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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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핀란드 친구들이라 더 잘 드러난 우리의 민낯

D.H.Jung 2017. 11. 2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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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핀란드편, 하얀 도화지라 더 잘 그려진 우리 모습

마치 하얀 도화지 같다.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이번에 온 핀란드 친구들 말이다. 좋은 건 좋고 별로인 건 별로라는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온다. 애초에 이들을 초대했던 페트리가 얘기한 것처럼, 핀란드인들의 삶은 훨씬 단출하고 소박해 보인다. 그 순수함 때문일까. 이들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더 적나라하게 잘 드러내주는 것 같다.

가장 먼저 단박에 드러나는 것이 술 문화다. 물론 프로그램도 또 이들 핀란드 친구들도 호의적으로 우리네 술 문화에 대한 반응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찜질방에 가서 500cc 생맥주가 겨우 3천5백 원 한다는 얘기에 반색하며 술을 마시는 이 친구들의 모습 이면에 드러나는 건 우리네 술 문화가 사실상 어디서든 언제든 술을 마시는 분위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핀란드에서는 밤에 술을 살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고 했다. 술을 마시려면 정해진 펍을 찾아가야 하고 술 가격도 만만찮다. 그래서 빌푸는 한국의 이런 술 문화가 좋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빌레는 핀란드가 더 좋은 것 같다고 반대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 이유는 밤늦게 취객을 만날 우려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 사실상 우리네 밤 풍경에서 꼴불견으로 꼽히는 일이 술에 위해 폭력적인 면을 보이는 이른바 ‘주폭’이 아닌가. 

시장 통에서 생선 요리들을 시켜놓고 먹어봐야 한다며 소주를 시키고는 낮술을 마시는 것에 대해서도 핀란드인들은 ‘자괴감’을 갖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것은 남들이 다 일할 때 술을 마시고 있다는 일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낮술 그 자체가 일로서 이뤄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게다가 이들이 야구장에서 맥주를 마시며 반색하는 모습 역시 우리네 술 문화가 너무나 술에 대한 허용을 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핀란드 친구들은 또 미용실을 찾아 그 섬세한 손길에 대단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핀란드는 비용도 비싸고 그래서 자주 가지 않는 곳이 미용실이기 때문이다. 빌레는 심지어 14년 만에 미용실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간 직접 자기 스스로 머리를 잘랐다는 것.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 만점인 우리네 미용실에서 완전히 스타일을 바꾼 그들은 오히려 돌아가 이 스타일을 어떻게 유지할까를 고민하기도 했다.

물론 우리네 미용의 문화나 그 섬세한 기술이 가진 자긍심 같은 것이 느껴지는 대목이지만, 다른 한 편에서 보면 거기에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외모에 대한 지나친 관심 같은 것들이 묻어난다. 흔히 ‘외모 지상주의’가 사회 문제로까지 지목되고 그래서 성형이 일상화되는 우리 사회의 면면들을 떠올려 보면, 되려 14년 간 저 스스로 머리를 잘랐다는 빌레의 소탈함이 어쩌면 우리가 배워야할 덕목이 아닐까 싶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주로 외국인 친구들이 우리 문화를 경험하며 느끼는 놀라움이나 즐거움 같은 긍정적인 것들을 편집해 보여준다. 하지만 그 긍정적 시선을 거꾸로 뒤집어보면 우리 사회의 문화가 가진 부정적인 요소들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핀란드 친구들처럼 순백의 도화지 같은 면면을 보여주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서라면 더더욱.(사진:MBC에브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