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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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이혼’, 끝까지 적당한 거리 유지해주면 안되는 걸까

D.H.Jung 2018. 11. 1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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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이혼'에 특히 중요한 적당한 거리

“새로운 시작을 축하해. 행복하세요.” KBS 월화드라마 <최고의 이혼>에서 조석무(차태현)는 느닷없이 강휘루(배두나)에게 존칭을 했다. 이미 이혼 도장을 찍었지만 같은 집에서 함께 지내왔던 그들은 완전한 이별을 한 건 아니었다. 그래서 여느 부부가 그러하듯 편하게 반말을 하며 지내왔다. 하지만 강휘루가 드디어 집을 떠나 자신이 하고팠던 동화작가의 길을 가겠다 결심하면서 두 사람은 그 이혼을 실감하게 된다. 

물론 강휘루가 떠난 후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그 잔상에서 조석무는 벗어나지 못했다. 침대에서 우연히 발견된 강휘루의 머리끈을 계속 만지작거리는 건 조석무가 강휘루에게 갖고 있는 여전한 미련과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는 강휘루의 말에 그는 그걸 축하하며 “행복하세요”라는 존칭을 썼다. 그건 두 사람 사이의 실질적인 ‘거리감’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잘자요.” 조석무의 존칭에 강휘루 역시 존칭으로 이별을 고했다.

어쩌면 <최고의 이혼>이 담아내려는 이야기가 바로 이 ‘거리감’에 대한 것일 수 있었다. 강휘루는 헤어지기 전 그 거리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결혼 하면 상대가 자기 거라고 생각하잖아. 그래서 자기 마음대로 하려하고.” 그 말은 그렇게 거리감이 사라진 가까운 관계가 되면서 오히려 상대방을 잘 못 보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것일 게다. 

집을 나와 찾아가게 된 출판사에서 강휘루는 오기완(이종혁)을 만나고, ‘적당한 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가장 가까운데 가장 몰랐다”고 강휘루는 조석무에 대해 말한다. 자신의 꿈인 동화작가의 길을 몰라줬다고 조석무에게 화를 냈지만, 그 또한 조석무가 음악에 꿈을 갖고 있었다는 걸 알려 하지 않았다는 것. 오기완은 “원래 가까우면 더 잘 안보여요”라고 말한다. 갑자기 강휘루 가까이 얼굴을 들이대며 “가까우니 형체가 잘 안보이죠?”라고 물으며 ‘적당한 거리’여야 잘 보인다고 말한다.

<최고의 이혼>이 이런 제목을 갖게 된 건 어쩌면 우리네 관계의 궁극적 목표가 결혼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혼 그 자체도 아니라는 걸 드러내기 위함이 아닐까. 그것보다는 서로에 대해 제대로 알아가는 것이 진짜 목표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아닐까. 헤어지면서 서로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또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알게 되는 조석무와 강휘루의 관계가 그걸 보여주고 있다. 

<최고의 이혼>은 그 관계 구조만 보면 뻔한 4각 관계가 아닐까 오해될 수 있는 틀을 갖고 있다. 조석무와 강휘루, 그리고 이장현(손석구)과 진유영(이엘), 이렇게 네 사람이 부부였다가 헤어져 각자가 되면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관계의 변주. 그래서 자칫 뻔한 4각 관계의 자극적인 늪으로 빠질 수 있었지만, 거기서 벗어나게 해준 건 바로 그 인물들 사이의 ‘적당한 거리’였다.

하지만 드라마 말미에 조석무에게 진유영이 “자보자. 일단 한번 자보자”고 충격적인 제안을 하는 장면과, 갑자기 강휘루와 이장현이 격렬한 키스를 하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은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지금껏 잘 흘러왔던 <최고의 이혼>이 결국은 4각관계의 늪으로 빠져드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다. 끝까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주면 안될까. 적어도 우리네 정서를 생각한다면.(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