는 모습은 ‘무한도전’이, 아니 그 출연진들이 최고 자리에 오른 것이 그냥 우연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최고가 아니기에 큰 웃음을 주다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은 ‘무한도전’의 프로그램 성격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말이다. 그들이 최고라면 도전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들은 평범하다. 더욱이 도전과제로 제시되는 패션쇼나 드라마, 댄스 스포츠 같은 것은 오히려 그들을 평범 이하로 만든다. 그들은 잘 생기지도 않았고, 몸매가 잘 빠진 것도 아니며, 운동신경이 남다르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남을 웃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 어느 것에도 최고가 아닌 상황을 최고로 뒤집어버리는 힘을 제공한다.

그들은 못하는 것으로, 굴욕을 당하는 것으로 큰 웃음을 준다. 그들에게 댄스 스포츠 같은 좀체 시도하기가 어려운 ‘무리하거나 무모한’ 도전과제가 던져지는 의도는 명확하다. 그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그들의 모습 자체가 큰 웃음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몸으로서 최고의 아름다움을 보여줘야 하는 댄스 스포츠에 도전해야하지만 몸치인 그들은 엉성하고 뻣뻣하고 뒤죽박죽인 몸의 굴욕을 보여주면서 웃음을 준다. 이것은 말 그대로의 살아있는 몸 개그의 현장이 된다. 여기에 프로페셔널한 파트너들의 현란한 몸 동작은 그들의 ‘뻣뻣한 몸’을 더욱 부각시킨다.

최선을 다했기에 큰 눈물을 주다
하지만 굴욕적인 모습을 감내하면서도 최선을 다한 자의 도전은 그 성패를 떠나 아름답다. 아니 그것은 최고의 조건을 가진 자들이 도전에 성공하는 모습보다 더욱 그러하다. 몸치였던 그들의 몸이 무수한 노력을 통해 리듬을 타기 시작할 때, 몸 개그의 큰 웃음은 아름다운 몸 동작이 주는 감동으로 변한다. 무모해 보이지만 끝없이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은 큰 웃음을 주었던 것이 분명하지만, 그 모습을 보면 볼수록 마음은 점점 도전하는 그들이 성공하기를 기원하게 만든다. 무대에 올라 80일 동안 노력한 결과를 선보이고 돌아오는 길, 그들이 흘리는 눈물은 보는 이에게도 큰 눈물을 준다. 도전의 시간들 속에서 묵묵히 큰 웃음을 위해 고생을 숨겨온 몸이 슬픈 제 본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 눈물은 또한 개그맨의 눈물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늘 망가지고 무너지면서도 웃고 있는 그 얼굴과 몸의 이면에는 분명,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흘린 땀과 눈물이 숨어있다. 그러니 우리가 본 큰 웃음과 큰 눈물은 같은 것이다. 큰 눈물이 수반되는 노력을 했기에 비로소 진정한 큰 웃음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말은 단지 ‘무한도전’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이 땅에 큰 웃음을 주고 있는 개그맨들이라면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다.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그들을 최고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