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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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수목 드라마 3사3색, 그 강점과 약점

D.H.Jung 2008. 1. 3.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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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하트’ vs ‘쾌도 홍길동’ vs ‘불한당’

작년부터 유난히 뜨거웠던 수목 드라마 경쟁은 올해 새해 벽두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MBC는 일찌감치 ‘태왕사신기’의 여파를 몰아 ‘뉴하트’를 20%대의 시청률로 올려놓은 상태다. 여기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미는 KBS와 SBS는 각각 퓨전사극 ‘쾌도 홍길동’과 휴먼드라마를 표방하는 ‘불한당’을 내놓았다. 그 강점과 약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뉴하트’, 의드불패 혹은 의드도 식상
작년 ‘하얀거탑’의 뜨거운 반응을 이어 ‘뉴하트’는 시작부터 관심을 끌어 모으면서 일각에서는 ‘의드불패’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확실히 의학드라마는 여러 모로 보나 유리한 점이 많다. 먼저 인간의 생과 사가 오가는 병원이라는 공간이 가진 다이내믹함이 드라마의 극적인 전개를 쉽게 만들어낸다.

게다가 ‘하얀거탑’에서 시청자들을 열광케 만들었던 병원 내의 권력다툼은 ‘뉴하트’에서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최강국(조재현)이란 캐릭터는 바로 그 권력다툼의 재미를 끄집어내게 만드는 천재의사다. 그리고 여기에는 어김없이 멜로가 등장한다. ‘뉴하트’는 현재 이은성(지성)과 남혜석(김민정)의 멜로 라인에 이동권(이지훈)이 끼여들면서 본격 삼각 구도가 만들어진 상태이다.

이렇게 요소 요소들을 보면 ‘뉴하트’의 ‘의드불패’는 당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속단하기는 어렵다. 드라마는 단순한 조합으로서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위의 요소들은 부정적으로 말하면 ‘하얀거탑’류의 권력다툼과, ‘외과의사 봉달희’가 보여준 인간으로서 고뇌하는 의사의 모습에, ‘그레이 아나토미’류의 애정라인이 뒤섞여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의드불패’라는 말은 이제 우리의 의학드라마도 하나의 장르로서 특정한 시추에이션과 요소들을 조립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장르는 그 자체에 충실할 때 재미를 주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너무나 뻔한 설정으로 반복될 때 식상함을 주기도 한다. ‘뉴하트’가 가진 강점이자 약점은 바로 이 장르화 되어가는 의학드라마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쾌도 홍길동’, 신선한 시도 혹은 낯선 실험
‘쾌도 홍길동’은 작년부터 내내 주중드라마에서 고배를 마셨던 KBS로서는 절치부심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KBS가 전통적인 강점으로 가진 사극을 선택했다는 점은(‘황진이’나 ‘한성별곡’ 같은) 특이할만한 사항은 아니지만, 그 스타일 면에서 퓨전 사극 그 이상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파격이다.

첫 회를 통해 보여진 바로는 이 사극은 역사적인 시점을 다룬다기보다는 ‘홍길동’이라는 텍스트 자체를 지금의 시점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보여진다. 따라서 거기 등장하는 시대가 과거인 것은 ‘홍길동’의 본래 텍스트가 그렇기 때문이지 그것이 역사적인 어떤 의미를 갖기 때문인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극 속의 배경은 역사가 아닌 한 가상의 시공간을 연상케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홍길동’이라는 고전을 똑같이 드라마로 구성하는 것은 이 시대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누구나 아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못하는’ 홍길동의 이야기는 따라서 누가 봐도 다른 새 옷을 입을 필요가 생긴다. 이 퓨전사극이 무협과 코믹을 모두 끌어안고 현대적인 연출을 가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 사극의 강점은 바로 이 부분에 있으며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는 신선한 시도로서 다가갈 것이 자명하다. 아직까지 역사 자체를 탈피한 퓨전 사극은 시도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낯설음이 또한 이 사극의 약점이 된다. 과거 KBS 드라마들 중 많은 것들이 호평을 받았으나 시청률은 낮았던 마니아 드라마가 된 것은 바로 그 낯설음의 강약조절이 잘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만화 같은 설정의 퓨전사극에 전통적인 사극의 주시청층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느냐가 이 사극의 성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불한당’, 참신한 휴먼드라마 혹은 똑같은 멜로드라마
‘불한당’은 겉으로만 보면 여자 등이나 치며 살아가는 천하의 잡놈, 불한당인 권오준(장혁)과 싱글맘이지만 밝게 살아가는 진달래(이다해)의 사랑이야기로 읽힌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표방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멜로드라마가 아니라 휴먼드라마다. 멜로드라마가 남녀간의 사랑타령에 머무른다면, 휴먼드라마는 그 이상을 넘어 사람에 대한 사랑을 담아낸다. 작년 한 해 우리를 따뜻한 훈풍에 휩싸이게 했던 ‘고맙습니다’나 ‘인순이는 예쁘다’ 같은 드라마가 그 예이다.

실제로 진달래의 뒤에는 모녀처럼 지내는 시어머니인 이순섬(김해숙)과 그녀의 딸의 이야기가 있고, 권오준의 뒤에는 그의 누이인 권오순(윤유선)과의 사연이 숨겨져 있다. 사랑이야기 뒤편에 사람의 이야기가 포진되어 있는 셈이다. 부잣집 아들인 김진구(김정태)가 끼어 들지만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로 간다기보다는 오히려 부자가 알게되는 진달래의 진심에 더 무게중심이 쏠리는 느낌이다. 따라서 이 드라마가 휴먼드라마로 가기 위해서는 권오준과 진달래의 앞모습이 아니라 그 뒷모습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거기서 어떤 진정성을 끄집어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드라마가 사회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이냐는 것이다. ‘고맙습니다’가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건드렸고, ‘인순이는 예쁘다’가 우리네 냄비근성에서 기인되는 사회적 편견과 허영을 꼬집었던 것처럼, ‘불한당’이 어떤 부분을 조명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남녀 간의 틀을 넘어 사람에 대한 사랑을 그리는데 있어서 사회적인 이야기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바로 이 춥게만 느껴지는 세상에 따뜻한 훈풍을 전해줄 수 있는 휴먼드라마라는데 강점이 있지만, 또한 거기서 어떤 사회적 공감을 끄집어내지 못한다면 그저 비슷한 멜로드라마에 머물 수도 있다는데 약점이 있다.

방송 3사가 연초부터 각자의 독특한 색깔을 드러내며 다양한 드라마를 선보인다는 것은 이제 우리네 드라마가 그만큼 풍성해졌다는 방증이다. 또한 이들 드라마들이 모두 새로운 분야를 노리고 그 안에서 나름대로의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도 높게 사야할 대목이다. 모쪼록 그 초심이 드라마 끝까지 이어지길 바라며, 그 초심이 또한 올 한 해 동안 방송 3사 드라마에서도 계속 이어지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