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 진구·이시아·김지원·윤경호 죽음에 담긴 의미

tvN 주말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드디어 대장정의 깃발을 올렸다. 신미양요 때 미국으로 넘어갔던 유진 초이(이병헌)는 스페인 전쟁에서 공을 쌓은 후 다시 조선으로 돌아오게 됐다. 미국인의 신분으로. 의병 부모를 잃고 홀로 할아버지댁에 맡겨진 고애신(김태리)은 부모를 그대로 빼닮아 사냥꾼인 장승구(최무성)로부터 총포술을 배우며 요인 암살자가 되었다. 낮에는 명망 높은 사대부가의 딸이었지만.

같은 요인을 암살을 하는 자리에서 유진 초이와 고애신은 복면 쓴 서로의 얼굴을 보게 됐고, 길거리에서 우연히 지나치며 풍겨 나오는 화약 냄새에 서로에게 정체를 들켰다. 미국인의 신분으로 저격사건을 수사하는 척 하면서 유진 초이는 고애신과 다시 만나게 되고, 그 자리에서 서로의 얼굴 하관을 손바닥으로 가리면서 그 정체를 확인한다. 긴장관계와 함께 미묘한 멜로의 향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제 대장정의 깃발을 올렸고, 순항을 예고하고 있지만 그 전에 잊지 말아야할 조연들이 있다. 그들은 이 드라마의 첫 회에 전사한 인물들이다. 자식을 살리기 위해 제 한 목숨 우물에 던진 한 맺힌 유진의 엄마(이시아)와 의병활동을 하다 장렬한 죽음을 맞이한 애신의 부모(진구, 김지원) 그리고 신미양요 때 빗발치는 미군의 총탄에도 도망치지 않고 싸우다 전사한 장승구(최무성)의 아버지(윤경호)가 그들이다. 

이들의 죽음은 이 시대가 가진 아픈 공기를 드라마 전편에 깔아주었다. 열강들이 몰려오는 시기였고, 나라는 있으나 나라 걱정하는 이들은 별로 없는 조정과, 신분사회 속에서 사람 취급받지 못하며 살아가던 민초들이 사실상 나라를 지키기 위해 초개와 같이 목숨을 던지던 이 시대의 공기. 어쩌면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환기시키는 그 시대의 이야기를 이들은 죽음으로써 담아냈다.

기획의도에 담겨져 있는 것처럼, 이 드라마는 ‘뜨겁고 의로운 이름, 의병’에 대한 이야기다. ‘역사는 기록하지 않았으나 우리는 기억해야 할, 무명의 의병들.’ 그래서 첫 회에 장렬히 죽음을 맞이한 그들은 바로 이 ‘무명’의 존재들이 사실상 그 역사의 주인공들이었다는 걸 드러낸다. 누군가는 아이를 지켜내기 위해 제 목숨을 걸었고, 누군가는 나라를 위해 죽음도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누군가는 핍박하기만 했던 나라지만 그 곳에서 살아갈 아이들, 동료들을 위해 목숨을 던졌다. 

이들의 죽음은 그래서 이 이야기를 이끌어갈 후대들의 피에 각인된 삶의 동기가 된다. 의병으로 죽음을 맞이한 부모를 둔 애신이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할아버지의 말에 “차라리 죽겠습니다”라고 말하고, 글로도 싸우는 방법이 있는데 왜 총을 드느냐는 사부 장승구에게 “한 나라의 왕후가 시해 당했습니다. 나랏님은 남의 나라 공사관으로 도망을 쳐 이 나라 저 나라 황제에게 글로 손을 벌립니다. 그 덕에 서양 대국들이 줄을 지어 조선에 간섭합니다. 글은 힘이 없습니다. 저는 총포로 할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애신도 장승구도 모두 그 부모가 갔던 길을 따라간다.

노비로 태어나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 부모를 본 유진은 그 때문에 조선인이 아닌 미국인으로의 삶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 차갑게 식어버린 조국에 대한 마음은 과연 뜨겁디뜨거운 애신의 마음 앞에 과연 방관만 할 수 있을까. 먼저 간 그들이 심어놓은 마음의 씨앗들은 이 격변기 구한말에 어떤 선택 앞에 놓인 주인공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드라마의 추동력을 만들어낸 인물이면서도, 사실상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인, 첫 회에 죽음을 맞이한 ‘이름 모를’ 그들이 더 빛나게 다가오는 이유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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