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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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은 어떻게 예능과 스포츠를 연결했나

D.H.Jung 2008. 9. 1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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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타와 연예인, 그리고 강호동

지난 '야심만만-예능선수촌'에서는 독특한 대결이 벌어졌다. 이른바 '예능과 태능'의 대결!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스타로 자리매김한 이용대, 이배영, 남현희, 왕기춘이 게스트로 출연해 예능 MC들과 한판 대결을 벌이는 것이었다. 물론 이 기획은 스포츠스타들의 끼를 마음껏 끌어내기 위한 것이었기에 '태능'의 일방적인 우세승이었지만, 실제로 그들이 보여준 예능감은 손을 들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강호동, 스포츠에 예능을 접목하는 무릎팍 도사이자 스타킹
MC를 방불케 하는 수사력을 보인 이배영 선수와 귀여우면서도 자신만만한 이용대 선수, 그와 묘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며 정반대의 캐릭터로 큰 웃음을 준 왕기춘 선수, 그리고 솔직 대담한 발언으로 눈길을 끈 남현희 선수까지 토크에서 춤, 노래까지 거침이 없었다. 그런 그들 뒤에 든든히 자리 잡고 앉아 그들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열광적인 리액션으로 흥을 돋우는 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강호동이었다. 그는 같은 운동선수 출신으로서 갖고 있는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깊은 이해와 예능의 성격을 접목시키는 무릎팍 도사이자 스타킹이었다.

까칠하다 싶을 정도로 파고들면서 슬쩍 상대방이 감추고픈 비밀을 드러내게 만드는(예를 들면 이용대 선수의 여성편력(?) 같은) 질문들은 그대로 '무릎팍 도사'의 강호동이었고, 이배영 선수와 난데없이 시작된 제자리높이뛰기 대결에서는 '스타킹'의 강호동이었다. 은근슬쩍 왕기춘 선수의 들이대는 끼를 부추기면서 상대방의 캐릭터를 순식간에 구축해놓는 것 또한 '스타킹'에서 무대에 올라온 일반인들에서 짧은 순간에 웃음의 요소를 끄집어내는 그 모습 그대로였다.

추성훈의 최고 명승부는 강호동과 벌인 말씨름
특히 강호동이 스포츠스타들과 인연이 많은 것은 바로 그 예능과 스포츠 양단의 이해도가 남다른 그의 능력 때문이기도 하다.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종격투기의 추성훈 선수와 강호동의 말씨름은 지금도 명승부(?) 중의 명승부로 꼽힌다. 강호동은 한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추성훈 선수의 아픈 과거는 물론이고, 그가 가진 끼와 유머감각을 모조리 끄집어냈다. 팽팽한 긴장감은 스포츠 선수들로서 갖는 본능적인 대결의식을 프로그램 바탕에 깔아주었고, 그 위에서 치열한 신경전, 그리고 상대방의 빈틈을 파고드는 질문 공세와 역공이 마치 씨름과 유도의 이종격투기를 보는 듯 했다. 이 명승부는 아마도 추성훈이 지금껏 벌인 어떤 경기보다 값진 것이었음에 분명하다.

'무릎팍 도사'에 장미란 선수가 출연했을 때도 강호동의 감각은 여전했다. 세계를 들어 올린 역사를 앞에 놓고 강호동의 섬세한 멘트는 그녀 속에 수줍게 숨겨진 여성성을 끄집어내게 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장미란 선수 또한 특유의 여유를 갖고 이야기를 받아쳤다는 점이다. 스포츠 스타로서 갖고 있는 경기에서의 익숙한 긴장감과 그 속에서도 발휘되는 순발력은 어쩌면 예능이라는 경기장에서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요소들을 끄집어내준 것이 강호동이라는 건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스포츠와 예능을 접목한 최초의 MC, 강호동
강호동이 운동선수로서 가졌던 경험치들은 '1박2일'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에서도 예외  이 발견된다. 그가 제안하는 게임들이 스포츠와 맞닿은 것들이 많으며 그 게임 속에서 웃음과 감동의 포인트를 잡아내는 것은 분명 운동선수 출신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다. 백령도에서 해병대원들과 벌인 씨름대회가 강호동의 진가를 보여준 건 우연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최근 들어 이러한 강호동의 운동선수 출신이라는 장점이 지나치게 전면에 내세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씨름선수로서의 강호동이 장점이긴 하지만 그것을 너무 드러내다 보면 그만큼 강호동이 가진 다른 장점들이 묻히게 된다. 강호동은 운동선수가 아닌 예능인으로서 만으로도 충분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지나치게 드러낸 씨름선수로서의 이미지 소비는 강호동에게는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다. 씨름선수 이미지가 숨겨진 상태에서의 그 능력 발휘가 강호동에게는 더욱 이득이라는 말이다.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에는 분명 어떤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밤낮없이 몸 사리지 않고 뛰어들어야 하는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고, 그러면서도 쇼에 들어가면 끊임없는 긴장감 속에서 섬세한 기술(유머감각)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이 그렇다. 승리를 위해서는 자신의 몸을 어떻게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특유의 신경전에서도 유연해져야 한다는 것도 그 유사한 점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누구나 강호동처럼 스포츠에 요구되는 능력을 특유의 예능감과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강호동은 스포츠의 재미요소를 예능과 접목시킨 최초의 MC가 아닐까. 이것이 스포테이너 시대에 강호동이 주목받는 이유가 아닐까.