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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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시’가 ‘섹앤시’보다 좋은 이유

D.H.Jung 2008. 6. 27.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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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타지보다는 공감을 끌어내는 ‘달콤한 나의 도시’

SBS 금요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는 여러 모로 ‘섹스 앤 더 시티’를 닮았다. 조금씩 다른 성향과 직업을 가진 커리어 우먼들이 캐릭터들로 등장하는 것이 그렇고, 문화의 아이콘으로 생각될 수 있는 도시, 즉 뉴욕과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그러하며, 거기서 다루어지는 것이 그네들의 솔직한 연애와 사랑의 이야기라는 것이 그러하다.

하지만 ‘달콤한 나의 도시’와 ‘섹스 앤 더 시티’를 근본적으로 다른 드라마로 만드는 요인이 있다. 그것은 뉴욕과 서울이라는 공간과의 거리감이 만들어내는 시청자의 수용태도에서 비롯된다. 뉴요커가 보는 ‘섹스 앤 더 시티’는 공감을 자아내는 현실감 넘치는 드라마가 될 수 있겠지만, 서울에 사는 우리들의 눈에는 환타지로 받아들여진다.

‘섹스 앤 더 시티’가 우리에게 인기 미드로서 자리잡은 것은, 그네들의 도발적인 성담론이 우리 사회에서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게 됐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을 저들은 자유롭게 구가한다는 점에서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 뿐이다.

여기에 스타 벅스 모닝커피와 뉴요커로 상징되는 독특한 뉴욕 문화에 대한 동경, 그리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통해 보여주었던 뉴욕의 패션 트렌드까지 ‘섹스 앤 더 시티’는 우리네 여성 시청자들에게는 꿈꾸고 싶은 환타지 그 자체였다. 패션쇼를 방불케 하는 명품들의 상찬은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고, 따라서 그런 도시에서의 로맨스는 이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에게는 그만큼 환상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이것은 꽤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막연한 뉴욕이라는 공간이 주는 이국적인 이미지에서 비롯된 것이 크다. 하지만 이러한 정서는 실제 우리네 시청자들이 현실로서 살아가는 서울이라는 공간을 다루는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는 기대하기가 어렵다. 대신 우리가 ‘달콤한 나의 도시’를 통해 보게 되는 것은 그 속에 담겨진 현실성 있는 이야기들에 대한 공감이다.

그러니 지금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이 두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가 갖는 재미는 사실은 상반된 것이다. ‘섹스 앤 더 시티’가 환타지에 대한 동경이라면, ‘달콤한 나의 도시’는 동시대의 같은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드는 리얼한 상황에 대한 공감이다. ‘섹스 앤 더 시티’의 과장된 파티 문화 속에서 어떤 뉴욕 문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꿈꾼다면, ‘달콤한 나의 도시’의 퇴근 후 조촐한 술자리에서는 공감 가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정서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겠지만 ‘섹스 앤 더 시티’가 화려한 상류층의 분위기를 갖고 있다면, ‘달콤한 나의 도시’는 소박하지만 예쁜 서민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다. ‘달콤한 나의 도시’에는 섣불리 재벌집 2세들이 등장해 환타지를 조장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부족하고 모자란 인물들이 각자 현실에서 부딪치는 사건들을 진솔하게 꾸미지 않고 보여줄 뿐이다. ‘달콤한 나의 도시’가 ‘섹스 앤 더 시티’보다 좋은 이유는 바로 이 점, 즉 막연한 환타지로의 침잠보다는, 우리네 현실 속에서 꿈과의 타협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