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강철비' 정우성 남다른 연기의 깊이, '뉴스룸' 보니 알겠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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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 정우성 남다른 연기의 깊이, '뉴스룸' 보니 알겠네

D.H.Jung 2017. 12. 1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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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정우성의 진심 느껴진 영화보다 난민촌 참상

보통 JTBC <뉴스룸> ‘문화초대석’에서 게스트와의 이야기를 주도하던 손석희 앵커의 모습이 사뭇 달라보였다. 그것은 그 자리에 나온 정우성이 거의 모든 걸 다 설명할 정도로 깊이 있게 로힝야 난민들의 이야기를 전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 날 ‘배우’를 앞세우기보다는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라는 자신의 또 다른 위치를 앞세웠다. 그래서 그를 소개하는 자막에는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가 먼저 써져 있었고 그 옆에 가로치고 ‘배우’라 적혀 있었다. 

손석희 앵커는 ‘문화초대석’ 시작부터 “영화배우라기보다는 어찌 보면 리포터 역할”을 하셔야 될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고, 정우성은 그 말이 당연하다는 듯 “친선대사가 하는 역할이 결국 그런 역할”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바로 그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게 지금 현재 국제사회에서 주목하고 있는 로힝야족들이 겪고 있는 참상을 그 역사적인 배경까지 들어가며 세세히 설명했다.

정우성이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인 필리포 그란디에게서 들은 로힝야족들의 참상은 믿기 힘들 정도였다. 그에 따르면 자신이 만난 “여성 대부분이 강간을 당했고 아이의 대부분이 눈앞에서 부모의 죽음을 목격했고 부모의 대부분이 아이의 죽음을 목격”했다고 했다. “20년 전 르완다 대학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 그것이 정우성이 자신이라도 빨리 그 곳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였다고 했다.

정우성은 쿠투팔롱 난민촌의 역사가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며 당시 미얀마 군부에서 로힝야족을 불법 이민자로 선포하면서 방글라데시에 있는 이 곳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다 지난 8월 25일 폭력사태가 터지면서 난민의 수가 급격하게 늘었다는 것. 미얀마의 버마족들과 로힝야족들의 갈등은 종교적 문제와 함께 19세기 영국의 신탁통치 때 로힝야족을 이용한 역사적 사건들로 더 커지게 됐다고 했다. 

정우성의 로힝야족 참상에 대한 이해와 인식은 깊었다. 그저 난민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찍는 정도가 아니라 그들의 참상을 역사적인 연원까지 거슬러 올라가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런 점들을 손석희 앵커도 느꼈을 게다. 그래서 그는 굳이 “친선대사”라면 “이름만 걸어놓고 계신 건 아닐까” 솔직히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그런 생각을 “오늘부로 완전히 바꾸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마침 정우성이 주연인 영화 <강철비>가 개봉하는 날이었다. 그러니 손석희 앵커 입장에서는 게스트로 초대한 정우성에게 영화 이야기를 묻는 건 하나의 예의일 수 있었다. 하지만 정우성의 반응은 의외였다.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라고 했고 굳이 그래도 이야기를 꺼내놓자 “개봉했습니다. 이 정도만 할까요.”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뉴스룸>에 나온 것이 영화 때문이 아니라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서 로힝야족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나왔다는 걸 분명히 한 것이다. 

물론 손석희 앵커의 질문으로 영화 이야기를 잠시 나눴지만, 그는 곧바로 자신이 다녀온 난민캠프의 참혹함을 알리는 이야기로 마무리 지었다. “그들의 참혹함을 몇 마디 말로 전하기에는 참 모자란 게 많다”는 말을 덧붙였고, “6.25라는 전쟁을 겼었고 실향과 난민에 대해서는 어떤 민족보다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여지도 있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걸 강변했다.

정우성이 달리 보였다. 한때는 그저 잘생긴 배우 정도로 알았는데 언제부턴가 연기파 배우로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국제 사회 문제 등에도 남다른 인식과 개념을 가진 배우로 보였다. 그리고 이것은 거꾸로 이런 남다른 개념이 그가 하는 연기에도 남다른 깊이를 만드는 것이라 여겨졌다. 본인은 굳이 드러내려 하지 않았지만, 영화 <강철비>의 정우성에게서 느껴진 그 연기의 깊이가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걸 <뉴스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사진: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