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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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경주편’그 형식실험의 가치

D.H.Jung 2008. 5. 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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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의 형식실험으로 얻은 긴박감, 의미, 재미

‘무한도전’과 스릴러가 만나면 어떤 형태가 될까. ‘무한도전-경주보물찾기’편이 그 형식으로 가져온 것은 최근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주목되고 있는 스릴러라는 장르다. 그것은 마치 인기 미국드라마 ‘24’나 ‘추격자’같은 쫓고 쫓기는 긴박한 스릴러를 연상시킨다. 아침에 경주에서 일어난 ‘무한도전’ 출연진들이 영문도 모를 게임에 빠져들고 하루 동안 쉬지 않고 뛰어다니며 문제를 풀어나가는 형식이 그렇다.

스릴러라는 장르적 긴박감을 부여하면서 ‘무한도전’이 얻은 가장 큰 것은 속도감이다. ‘24’같은 리얼타임 액션을 보고 있다보면 그네들이 흘리는 땀과 심장박동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처럼, 비가 오는 상황 속에서 달리고 달리는 ‘무한도전’ 출연진들의 모습 또한 시청자들에게 그 긴박감을 전해주기에 모자라지 않았다. 최고의 자리에서 느슨해질 수도 있는 고삐를 바로 이 스릴러라는 형식을 끌어옴으로써 바짝 조일 수 있었다.

‘무한도전-경주보물찾기’편은 또한 퀴즈 프로그램의 진화된 형태로도 읽을 수 있다. 퀴즈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대개 떠오르는 것은 스튜디오에 출연진들이 모여 문제를 맞추는 폐쇄적인 형태. 하지만 ‘무한도전-경주보물찾기’편은 그 퀴즈 형식이 마치 게임의 한 부분을 보는 것 같은 현장성을 보여주었다.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던져지는 문제를 풀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그 현장으로 달려가는 모습은, 문제집 속에 박제화된 퀴즈를 살아있는 형식으로 바꿔주는 힘을 발휘한다.

여기서 퀴즈의 내용이 또한 중요하다. 기존 퀴즈 프로그램들이 내보냈던 그저 문제 맞추기를 위한 공감 없는 문제는 왜 그 문제를 풀어야 하나 하는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즉 그것은 퀴즈의 과정(문제를 푸는 의미)보다는 결과(점수)에만 치중하는 퀴즈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무한도전-경주보물찾기’편은 그 의미를 부각시킨다. 잘 알고 있다 생각했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 우리의 문화유산으로서의 경주의 보물들을 알아간다는 취지는 퀴즈의 과정 자체를 그저 몸 개그를 위한 것이 아닌 의미 있는 작업으로 만들어낸다.

또한 문제를 풀어 가는 과정에서 보여준 지역주민들과의 교류는 그 의미를 더욱 확장시킨다. 문제를 잘 풀어내는 일부 엘리트 지식인들만의 경연장으로서만 기능했던 퀴즈 프로그램은 이런 형태와 만나면 보통사람들의 지식에 대한 진짜 호기심을 끄집어낸다. 조금 어리숙하고 배운 건 적어도 알고 싶은 욕구는 그 배움의 많고 적음을 떠나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 아닌가. 이 부분은 분명 작금의 달라진 지식사회 속에서 누구나 참여시킬 수 있는 형태로서의 새로운 퀴즈 형식을 예감하게 만든다.

이러한 형식은 또한 여행 프로그램의 새로운 접근방식으로도 볼 수 있다. 예능과 여행의 만남으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1박2일’이 야생에 대한 도전이라면, ‘무한도전-경주보물찾기’편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같은 지식여행에 대한 갈증이다. 답답한 일상탈출과 함께, 체험이 가져다주는 살아있는 지식의 경험은 바로 다름 아닌 여행 속에서 우리가 흔히 추구하던 것이기 때문이다.

‘무한도전-경주보물찾기’편은 따라서 예능에 스릴러, 퀴즈, 그리고 여행 형식을 접목시키는 실험을 통해, 프로그램의 긴박감(스릴러의 속도감)과, 재미(퀴즈형식의 호기심과 의미), 그리고 실제적인 지식(여행)을 전하는데 성공적이었다. 이것은 TV 프로그램으로서 과감한 형식 실험이면서, 예능의 최강자로서 그만한 힘을 가진 ‘무한도전’만이 가능한 도전임이 분명하다. ‘무한도전-경주보물찾기’편은 그 힘이, 청와대 같은 높은 곳으로 가는 것보다 저 지역사회에서 소외된 보물들 속으로 내려가는 것에서 더욱 빛난다는 걸 보여준 시간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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