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무한도전’은 피곤하다, 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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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은 피곤하다, 왜?

D.H.Jung 2008. 8. 15.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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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 권좌의 ‘무한도전’, 무한도전은 계속된다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원조를 자처하는 ‘무한도전’은 최근 들어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그것은 이 쇼가 지향하는 무형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매번 새로운 포맷과 형식을 고민해야 하는 제작진들의 입장에서 보면 몇 년 간 권좌를 지켜온 ‘무한도전’의 성과는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 무형식이 ‘무한도전’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바탕이다. 매번 같은 포맷에 똑같은 캐릭터가 똑같은 상황 속에 던져지는 것은 처음 몇 번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곧 지루해지기 마련. 도전상황도 반복되면 그 강도가 현저히 약해지며 심지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 그러니 ‘무한도전’의 새로운 형식에 대한 끝없는 탐구는 늘 프로그램에 참신한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물론 ‘무한도전’이 아무리 무형식이라고 해도 어떤 소재의 패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명인과의 만남(미셸 위, 효도르, 이영애, 앙리, 김연아 등등), 스포츠(2006 독일 월드컵, 베이징 올림픽), 여행(하와이, 발리, 뉴질랜드, 가을소풍, 농촌체험, 알래스카, 무인도, 일본, 인도, 경주, 태안 등등), 계절 관련(납량, 추석, 수능, 김장, 신년, 가을운동회, 크리스마스, 구정, 어린이날 등등), 도전기(슈퍼모델, 드라마, 서커스, 댄스스포츠, 프로그램 제작, 혹한기 훈련, 기네스 등등), 컨테스트(무한 미스코리아, 강변북로가요제, 무한창작동요제 등등) 그리고 캐릭터 리얼 스토리(정형돈, 하하 친해지길 바래, 형돈아 놀자, 빨간 하이힐, 뚱보 형돈 이사가다 등등)가 그것이다.

이렇게 늘여놓고 보면 그것이 무슨 패턴인가 생각될 정도로 ‘무한도전’이 취해온 소재의 폭은 넓고 다양하다. 이 패턴들 중 한두 개 정도만 가지고도 하나의 버라이어티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은 실제로 현재의 많은 리얼 버라이어티쇼들의 탄생에 단초를 제공해준 것이 사실이다. 남들이 한 가지 소재를 이리 저리 우려먹을 동안, 끝없는 소재발굴과 형식실험을 한 ‘무한도전’은 그 행보 자체도 무한도전이었음이 분명하다. 2년 여가 지나면서 ‘무한도전’이 호소하는 당연한 피곤은 영광의 흔적이자 최고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소재발굴의 피곤과 싸우면서 ‘무한도전’이 또한 직면하는 도전은 변하지 않는 캐릭터들에 대한 권태감이다.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노홍철, 정형돈, 하하의 구성을 고집하는 ‘무한도전’은 특히 캐릭터의 소비가 빠를 수밖에 없다. 아무리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조금씩 캐릭터를 변주한다 하더라도 2년 동안 같은 캐릭터를 반복해서 보는 것은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무한도전’에서 구축된 캐릭터는 다른 프로그램, 심지어 케이블을 가득 메우는 재방송을 통해서도 반복적으로 소비된다.

여기에 리얼 버라이어티쇼라는 특성은 이 ‘무한도전’ 멤버들을 그 캐릭터로 고착시킨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캐릭터를 타 프로그램에서라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된다. 따라서 프로그램 밖에서나 안에서나 변함 없는 캐릭터를 고수할 수밖에 없는 불리한 조건은 ‘무한도전’에도 또 멤버들에게도 모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헝그리 정신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제 똑같은 강도의 헝그리 정신으로는 반복된 캐릭터를 다시 궤도에 올려놓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이처럼 ‘무한도전’이 극도의 피곤한 상황에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것은 김태호 PD가 변함 없이 소재발굴과 형식실험을 늦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실패로 끝난 것이 분명한 ‘좀비 특집’은 ‘무한도전’의 변함 없는 모습의 관점에서 보면 실패가 아니다. 적어도 거기에는 어려움이 있어도 타협하지 않는 ‘도전의 모습’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지금 극도로 피곤한 상태다. 하지만 그 피곤의 이유가 지금까지는 없었던 쇼의 어떤 새로운 면을 발견해내기 위한 노력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늘 시청자들은 지금 현재의 한 모습을 가지고 평가하지만, ‘무한도전’ 정도는 예외적으로 그 2년 간의 흐름을 감안해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마도 지금 ‘무한도전’이 떠올리는 말은 이것일 것이다. “쇼는 계속 되어야 한다!” 지금도 ‘무한도전’의 무한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무한도전 2년여 간의 특집>

