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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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야’, 실험도 좋지만 공감이 우선이다

D.H.Jung 2008. 5. 10.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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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야’, 무의미의 실험이냐 의미의 공감이냐

‘개그야’가 생긴 건 분명 ‘개그콘서트’가 열어 놓은 공개무대개그의 영향이 크다. 개그의 무한경쟁 시대를 열어놓은 KBS ‘개그콘서트’가 독주하고, 그 분위기를 감지한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등장한 후에도 MBC는 꽤 오랫동안 ‘웃으면 복이 와요’가 가졌던 콩트 개그류의 전성기가 다시 도래하기를 꿈꾸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대세가 기운 상황에서 MBC가 내민 카드가 ‘개그야’다. ‘개그야’가 여타의 공개개그와 차별점을 두었던 것은 내러티브 속에 잡아넣는 말 개그, 즉 유행어였다. ‘죄민수’의 “아무 이유 없어!”, “MC계의 슈레기"나 ‘사모님’의 “운전해 어서!” 같은 유행어들은 ‘개그야’가 가진 말 개그가 낳은 것들이다.

무대개그의 실험성은 단연 ‘개그콘서트’가 독보적인 상황이었으며, 그 주축을 이룬 개그맨이 정종철, 박준형이었다는 점에서 현재 그들이 이적한 ‘개그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 하지만 시청률면에서나 관심도면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이유는 무얼까. 이들의 실험성과 ‘개그야’가 본래부터 갖고 있던 유행어 제조기를 방불케 하는 내러티브형 말 개그는 과연 시너지효과를 거두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유행어 면으로만 보면 현재의 ‘개그야’는 과거의 그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인지도를 예감케 한다. 벌써부터 ‘천수정 이뻐’나 ‘없어’ 그리고 ‘끊지마’같은 코너는 그 제목 자체가 유행어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처럼 누구나 한번 들으면 귀에 쏙쏙 박히는 중독성을 갖고 있다. 특히 ‘천수정 이뻐’는 “힘들어? 오 내 새끼 오 남의 새끼” 이런 식으로 유행어 조짐을 보이는 말들을 연쇄적으로 풀어내는 묘미를 선사한다.

문제는 이런 입에 쩍쩍 달라붙는 말들이 독특한 발성과 높낮이를 통해 강한 중독성을 내포하기는 하지만, 어떤 의미를 도출하지 못하는 점에 있다. 개그가 반드시 모든 사회적 의미를 내포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무거운 것이 아닌 간단한 것이라도 의미망을 형성하지 못한다면 자칫 말장난에서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말장난 또한 웃음의 한 요소인 것은 분명하지만 의미는 바로 그 말장난을 좀더 강력하게 각인시키는 힘이 있다.

의미 형성을 이루지 못하는 재미있는 말들의 상찬은 즉각적인 웃음은 불러낼 수 있지만 그 이상을 만들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러한 말의 무의미성이 극대화된 것은 바로 ‘나카펠라’다. ‘나카펠라’가 가진 실험성은 아카펠라의 패러디, 노래의 재해석, 그리고 몸 개그의 결합 등등 간단히 겉으로만 봐도 실로 극대화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것은 분명 정종철이 가진 다양한 개인기가 아니면 풀어내기 어려운 개그의 형식이다. 하지만 한바탕 웃고 나서 “도대체 이게 무슨 얘길 하는 거냐”고 묻는다면 딱히 의미를 찾기가 어렵다.

이러한 실험적인 코너가 한두 개 있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의미가 극대화된 풍자나 세태개그가 주류를 이루는 ‘개그콘서트’ 같은 경우에 이런 ‘무의미의 실험개그’가 주는 신선함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 이른바 4차원 개그에 대한 주목도는 나머지 코너들이 대비효과를 주어야 비로소 더 빛나는 법이다. 하지만 ‘개그야’가 선보이는 코너들은 거의 대부분이 4차원에 머물고 있다.

IQ가 430이라 자처한 한 황당한 정치인에서 따온 것이지만 그 내용은 풍자와 세태와는 거리가 먼 ‘IQ430’라는 코너에서, 개그우먼이 “기분 많이 좋아?”하고 물어볼 때 유행어를 예감케 하는 재미에 비해 그 무의미함으로 인해 그 이상으로 남지 못하는 건 그 때문이다. ‘개그야’에 대한 떨어진 호응도는 아직까지 섣불리 그 원인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제 정종철과 박준형이 투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무대개그의 속성상(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앞으로 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무의미의 실험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그건 바로 웃음의 의미가 만들어내는 공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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