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뉴하트’, 장르로 시작해 멜로로 끝나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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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하트’, 장르로 시작해 멜로로 끝나다

D.H.Jung 2008. 2. 2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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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하트' 같은 의드를 유독 좋아하는 저로서는 이 정도의 아이템을 가지고 이정도의 결말로 달려간 '뉴하트'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사실 의드는 이제 어느 정도 정착된 장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하얀거탑' 이전의 의드들은 이른바 '무늬만 의사'라는 비아냥이 많았죠. 이유는 병원의 디테일들은 없고 병원을 배경으로 한 멜로가 난무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얀거탑', '외과의사 봉달희' 이후 우리네 의드는 한단계 발전했다고 보여집니다. 거기에는 이미 '그레이 아나토미' 같은 미드에 매료당한 수많은 시청자들의 눈과 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죠. 이런 비판적인 시선은 늘 새로운 시도의 밑거름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뉴하트'가 처음 시작할 때 저는 이 심장이라는 소재에서 세가지 포인트를 생각했습니다.

‘뉴하트’, 세 가지 심장 살릴까
네모난 세상/명랑TV 2008/01/18 00:46 Posted by 더키앙

그 첫째는 장르적인 심장, 즉 흉부외과라는 현실적인 디테일이었죠. 이것이 제대로 그려진다면 장르 드라마의 기본을 충족시킬 것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뉴하트'는 초반부 이 흉부외과의 현실을 꼬집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과이지만 그 어려움 때문에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현실, 막상 그 과에 있다 하더라도 거의 병원에서 생활하며 개인 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 그럼에도 현실적으로는(금전적으로)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 등등이 최강국 교수와 이은성, 남혜석의 이야기 속에 녹아 있었습니다. 의학적인 장면들의 디테일? 이제는 거의 기본이 되었죠. 실제 의사의 도움을 받으니 이만큼 리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현실적인 문제들은 후반부로 가면서 이은성의 학벌 파벌 문제 등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또한 현실적이라는 면에서 괜찮은 접근이라 생각되었습니다.

두번째 심장은 인간애, 즉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었습니다. 이것은 최강국이라는 의사를 생각하면 단박에 떠올릴 수 있는 것이었죠. 최강국은 말 그대로 환자만을 생각하는 의사였죠. 초반부 흉부외과의 현실이 배경으로 제시되고 그 현실 속에서도 의사가 버틸 수 있는 힘은 오로지 환자가 거기 있기 때문이라고 강변하고 있었죠. 최강국은 실로 이런 의사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상화된 모델을 보여주었습니다.

세번째 심장은 다름 아닌 하트, 즉 사랑이었습니다. 드라마적 재미를 위해서도 어느 정도의 멜로라인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걸, 우리는 저 '그레이 아나토미'나 '외과의사 봉달희'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디테일이 살아서 병원 환경과 맞아떨어졌을 때 거기서 파생될 수 있는 멜로는 비판이 아닌 환호가 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멜로에 대한 선입견 때문인지 중간부터 갑자기 시작된 이은성과 남혜석의 사랑은 좀 갑작스런 느낌을 주었습니다. 그 후로 급물결을 탄 이 둘의 멜로는 차츰 그 불길을 병원 전체로 퍼뜨렸고, 그러자 병원 의사들은 전부 사랑에 몸살을 앓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이 세 심장의 봉합부분이었습니다. 이것이 제대로 되면 '뉴하트'는 제목처럼 의드의 새로운 심장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뉴하트'는 장르적인 재미 그 자체만을 추구했지 무언가 새로운 의드의 면모를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외과의사 봉달희', '그레이 아나토미'식의 멜로와 '하얀거탑'의 병원내 권력다툼이 모두 등장했지만 이것이 하나의 사건으로 연결되지는 않았고 그저 각각의 나열식 에피소드로 흘러갔습니다.

마지막회는 바로 이런 나열된 에피소드가 가진 파편성을 급히 봉합하는 것이었죠. 마지막회 초반 15분 정도가 이 병원 의사들의 멜로 이야기로 채워지고 사회적 이야기로 확장되지 못하는 이야기는 의사 개인의 사생활로 파고들었습니다. 즉 내가 혹은 내 주변의 사람이 환자라면 하는 가정으로 역시 인간일 수밖에 없는 의사의 모습으로 결론을 지었죠. 급히 1년 후로 지나가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1년 동안의 변화 과정이 더 궁금함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해서 병원은 시스템이 바뀌었고, 멜로 라인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결론이 아닌 과정이 궁금했지만, 마지막 한 회가 남은 상황에서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과정이 보여주지 않음으로 해서 기대충만해 시작한 드라마가 멜로로 봉합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즌 2를 요구하고 싶은 심정은 '뉴하트'가 그만큼 잘된 드라마였기 때문이 아니라, 부족함이 많아서 보여주지 못한 것이 많이 남은 드라마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새로운 의드가 나왔을 때 '뉴하트'가 줄 의드에 대한 선입견은 어떤 것이 될까요. 여전히 기대감만일까요? 아니면 또 비슷한 코드들의 봉합일뿐인가 하는 의구심일까요? 여러모로 아쉬운 의드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매력적인 ‘뉴하트’, 왜 의드의 새 심장 못됐나
네모난 세상/명랑TV 2008/02/29 00:09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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