2006
1,2부. 미셸 위 특집
3부. 우주특집
4부. 웨딩특집
5부-8부. 독일 월드컵 특집
9,10부. 여름방학 특집(하와이, 발리)
11,12부. 신화특집
13,14부. 납량특집
15부-17부. 뉴질랜드 특집 아이스 원정대
18,18부. 효도르 특집
20,21부. 정형돈 & 하하 친해지길 바래! 초등학교 특집
22부. 무한도전 추석특집
23부. 형돈아, 놀자
24부. 무한도전 가을소풍 가다
25부. 무한도전 농촌체험 가다
26부. 김수로 특집
27부. 무한도전 수능특집
28,29부. 무한도전 슈퍼모델 특집
30부. 무한도전 김장특집
31부. 무한소년체전 특집
32,33부. 크리스마스 특집
34부. 연말특집 무한도전 어워드

2007
35부. 신년특집
36부. 무한도전 신년르뽀 추적 빨간 하이힐
37부. 리얼 카메라 신년 토정비결
38부. 7080 복고 특집
39부. 무한도전 어학연수 가다
40부. 알래스카 특집
41부. 설 특집
42부. 무한도전 100분 토론
43부. 무한도전 새학기 특집 선생님 되다
44부-47부. 무한도전 드라마 특집
48,49부. 리얼스토리 : 뚱보 형돈 이사가다
50,51부. 50회 특집
52부. 이영애와 만나다
53부. 봉춘 서커스 쇼
54부. 무한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
55부. 행사 하나마나 시즌 2
56부. 비 특집(모내기)
57,58부. 앙리 특집
59,60부. 무인도 특집
61부. 홍철 파마 하는 날
62부. 강변북로 가요제 본선
63부. 방송국에서의 하룻밤
64부. 개그 실미도
65부. 서부 특집
66부. 워터보이즈 특집
67,68부. 서울구경 선착순 한 명 특집
69부-71부. 네 멋대로 해라
72부. 김연아 특집
73부. 일본 가다
74부. 가을 운동회 특집
75부. 환장의 짝꿍
76부. 신입사원 면접 특집
77부. 준하인스워드 특집
78부. 지구특공대 특집
79부. 대체에너지 특집
80부-82부. 댄스스포츠 특집
83부. 달력 만들기 특집
84부. 크리스마스 특집
85부. 연말 특집 고맙습니다

2008
86,87부. 새해특집 가스전 상륙작전
88부. 이산특집
89부. 베이징 올림픽 선전 기원 - 기계체조편
90부. 하하 어머니 떡국 특집
91부. 특전사 혹한기 훈련 특집
92부. 하하 게릴라 콘서트
93부-95부. 인도특집
96,97부. 베이징 올림픽 선전 기원 - 레슬링편
98부. 지구특공대2 식목일 특사
99부. 네 꿈을 펼쳐라
100,101부. 100회 특집
102,103부. 경주 보물찾기 특집
104부. 태안 특집 어린이 도서관 만들기
105부. 어린이날 기념 무한 창작 동요제
106부. 베이징 올림픽 선전 기원 - 핸드볼편
107부. 기네스 기록도전 특집
108부. 무한도전 가족의 탄생
109부. 가정방문 24 특집
110,111부.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112,113부. 우리 미팅했어요
114부. 대체에너지 특집 2탄
115부. 태리비안의 해적
116부. 좀비 특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