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1박2일’과 ‘전국노래자랑’, 그 특별한 만남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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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과 ‘전국노래자랑’, 그 특별한 만남

D.H.Jung 2008. 4. 7.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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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과 ‘전국노래자랑’의 만남, 까메오 이상인 이유

28년 된 ‘전국노래자랑’과 이제 1년이 채 안된 ‘1박2일’. 두 프로그램을 비교한다는 것은 마치 최고령 MC로서 지금도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송해와, 현재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는 있지만 방송인의 내공으로 봐서는 한참 뒤에 서 있는 ‘1박2일’ 출연진들을 비교하는 것만큼 우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경남 거창에서 벌어진 이 두 프로그램의 만남은 그 멀어만 보이는 거리를 단번에 좁혀버린 자리였다. 그 거리는 가장 최첨단의 길을 걷고 있는 프로그램과 가장 오래된 길을 걸어온 프로그램 사이의 거리이며, 각각의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세대 간의 거리이기도 하다.

그 거리를 단번에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은 이 두 프로그램의 취지와 특성이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왜 모든 문화의 중심지는 도시 혹은 서울이어야 하고 시골은 늘 문화의 변두리로 취급되어야 하는가. 바로 이 질문에 답을 하기라도 하듯 28년 전 등장한 프로그램이 ‘전국노래자랑’이 아닌가. 조금 촌스럽고 조악해 보이지만, 도시와 시골 사이의 거리를 메운다는 그 뜻 하나로 충분히 웃고 즐길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전국노래자랑’만의 힘이었다. 이것은 ‘전국노래자랑’이 시작된 지 28년 후 등장한 ‘1박2일’의 취지와도 같다. ‘1박2일’은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숨겨진 우리네 풍경을 찾아다니고 소개하고 홍보한다는 것이 그 기본취지다.

‘1박2일’멤버들이 시골의 비닐하우스에 마련된 연습장에서 ‘전국노래자랑’에 나갈 노래와 안무준비를 하고, 막상 무대에 나가기 전까지 시험을 앞둔 아이 마냥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무대 위에서는 말 그대로 ‘전국노래자랑’에 걸맞게 확실히 망가져 주고, 무대에서 내려와서는 초조하게 시상발표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전국노래자랑’에 대한 경의인 동시에, 거창 주민들에 대한 경의의 태도다. 직업이 가수인 은지원, 이승기, MC몽이 전혀 가수로서 부각되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프로그램과 프로그램의 만남이 이처럼 껄끄럽지 않게 된 것이 어디 이런 취지의 공통분모 때문만일까. 여기에는 이 두 프로그램이 모두 갖고 있는 노래와 웃음이라는 코드가 또한 맞아 떨어졌던 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전국노래자랑’의 재미요소는 ‘딩동댕’으로 대변되는 노래실력보다는 ‘땡’으로 대변되는 웃음에 있다. 거기에는 기본적으로 토착적인 몸 개그가 작렬한다. 이것은 ‘아름답고 정겨운 전국 각지의 풍광들을 소개하겠다’는 ‘1박2일’의 취지를 전하는 방법이 웃음인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니 취지와 특성이 잘 어우러진 ‘1박2일’과 ‘전국노래자랑’의 만남은 흔히 그저 까메오로 등장하는 이벤트 성격이 되곤 하는, 프로그램 간 이종결합 그 이상을 수행했다 평가할 만 하다. 거기에는 분명 두 프로그램의 목적인 웃음과 즐거움이 있었고, 그 취지인 시골 주민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있었다. 프로그램 사이의 이종결합은 그저 물리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물리적으로 연결했을 때는 어느 한 프로그램에 이득이 될지 몰라도 다른 프로그램에는 손해가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화학적으로 연결해주는 것은 서로 다른 프로그램이 가진 ‘같은 취지’다. 뜻이 같다면 형식은 조금 달라도 무방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