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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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프리미엄이란 이런 맛

D.H.Jung 2008. 6. 1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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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드라마의 조건, 돈이 아닌 작품성

대충 아줌마들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직업이나 상황을 재료로, 삼각 사각으로 엮은 멜로를 조리법으로, 그리고 결국에는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조미료로 맛을 내곤 했던 금요 드라마들은, 이제 이 ‘달콤한 프리미엄’의 맛에 생각을 고쳐먹어야 할 것 같다. 프리미엄 드라마라는 기치를 내걸고 이 조미료 가득한 금요일 밥상 위에, 제대로 된 맛을 선보이고 있는 ‘달콤한 나의 도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무미건조하고 답답하기만 했던 입에 물린 도시라는 재료조차 달콤해진다.

‘드라마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쏟아져 나오는 드라마들의 편편들은 저 스스로 자신들의 맛이 최고라고 외친다. 시청자들의 드라마 밥상은 그래서 양적으로는 전라도 백반만큼 풍성해졌지만 그렇다고 젓가락이 모든 반찬들에 가 닿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메인 요리에서 밀려난 어떤 음식들은 재수 없게도 젓가락 한 번 가지 않은 채 물려져 쓰레기통으로 던져지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드라마들은 기본적인 맛에 충실하기보다는 일단은 젓가락을 가져가게 하기 위한 자극적인 방식들을 동원하게 되었다.

영화에 ‘5분의 법칙’이 있듯이 드라마에는 이제 ‘첫 회의 법칙’이라는 것이 생겼다. 첫 회에 모든 걸 보여주지 못하면, 그래서 그 입맛을 당기지 못하면 영영 젓가락이 오지 않을 거라는 강박이 생긴 것이다. 앞으로 새롭게 시작되는 월화드라마들의 치열한 편성전쟁은 바로 그 첫 회에 ‘올인’하는 드라마들의 처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첫 회에 드라마들은 대부분 화려한 액션 신(사극)을 보여주거나, 해외 로케(멜로 드라마)를 하거나, 긴박한 상황(전문직 장르 드라마)을 연출하려 노력한다.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나, 그렇게 시작한 드라마들이 첫 회 이후에도 그 맛을 계속 보여주는 지는 의문이다.

이런 첫 회에 강박적인 여타의 드라마들과는 상반되게 ‘달콤한 나의 도시’는 그 첫 회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이 드라마는 만원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은수(최강희)가 처한 상황, 즉 옛 애인은 결혼을 하고, 자신은 늘 똑같은 도시의 일상으로 챗바퀴 돌 듯 돌아가는 그 상황을 독백으로 담담하게 시작한다. 눈길을 확 잡아끄는 자극적인 영상 대신에, 커피 자판기 앞에서 늘 잔돈이 없다며 돈을 빌려가는 상사에게 ‘이 자판기는 1000원짜리 지폐도 들어간다는 걸 모르는 걸까’하는 식의 공감 가는 대사를 풀어낸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가장 진한 맛이라 할 수 있는 은수의 친구들의 일상들이 그 위에 겹쳐진다. 유희(문정희)나 재인(진재영) 같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꼭 존재하는 매력적이지만 물리지 않는 그 친구들의 세계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인다.

‘달콤한 나의 도시’는 바로 이 담담하지만 점점 끌리는 맛을 가진 드라마다. 그것은 머리가 아플 정도로 자극적인 쓰디쓴 도시 생활 속에서의 달콤한 맛을 꿈꾸는 도시인들의 환타지가 조미료 대신 맛을 낸다. 따라서 이 맛은 돈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 드라마가 ‘프리미엄’인 것은 그 촘촘한 구성력과 연출력, 그리고 도시인들의 가슴에 콕콕 박히는 공감 가는 대사들에 공을 들였다는 뜻이다. 그것은 눈과 입과 귀를 먹게 하는 자극적인 맛은 아니지만 공감이라는 특제 조리법으로 조리된 마음을 열게 하는 맛이다. 금요일의 드라마 밥상이 그만큼 더 기다려지는 것은 매일 매일 반복되는 자극적인 밥맛에 입이 물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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